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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해상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해상을 둘러싼 전망이 밝지 않아 조용일·이성재 각자대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손해보험업계 2위를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실적 호조를 이끌었던 손해율 개선세도 다시 오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험영업이익 적자를 메꿔야 할 투자영업이익도 감소세를 보이며 ‘빨간불’이 켜졌다.
한편 현대해상은 세계적인 추세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른바 손보사 ‘빅 4’ 가운데 보험금 부지급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너인 정몽윤 회장이 이사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으면서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도 받았다.
상반기 실적 개선에도 수년째 보험영업 적자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24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40억원보다 35.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 7조5569억원, 영업이익 3680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2%, 35.0% 늘었다. 원수보험료는 6.2% 증가한 7조557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의 실적 오름세는 전반적인 손해율 개선이 이끌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6%로 작년 상반기보다 4.5%p 줄면서 업계 적정 손해율 78~80% 안에 들어왔다. 일반보험 손해율도 60.4%를 기록해 9.1%p 개선됐다. 다만 장기보험은 86.3%로 0.3%p 악화됐다.
보험영업 효율 지표인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103.6%(83.2%+20.4%)로 전년 동기보다 2.4%p 개선됐다. 합산비율이 100%를 초과하면 보험영업 적자를 의미한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RBC) 비율은 후순위채 발행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말보다 6.8%p 오른 196.9%로 집계됐다. RBC 비율의 법정 하한선은 100%, 금융감독원(금감원) 권고치는 150%다.
문제는 투자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국내 보험사 대부분이 보험영업 손실 이상의 수익을 투자영업이익으로 메우기 때문이다.
상반기 현대해상의 투자영업이익은 6080억원으로 전년 동기 6460억원보다 380억원(5.9%) 줄었다. 이에 따라 투자이익률은 0.33%p 감소한 2.98%를 기록했다. 2분기 기준 투자영업손익(A) 1조2850만원, 경과운용자산(B) 40조3040만원으로 운용자산이익률(A/B)은 전년 상반기 대비 0.62%p 하락한 3.19%로 나타났다. 자산수익률도 지난해보다 0.32%p 떨어졌다. 투자영업손익(A) 6080억원, 경과총자산(B) 43조2205억원으로 자산수익률(A/B)은 2.81%를 기록했다.
보험영업이익에서 적자를 보고 있으나 적자는 크기는 줄었다. 1·2분기 각각 1210억원, 1190억원의 적자로 상반기 보험영업에서 2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3730억원보다 손실이 1330억원 줄었다.
경쟁사 거센 추격에 손보업계 2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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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스카이데일리 |
이러한 실적 개선에도 손해보험업계 내 경쟁이 격화되면서 ‘손보업계 2위’ 현대해상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업계 2위로 도약하려는 DB손해보험(DB손보)의 추격이 거세다.
올해 6월말 기준 총자산은 현대해상이 49조7490억원, DB손해보험이 48조9617억원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러가지 변동 요인을 감안하면 자본 규모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일부 실적에선 현대해상이 앞섰다. 상반기 원수보험료(매출)는 현대해상이 7조5568억원으로 DB손해보험보다 1239억원 더 걷었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판매 채널 등을 통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자로부터 받아들인 보험료를 의미한다.
하지만 DB손보는 상반기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은 425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2490억원을 얻은 현대해상을 두 배 가까이 앞섰다. 합산비율도 DB손보는 삼성화재와 같은 101.5%를 기록했으나 현대해상은 103.6%였다.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현대해상의 텃밭인 어린이보험 시장에 삼성화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1년여 만에 어린이보험 신상품을 출시하며 점유율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DB·KB손해보험 역시 보장 확대, 심사기준 완화 등을 통해 어린이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고 있다”면서 “저축성 보험은 지금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부채 부담이 쌓이지만 장기 보장성 보험은 수익성이 좋고 일부 자본으로 잡힌다”고 손보사들의 보장성보험상품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ESG 경영’ 시험대… S(사회)·G(지배구조) 이슈 논란
현대해상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현대해상이 손해보험사 ‘빅 4’ 가운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빅 4’의 장기보험 보험금 부지급률은 △현대해상 1.89% △삼성화재 1.65% △DB손보 1.48% △KB손보 1.28%로 집계됐다. 이는 ESG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S(사회)’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달 금감원은 작년 11~12월 두 달간 현대해상을 상대로 실시한 종합검사 결과 과태료 7900만원, 과징금 900만원 등과 함께 직원 4명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위반 내용은 △책임준비금 적립 의무 위반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 △보험계약자 등 보호의무 위반 △중복계약 체결 확인 의무 위반 등 총 4가지다.
이어 6월에는 경영유의 4건과 개선사항 31건을 통보 받았다. 정몽윤 회장 등 이사회 참석률이 저조한 점, 투·융자심의위원회서 투자의사 결정 시 리스크관리 부문의 반대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이 문제가 됐다.
특히 정몽윤 회장의 경우 현대해상 지분 21.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지난해 열린 9차례의 이사회 중 단 한 차례만 참석했으면서 보수로 22억7500만원을 챙겨 논란이 일었다. 이는 ESG 가운데 ‘G(지배구조)’에 해당하는 경영진의 모럴해저드 이슈에 해당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금감원의 조치 요구사항에 대한 유관부서 공유와 함께 업무개선을 금감원에 보고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조용일 총괄사장과 이성재 총괄부사장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2019년 희망퇴직을 단행할 정도로 실적이 나빠졌으나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반전되며 실적이 점차 좋아졌다. 한 보험사 임원은 “지난해 코로나19 범유행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등에 영향을 받아 손해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면서 “공교롭지만 두 각자대표의 취임이 겹치면서 (실적 개선이) 누구 덕인지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손해율이 상승과 실적 하락 등이 예상되는 만큼, 실적 악화라는 큰 파도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두 각자대표의 경영 능력이 본격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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