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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산책’
창동천 물길 주변엔 맛집이 북적북적 넘쳐난다
1인분과 술도 안 팔지만 갈치조림 강자 ‘왕성식당’
남대문시장 장 보다가 배고플 땐 칼국수 ‘남촌분식’
막다른 골목 인심만은 세종대로 ‘북창동청국장집’
유성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8-06 10:51:15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도시 인문 콘텐츠·디지털 헤리티지 아카이빙 전문단체 문화지평은 백운동천을 비롯해 삼청동천, 흥덕동천, 창동천, 남소문동천 등 청계천을 이루는 다섯 개의 주요 지류에 대한 ‘맛있는 동네산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청계천 북쪽의 백운동천, 삼청동천, 흥덕동천에 이어 남쪽 남산의 서쪽 물길인 창동천을 걸었다. 길 위에는 수많은 맛집이 있지만 이 중에서 필자가 인상 깊게 경험한 몇 곳을 소개한다.
 
청계천 지류는 거의 모든 구간이 복개돼 눈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복개된 물길 위와 주변에는 이르면 고려 시대, 그리고 조선 시대와 근현대에 형성된 역사문화자원, 공간·자연유산, 산업관광 유산 등이 무수히 들어서 있다. 이번 답사에서는 이들 자원을 ‘점·선·면’으로 이어 공간을 이해하는 시간이다. 아울러 2만 보에 달하는 긴 답사 끝에 맛집을 찾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물길 답사는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가 맡았다. 전문해설사의 해설이 없으면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는 것이 지금의 물길 상황이다. 답사에서는 전문해설사의 대동과 해설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특정 장소에 대한 역사적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단순한 산책에 그치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답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해설사의 안내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창동천은 중구 남창동 남산 서쪽 기슭에서 발원해 시청 앞을 지나 무교와 소광교를 거쳐 청계천에 합류하는 물줄기다. 조선 시대 세곡을 관리하던 선혜청의 남창, 북창 등 곡물창고가 있던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남산 서쪽 기슭은 지금의 백범광장이다. 백범광장 아래 두 지역서 발원해 시청역 부근 부림빌딩 앞에서 정동 동천과 합류하고 이어 회현동천, 남산동천과 만나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음식 거리만 네 곳을 지나 청계천에 합수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목멱 자락 이곳저곳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남창동 남대문시장 중심부를 흘러 시장 2번 게이트를 빠져나온다. 물줄기는 길 건너 2층 한옥 상가 우측 도로인 남대문로1길을 관통해서 한화빌딩과 플라자호텔 사이로 우회전한 다음 환구단 옆을 지나 프레지던트호텔 뒤로 흘렀다. 물길은 을지로 길을 건너 부산은행 우측으로 흘러가다가 부림빌딩 앞에서 정동 동천과 합류해 마치 게걸음 걷듯 우측으로 횡보한다.
 
이렇게 가다 보면 남대문로를 만나는데, 이는 남산의 또 다른 물줄기 회현동천의 흔적이다. 1907~1915년경에 물길을 인공적으로 암거화 했다. 지금의 남대문로 지하에서 적벽돌로 둥글게 축조된 암거가 394m 구간이 발견됨으로써 알려졌다. 남대문로를 가로지르면 삼각형으로 생긴 경기빌딩을 만난다. 물길이 흐르던 지형 때문에 필지가 사각형이 아닌 삼각에 가까운 형태가 된 것이다. 물길은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앞에서 남산 동천과 만나 청계천 한빛 광장을 지나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소임을 다한다.
 
물길은 남대문칼국수골목, 남대문시장 갈치조림골목, 북창동 음식거리, 무교동 음식문화의 거리 등 사대문 남측의 내로라하는 식당가를 두루 거치며 흘러갔다. 남대문 갈치조림골목은 1988년 무렵 시장 상인들이 당시 가격이 저렴했던 갈치를 매콤하고 얼큰하게 조려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남대문시장은 미곡, 과물, 어물 등의 식품류를 비롯하여 잡화 등을 판매하는 서민을 위한 시장뿐만 아니라 일본계 백화점 4곳이 위치하는 등 서울 시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으로 성장한 상태였다. 특히 인근 칠패시장은 용산에서 만초천으로 들어오는 뱃길 때문에 어물전이 유명했다. 아마도 갈치조림의 기원을 쫓아가면 칠패시장 어물전에 맞닿아 있지 않을까란 추측도 해본다.
 
남대문시장 갈치조림‧칼국수 골목 유명
 
▲ 남대문갈치조림 골목에서 30년 넘게 영업해 온 ‘왕성식당’의 갈치조림 한상. [사진=필자제공]
 
갈치조림골목에는 ‘중앙갈치식당’, ‘희락갈치’, ‘호남식당’, ‘전주식당’, ‘왕성식당’, ‘넥타이맨칵치동태’, ‘이모네’, ‘내고향식당’, ‘우리식당’, ‘청운식당’, ‘동화식당’, ‘충무집’, ‘남대문갈치조림’ 등이 저마다 특색을 내세워 손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 중 ‘중앙갈치식당’과 ‘희락갈치’가 양대 산맥을 이루면서 갈치조림골목 유명세를 견인하고 있다.
 
