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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이 발발한지 71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울분의 찬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습 남침으로 전쟁을 일으킨 북한뿐 아니라 북한을 도와 적화통일을 노리던 중공군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특히 북한군에 가려져 있던 중국인민해방군(이하 중공군)의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현 중국 정부가 ‘항미원조’를 주장해 국민적 공분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지원 위해 6·25 개입한 중국…韓 군인·민간인 닥치는 대로 학살
1950년 6월25일 일요일 새벽4시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은 같은 해 9월15일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계기로 한국군과 유엔(UN)군에게 유리한 형국으로 전개됐다. 국군 등은 같은 해 9월 28일 서울을 탈환했고 평양과 압록강 부근까지 북진을 이어갔다.
수세에 몰린 김일성은 산악지대인 평안북도 강계로 달아나 그곳을 임시수도로 정하고 중국의 마오쩌둥에게 군사지원을 요청했다. 중국은 1950년 11월 중순 중공군을 창설했고 인민군과 연합사령부를 구성하며 6·25전쟁에 개입했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인해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됐다.
미 제10군단 예하 해병 제1사단이 열악한 상황에도 불굴하고 장진호(함경남도 장진군 중부 인공호수)에서 중공군의 남하를 막아낸 덕에 국군과 유엔군 그리고 10만여명의 피난민들은 ‘흥남철수’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피해는 심각했다. 결국 중공군의 개입으로 국군은 한반도 통일을 이룩하지 못했으며 어마어마한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뒤늦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중공군 등은 민간인 학살도 서슴지 않았다. 2006년 우리 정부는 6·25전쟁 민간인학살사건에 대해 관련 유족들로부터 조사신청을 받았고 독립기구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공식적 조사를 개시했다.
이후 전국 각지의 6·25전쟁 유족들로부터 민간인 학살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신청서가 날아들었는데 인민군·중공군 등에 의한 학살만 1687건이 접수됐다. 언뜻 보면 적은 숫자일 수 있지만 늦은 개입, 장진호 전투에서 연합군에 막혀 남하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들의 만행 건수는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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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중공군 등의 민간인 학살 만행은 유엔 총회의 문건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기도 했다. 6·25 정전협정 체결 후인 1953년 12월 3일 열린 유엔 총회에선 ‘전쟁 당시 인민군과 중공군이 유엔군 포로와 한국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각종 만행들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해당 결의안에는 “유엔이 한국에서 침략을 격퇴하고 국제 평화와 지역 안보를 복원하기 위해 행동을 취하던 도중 인민군 등이 여러 차례에 걸쳐 저지른 만행들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다”며 “이들 만행은 유엔군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민간인들을 상대로도 저질러졌다”고 적혀있다.
이어 “광범위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된 조사 결과 수만 명에 달하는 유엔군과 한국 민간인들이 북한 또는 중공군에 붙잡힌 뒤 구타, 고의적으로 계획된 굶주림, 냉혈적인 고살, 신체절단, 고문 등으로 살해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들 만행의 규모와 성격은 유엔 총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제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로저 P. 키스 미 국방부 차관도 “인민군과 중공군의 만행은 유엔군 포로들과 한국 민간인들을 상대로 저질러졌다”며 “상당수의 만행은 유엔군이 진격할 때 이뤄진 것으로 공산당에 잡혀있던 유엔군 포로들과 민간인들은 구출되기 전에 피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성토했다.
키스 차관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조사한 사건 파일에는 총 2만9815명에 달하는 만행 피해자 관련 증거가 담겨있다. 그 중 △유엔군 1만1622명 △민간인 1만7354명 △신원 불명자 839명 등이다.
중공군 등의 만행 사례는 포로로 잡힌 유엔군의 증언을 통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를 여의고 지난 30여년 간 6·25전쟁에 대한 기억을 책과 사진으로 남긴 터키인 알리 데니즐리는 참전용사의 증언을 인용해 ‘터키인이 본 6·25 전쟁’이란 책을 발간했다.
해당 책에는 내용 중 중공군의 포로로 잡혔던 유엔군 장병들의 증언도 담겨있다. 책에는 ‘중공군에게 잡혀 수용소에 가둬진 유엔군 포로 일부는 손이 뒤로 묶인 채 살해됐고 부상당한 포로들은 수류탄 혹은 몸에 기름을 부어 불을 붙여 태워 죽였다. 또 포로들을 자그마한 철장에 가두고 살을 에는 추위에 맨발로 서 있게 하거나 찬물에 몸을 담갔다 빼게 하곤 했다’고 적혀있다.
또 ‘중공군은 부상당한 나를 다른 포로들과 함께 차에 태우고 줄로 묶었다. 차는 여차하면 전복될 것만 같았다. 자동차 바퀴는 울퉁불퉁한 돌 길 위를 지나갔다. 부상자들 중 자동차에서 떨어지는 사람도 있었다. 떨어진 사람은 다시 차에 태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총을 쏴 죽여 버렸다. 중공군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 낄낄거리며 웃었다’는 처참한 내용도 담겨있다.
유엔군·한국군 고문 등의 만행에도 미국 핑계 급급한 중국…“침략자의 역사조작”
중국은 6·25전쟁 개입의 명분으로 ‘항미원조’을 내세우고 있다. 6·25전쟁에 중국이 참전한 것은 이 전쟁에 개입한 미국을 저지하기 위함이라는 모순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평화수호·침략반대’의 가치를 들고 북한군과 손을 잡았다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중국은 중공군이 평북 운산에서 국군 1사단을 기습 공격한 날인 10월 25일을 ‘항미원조전쟁 기념일’로 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19일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를 참관했다. 이날은 중국군이 압록강을 넘어 한반도 땅을 밟았던 날이다. 시 주석은 2010년 10월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미원조 작전 60주년 좌담회’에서 “항미원조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항미원조 명분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홍콩에서 나왔다. 홍콩 정치학자 데이비드 추이 박사는 중국의 기밀자료를 인용해 6·25전쟁을 재조명한 ‘조선전쟁에서 중국의 역할’ 논문에서 “6·25전쟁은 북한과 중국·소련이 만든 것이며 당시 김일성과 마오쩌둥은 남한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개입할 리 없다고 믿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논문은 중국이 미군과 관계없이 의도적으로 6·25전쟁에 개입했다는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결정적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해당 논문이 공개되자 중국은 11년 동안 추이 박사를 감옥에 감금했고 자료들을 기밀로 분류했다.
전문가들은 6·25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적대세력의 만행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옥남 진실화해위 비상임위원(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장)은 “북한군과 중공군의 민간인에 대한 만행은 잊어서는 안 되며 앞으로도 반드시 규명돼야할 사건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6·25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한 역사조작이다”며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가 명백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을 가해자로 본다는 것인데 이는 침략자인 중국이 주장해서는 안 될 역사왜곡이다”고 꼬집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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