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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中정부 아이돌 규제

아이돌 SNS 차단, 앨범 대량구매 통제…한류 덮친 ‘차이나 리스크’

중국 공산당 아이돌 가수 팬덤 규제…중국 진출 K-POP 가수 직격타

앨범 판매량 감소 우려…국내서도 반중정서·중국인 멤버 이미지 악화

기사입력 2021-09-20 00:07:00

▲ 중국 정부가 아이돌 팬덤 통제에 나서면서 엔터 업계에 ‘차이나 리스크’ 가 부각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교육 규제, 게임 규제에서 시작된 중국의 문화 규제가 연예계까지 번졌다. 특히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POP 스타들도 영향을 받으면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차이나 리스크’란 중국의 정치적 상황에 의해서 중국에 진출한 산업들이 타격을 입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시진핑 정권이 권력 강화를 위해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연예인 통제 본격화…K-POP도 팬클럽 계정 정지 등 영향 받아
 
지난달 27일 중국 공산당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연예인 인기 차트 발표 금지, 미성년자 연예인 유료 응원 금지, 예능프로그램 유료 투표 진행 제한 등을 포함하는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달 2일에는 중국 광전총국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의 방송 출연 원천 봉쇄, 고액 출연료 금지, 여성적인 외모를 가진 남자 아이돌의 활동 금지 등의 내용을 규정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TV에 출연할 수 있는 올바른 남자 아이돌의 외모를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시진핑 주석의 종신 집권 체제 구축을 위해 중국 국민들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사교육 금지, 게임 제재 등 국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온 중국 정부가 연예계까지 수술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방송규제기구인 광전총국은 7일 텔레비전, 라디오, 온라인 시청각 예술가들이 사회적 공중도덕과 개인의 품성, 가정 미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광전총국은 방송 관계자들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육성·실천하고 품위와 격조, 책임을 따지며 저급하고 저속한 취미를 버리고 배금주의와 향락주의, 극단적 개인주의 등 타락한 사상을 스스로 자각하고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애국정신과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기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산하 국방사이버안보연구센터장은 “중국은 과거 문화대혁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화 예술을 통제해 국민들의 생각을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며 “이번 조치도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세상이 변하고 중국인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된 시점에서 이런 시도를 하면 문화대혁명 때보다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최근 중국 정부는 연예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바람직한 남자 아이돌의 외모.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중국이 아이돌 규제를 발표함에 따라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아이돌들도 여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웨이보 팬클럽 계정은 지민의 생일을 기념해 돈을 모아 광고를 냈다가 60일간의 계정 정지 조치를 당했다. 아이유, 엑소, NCT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계정도 정지 조치 됐다.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의 경우 웨이보 측에서 팬클럽의 이름 등을 바꾸라는 통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쯔위는 2016년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들고 나왔다는 이유로 중국 네티즌들에게 ‘대만 독립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은 적 있다. 쯔위의 소속사 JYP 엔터테인먼트는 중국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하나의 중국’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중국 정보의 아이돌 규제가 중국에서 활동하는 K-POP 스타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면서 이번 규제가 K-POP을 겨냥한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중국 내부에서 한국 아이돌 소속사가 잘못된 팬덤 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중국의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에 올라온 기사에 따르면 주 웨이 중국정치법률대학 커뮤니케이션 교수는 “한국의 일부 아이돌 기획사가 이득을 얻기 위해 중국 아이돌 팬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는 모습이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반감을 불렀다”고 말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번 조치가 K-POP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8일 입장문을 발표해 “중한 양국은 수천 년의 교류 역사를 통해 서로 배우며 깊고 두터운 역사 문화적 유대를 쌓아왔다”며 “중국 정부의 관련 행동은 공공질서와 양속에 어긋나거나 법률과 법칙을 위반하는 언행만을 겨냥하는 것이지 다른 나라와의 정상적인 교류에 지장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해명했다.
 
앨범 구매 제한으로 매출 타격 현실화 우려…중국 출신 아이돌 이미지 타격
 
그럼에도 중국의 아이돌 규제는 한국 엔터 산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중국 정부의 아이돌 규제에는 한 사람당 앨범을 1장씩만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인터넷 음원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이 대중화되면서 아이돌 가수의 음반은 가수의 포토 카드, 사진집 등을 포함한 일종의 ‘굿즈’로 변화했고 한 사람이 소장을 목적으로 여러 장을 사는 경우도 많아졌다. 특히 중국 아이돌 팬덤은 앨범을 단체로 구매해 팬클럽의 규모를 과시하는 문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반 구매 제한으로 인해 이러한 공동구매가 막히면서 음반 판매량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음반류 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26.9% 증가한 1551만 달러를 기록했다. 일본과 미국에 이어 3위 수준이다. 음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이 음반 규제를 실시하면서 엔터 산업 수익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규제 발표 이후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연예기획사들의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음반 규제 외에 한국 아이돌 그룹 내 중국인 멤버들에 대한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아이돌들이 웨이보에 ‘항미원조’ 혹은 ‘신장 면화’ 등을 언급한 글을 올려 논란이 있었다. ‘항미원조’는 조선을 도와 미국에 맞선다는 의미로 중국이 6.25 전쟁을 ‘항미원조전쟁’으로 부르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 999: 소녀대전’ 참가자 일부가 과거에 항미원조 지지 글을 올린 것이 드러나 청와대 국민 청원에 프로그램 방영을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신장 면화’는 신장·위구르 지역 면화가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다고 알려지자 보이콧을 선언한 글로벌 그룹들에 대해 중국인들이 불매 운동을 일으킨 것을 의미한다.
 
이미지가 중요한 아이돌 가수들이 중국 공산당 정부의 역사 왜곡·인권 탄압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 실망한 아이돌 팬 사이에서 반중 감정이 높아져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연예인들의 사상통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출신 연예인들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아이돌 가수 팬 노우현(31·남) 씨는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중국 공산당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중국 출신 아이돌들이 많다 보니 다른 중국인 멤버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심하면 중국인 멤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룹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인 멤버는 중국 시장 공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포함시켜 데뷔하는 때도 있었지만 최근 중국인 멤버들이 가지는 리스크가 더 부각되는 추세다”며 “이번처럼 중국 시장이 가지는 리스크도 있기 때문에 눈을 돌려 미국 등 다른 시장을 노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 sky_ccastle , jgyang@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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