‘희락갈치’는 가장 오래된 업력을 앞세워 홍보하고 있고 ‘중앙갈치식당’은 못지않은 세월의 흔적이 얼룩진 양은냄비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방송에만 적어도 10회 이상 갈치조림으로 출연한 골목 대표선수들이다. 방송 부분에서는 ‘왕성식당’도 왕성하게 출연하는 등 골목 자체가 경쟁적인 방송 출연으로 몸살 꽤나 앓았을 것 같다. 갈치조림 가격은 1인분 8000~1만원으로 유명세를 등에 업은 식당이 가격도 높다.
 
개업한 지 30년이 넘은 ‘왕성식당’은 2인분(1만8000원)부터 주문을 받는다. 두꺼운 쇠로 된 그릇에 2인분이 담겨 나오는데, 한 뼘 길게 썬 대파가 인상적이다. 맨 밑바닥에 무를 깔고 갈치, 대파 순으로 담아 졸여서 채소의 단맛이 갈치에 자연스레 밴다. 씨알이 큰 갈치를 쓰기 때문에 살 발라 먹는 재미가 크다. 갈치조림에 계란찜을 주로 시켜 먹는다. 1인분 주문이 안 되고 술을 팔지 않는다.
 
칼국수는 시장 먹거리 대표선수
 
남대문칼국수골목에 있는 ‘남촌분식’의 칼국수와 비빔밥, 냉면 메뉴. [사진=필자제공]
 
 
남대문칼국수골목은 대부분 칼국수, 보리비빔밥, 냉면 등을 메뉴로 내놓고 있다. 식당 건물이 따로 없고 골목 자체를 식당 삼았다. 골목 양쪽으로 촘촘하게 좌판이 들어선 이곳은 평상시 워낙 북적거렸던 곳이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다행히 서서히 영업상황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정상화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칼국수 골목의 명물로는 ‘남촌분식’이 손꼽힌다. 예닐곱 집 모두 메뉴가 비슷비슷 하지만 손맛은 조금씩 다르다. 투박한 칼국수 면에 유부와 김 가루, 통깨, 양념장 한 숟갈이 더해져 맛있는 한 그릇의 칼국수가 완성된다.
 
칼국수는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장 먹거리’ 중 하나다. 비교적 가격이 싸고 장 보느라 허기진 배를 간편하게 채우는데 칼국수만 한 게 없다. 밥 종류(보리밥·찰밥)을 주문하면 칼국수와 냉면을 맛보기로 내준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냉면을 서비스로 준다. 시장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남대문칼국수골목이다.
 
북창동 음식거리‧무교동 음식문화의 거리도 유명
 
인심 좋은 청국장 전문점 ‘북창동청국장집’과 다동 터줏대감 ‘남포면옥’. [사진=필자제공]
 
남대문시장 2번 출구로 나와 도로 하나를 건너면 북창동 음식거리가 시작된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고추장 구이로 유명한 ‘동굴집’, 메밀국숫집 ‘송옥’ 등이 반긴다. 이들 업체는 모두 50년이 훌쩍 넘는 노포다.
 
큰길을 살짝 벗어나자 골목에서 청국장 냄새가 폴폴 나온다. 냄새를 쫓아 골목으로 스며들어 가니 막다른 골목 끝에 ‘북창동청국장집’이 나온다. 이 집은 인심 좋기로 유명하다. 시골 청국장을 주문하면 큰 대접에 밥과 채소 반찬이 제공된다. 딱 봐도 비빔밥을 해 먹으란 소리다. 이때 계란 프라이를 하나 얹어서 주는데, 말만 잘하면 하나를 더 준다. 그것도 계란 파동이 있었을 때도 군소리 없이 말이다.
 
▲ 다동 터줏대감 ‘남포면옥’  [사진=필자제공]
 
시골청국장엔 콩이 듬뿍 들었다. 청국장 마니아들은 한 번쯤 가보길 권한다. 청국장 말고도 콩비지, 순두부찌개, 오징어 제육 등이 잘 팔린다. 청국장과 오징어 제육의 조합이 좋다. 2층이 있어서 낮술을 즐기는 주객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인근 직장인들에게 점심식사 성지 정도로 여겨진다. 인심 좋은 곳에 손님이 몰리기 마련이다.
 
물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서울시청이 보이고 우측으로 옛 대한체육회가 있었던 체육회관이 나온다. 이 뒷골목 일대가 중구 다동의 무교동 음식문화의 거리다. ‘남포면옥’, ‘부민옥’, ‘무교동 북엇국’, ‘영덕막회’, ‘인천집’, ‘초류향’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노포들이 즐비한 곳이다.
 
지금은 계절상 ‘남포면옥’이 북적일 때다. 시원한 평양냉면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여름이기 때문이다. 겨울철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던 냉면이 저장기술의 발달로 여름에 더욱 각광받게 됐다. 냉면 육수가 주는 ‘쩡’한 시원함에 사람들이 매료됐기 때문이다.
 
유서 깊은 평양냉면집 대부분이 그렇듯이 남포면옥 역시 월남한 실향민이 창업한 곳이다. 진남포서 내려온 곽봉순 할머니가 1960년대 무교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 중구 다동 점포도 약 50년쯤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옥 두 채를 이은 곳이라 안으로 들어가면 무척 넓다. 2017년 내부 수리를 산뜻하게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날짜별로 담근 동치미 독이 인상적이다. 이 동치미와 양지 육수를 섞어서 냉면 육수로 사용한다. 육수가 일반적인 평냉 집과는 사뭇 다르다. 향신료로 쓰이는 채소 한 가지 맛이 도드라진다. 이는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 그래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집이다. 과거엔 놋그릇을 썼는데 요즘은 우래옥과 같이 하얀 백자 그릇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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