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성과급 기준 없이 막 퍼주어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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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부처에 상반기 1억3400여만원 지급
국세청 등은 지출절약 없이 수입만 증대
美‧英 선진국의 합리적 사례 벤치마킹을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17 08:02:01

2022년 국가채무 1068조원. 정부의 거듭된 확대 재정 정책에 따라 내년에 국가 채무비율이 사상 최초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2%로 불어날 전망이다. 대한민국 재정운용 사상 가장 높은 위험수위다. 현 정부 출범 때만 해도 36% 수준이었다. 문재인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거덜난 나라살림 현주소다.

이런 실정에서 예산 편성·지출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몇몇 부처에 성과급을 지급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상반기 관세청·국세청·국토교통부 등 8개 부처에 1억3400만원의 성과급을 주었다. 이들은 약 3082억원의 재정 개선 효과를 냈다고 한다.

그러나 지출 절약을 하지 않고 수입만 늘린 국세청과 관세청에 각각 4200만원, 2200만원 등 6400만원의 예산성과급을 지급한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력 없이 ‘평소 하는 일’을 하면서 단순히 수입만 늘려도 성과급이 지급되는 건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예산성과급은 지출 절약과 수입 증대 실적에 따라 지급된다. 지출을 절약한 방위사업청은 2200만원, 국방부도 2400만원을 받았다.

기재부는 법적으로 지출 절약이나 수입 증대가 목적이므로 둘 중 하나만 해당하면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 재정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예산절감 노력 없이 수입이 늘었다고 성과급을 주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정부가 앞장 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기에 합리성이 결여된 공무원 성과급을 무더기로 주는 건 무언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잖은가.

예산성과급이란 예산의 집행 방법이나 제도 개선 등으로 예산이 절약되거나 수입이 늘어난 경우, 절약한 예산 또는 늘어난 수입의 일부를 기여한 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로 1인당 최대 6000만원의 성과급이 지급된다.

과거 공무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사례를 보면 수입신고로 편법적 이득을 취한 업체로부터 자발적 수정신고 실시 유도, 기업별 납세 오류 정보 제공 등 성실신고 등이다. 당연히 해야 할 본연의 담당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성과로 인정받았다. 지급 건수는 최근 감소 추세다. 하지만 이제 합리성이 없는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 북아일랜드의 ‘직원제안제도’는 공무원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활용해 주민에 대한 공공서비스 품질 개선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로서 예산 절약과 관련된 제안에 대해 수량적·비수량적, 일회성·반복적 제안 등을 구분해 보상을 달리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정부는 사업 집행 및 운용에 있어 비용 절감 전략을 개발한 경우 절약한 상당액을 기여자인 공무원 개인에게 보너스로 지급하고 있음을 우리도 벤치마킹하길 기대한다.

성과급 취지에 대한 재인식이 요청된다. 성과급은 생산성을 높이려는데 주된 목적이 있지, 개개인의 작업량이나 성과에 관계없이 업무에 종사한다는 것만 갖고 정액으로 지급하는 고정급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세금(수입)을 걷는 게 기본적인 업무일 뿐이다. 그렇다면 정상적 업무 수행 과정이었는지, 혁신적인 방법이었는지 등을 엄격히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기재부는 수입이 늘었다고 성과급을 받는 공무원들의 행태를 납세자인 국민이 동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재정 위기의 시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의 먹구름은 언제 걷힐지 모른다. 정부는 국가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재인식해야 한다. 중앙부처 차원의 합리적인 성과급 지급 준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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