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간판 무색한 광동제약 최성원의 음료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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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View]-광동제약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10 00:02:28

광동제약이 생수시장 부동의 1위 브랜드 ‘제주삼다수’의 판권을 또 다시 따냈다. 지난 2012년 삼다수 판권을 따냈던 광동제약은 이번 판권 획득으로 최소 2025년까지 삼다수를 유통하게 됐다. 삼다수 유통사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동제약은 개별기준 매출액의 30% 비중을 차지하는 생수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게 됐다.

광동제약의 삼다수 판권 획득은 판권입찰 ‘흥행실패’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생수시장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롯데칠성음료, 농심 등이 모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체 생수 브랜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광동제약에겐 역량을 입증할 제대로 된 기회조차 없었던 셈이다.

어쨌거나 광동제약은 회사 매출의 상당부분을 책임져 주는 삼다수를 계속 품에 안고 가면서 국내 6위권 제약사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지난해 개별기준 광동제약의 매출액은 7643억원이다. 유한양행(1조5679억원), 종근당(1조3005억원), 녹십자(1조2278억원), 대웅제약(9448억원), 한미약품(8724억원) 등의 뒤를 잇고 있다. 광동제약의 뒤로는 제일약품(6922억원), 동아에스티(5866억원), 일동제약(5610억원), JW중외제약(5426억원) 등이 자리했다.

이들 10대 제약사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될만한 전문·일반의약품 브랜드를 하나 이상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 광동제약만은 의약품 대신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그리고 삼다수 등 음료가 대표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들이 회사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유통영업 부문에서만 비타500 등 건강드링크 제품을 통해 8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11%에 해당한다. 옥수수수염차로는 44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헛개차로는 3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각각 지난해 전체 매출의 5.8%, 4.1%에 해당한다.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의약산업과 거리가 먼 영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광동제약이 제약사이기에 앞서 기업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영리활동의 방식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되레 이윤극대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국내 제약업계를 주름잡는 기업 중 한 곳이 의약품보다 식음료로 유명하다는 건 무척이나 아쉽고,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광동제약을 이끌고 있는 최성원 대표이사 부회장은 거듭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다만 의약품 대신 식음료에 집중하는 경영방침이 사업 다각화라는 듣기 좋은 말로 포장돼 있는 건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게다가 최근의 행보에서도 사업 다각화의 실천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광동제약 내 연구개발 인력은 총 138명이다. 1년 전의 154명에서 10.4% 줄었다. 전체 직원 감소에 따른 영향으로도 볼 수 있지만 같은 기간 광동제약의 직원 수는 1029명에서 1030명으로 되레 늘었다. 연구개발 부서의 역할이 축소됐음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신규 사업은 물론 새로운 의약품 탄생도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여타 제약사들도 광동제약과 같이 의약품 외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등 영역으로의 진출을 추진했고 일종의 성과도 얻고 있다. 다만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도 본업에는 충실하다는 점이 광동제약과 대비된다.

일례로 한미약품의 경우 다양한 성격의 건강기능식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동시에 매출액의 20%에 해당하는 자금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한 덕분에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등 성과를 내며 한국 제약바이오사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광동제약도 보다 본업에 충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산업이 미래 유망산업으로 떠오른 가운데 코로나19를 전후로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성과는 업계 안팎의 숱한 관심을 모았다. 다만 광동제약만은 그 지위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제약사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일반적인 식음료제조 회사보다 높다. 국민 건강을 위해 제약사가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는 소비자 믿음이 깔려있는 덕분이다.

그런데 광동제약은 제약사로서 소비자 신뢰를 발판삼아 음료산업에만 치중하고 있어 우려된다. 광동제약이 음료업체로의 전환을 꿈꾸는 게 아니라면 의약품분야 역량확대를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식음료 사업에서의 성공에 취해 제약사로서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