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기관경고를 받아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올해 2분기엔 수입보험료 감소, 저축성보험 축소 등 여러 지표가 악화됐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로 인한 자본 적립금 부담도 심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즉시연금을 둘러싼 소송전도 진행 중이다.
생보업계 안팎에선 이러한 악재가 앞으로 한화생명을 이끌 김동원 부사장의 승계 작업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부사장이 한화생명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마이데이터(MyData) 사업과 헬스케어 사업 등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에 상당히 뒤쳐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전년보다 개선된 상반기 실적 뒤에 감춰진 2분기 부진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올렸다. 2분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올린 덕분이다. 올해 2분기 실적 부진은 수입보험료 감소, 저축성보험 축소 등 여러 지표의 악화와 더불어 신사업 진출까지 막힌 악재들이 뒤늦게 실적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연결기준 올해 상반기 5016억원의 순이익과 67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8.3%, 204.1% 늘어났다. 별도기준으로 봐도 한화생명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2508억원, 영업이익은 2382억원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7%, 65.9% 각각 증가했다.
상반기 양호한 실적은 1분기 실적에 크게 기댄 것으로 2분기 실적은 상당히 저조했다. 한화생명의 별도기준 2분기 당기순이익은 566억원으로 1분기 1942억원에서 70.84%나 급락했다. 별도 영업이익도 1분기 2013억원보다 81.68% 줄어든 36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1분기 순이익은 306.1% 늘었으나 2분기 순이익은 55.8% 줄었다.
보험업계 안팎에선 2분기 이익 감소가 업계 전반에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한화생명의 경우 감소세가 유독 눈에 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보험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위험손해율이 크게 줄었고 증시 호황 덕에 대량의 변액보증준비금을 거둬들이며 생명보험사 대부분이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이번 분기 실적이 초라해 보이는 ‘역기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화생명의 순이익 감소율 55.8%는 업계 최대 수준에 달했다. 같은 기간 다른 주요 생명보험사들의 순이익은 20%대 안팎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연말까지 저금리 기조와 증시 호황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이익 규모는 더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화생명의 2분기 위험손해율은 82.8%로 전년 동기와 전 분기 대비 각각 9.3%p, 2.2%p 상승했다. 지난해 2분기 한화생명이 변액보증준비금 환입으로 거둔 1600억원의 순익은 올해 17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입보험료 감소세 뚜렷, 자본 확대·즉시연금 소송 부담 ‘이중고’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보험사 수입의 핵심인 보험료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생명의 2분기 수입보험료는 3조179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6440억원) 대비 14.6% 감소했다. 1분기에도 수입보험료는 6조37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줄었다. 이에 따라 2분기 보험손익은 24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보험사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도 2분기 203.1%를 기록해 1분기 대비 1.9%p 하락했다. 지급여력 비율이란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업법은 보험금 지급 의무 이행을 위해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한 매도가능증권 평가익 감소 등에 영향을 받은 결과다. 채권 취득 원가로 평가하는 만기보유자산과 달리 매도가능자산은 시장 가치를 바로 반영해 금리가 오를 때 채권평가 이익이 감소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전체 수입보험료는 저수익성 저축보험 물량이 축소되며 1년 전과 비교해 감소했다”며 “일반 보장성 상품 판매가 확대되는 등 보험 본연의 이익이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같은 기간 보장성 수입보험료는 일반 보장성 상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6130억원에서 7770억원으로 1.4% 증가했다. 전체 보장성 수입보험료에서 일반 보장성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7%에서 22%로 5%p 늘었다.
다만 일부 지표의 호전 속에서도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로 인한 자본 적립금 부담은 한화생명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IFRS17에 따르면 보험부채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면서 순자본이 감소하고 요구자본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RBC 비율이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한화생명은 대형 보험사임에도 비교적 자본여력이 낮은 편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화생명의 평가대상준비금(LAT) 잉여금을 보험료 적립금으로 나눈 비율은 3.8%로 이는 6%를 넘는 다른 주요 보험사들과 비교해 훨씬 낮은 수치다. LAT는 보험부채에 대해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평가해 부족할 경우 부족액만큼 추가 적립해야하는 제도로 RBC 비율과 함께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규제 대상 항목이다.
IFRS17 도입 시 보험사들은 과거 고금리 확정이자로 판매된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보험사가 지불해야 할 부채 부담이 더욱 커져 그에 따른 요구자본도 늘어난다. 특히 한화생명은 장기 고금리 확정형 비중이 높아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한화생명은 자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사옥 매각에 나섰다. 최저 공매가격은 255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실적이나 자본확충 등 경영적인 악재 뿐 아니라 외부 악재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즉시연금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보험가입 소비자와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한화생명은 금융당국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통보했지만 이에 불복해 제소했다.
생보업계 안팎에선 실적 우려와 보험료 수입 감소, IFRS17 도입으로 인한 자본 확충 압박 등의 악재와 소송전으로 인한 이미지 악화 우려 등의 악재가 김동원 부사장의 골머리를 썩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김 부사장 입장에선 승계 명분 확보 차원에서라도 맏형 기업인 한화생명의 도약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 부사장이 한화생명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마이데이터(MyData) 사업과 헬스케어 사업 등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에 상당히 뒤쳐졌다는 평가를 적지 않다. 이들 사업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김 부사장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생보업계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를 이어받을 김동원 부사장 입장에서 최근 한화생명에 드리운 악재의 그림자는 상당히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승계명분 확보 차원에서라도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데 형인 김동관 사장과는 대조적으로 아직까지 김 부사장은 뚜렷한 성과는커녕 오히려 주력 계열사인 한화생명의 악재 해소라는 숙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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