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ing) Day, 주차장 한 칸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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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이의 도시인문학

주차공간을 일시적으로 공원화하는 파킹데이운동 美서 시작
공동체 소통과 교류 위한 도시의 지속가능성 실험으로 등장
다양한 일상의 공존을 허락하며 도시의 새 활력을 불어넣어

유영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21-12-08 09:26:06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의 저자 제인 제이콥스는 1950년대 미국 뉴욕 거리로 나가 피켓을 들고 일상을 위협하는 각종 개발에 저항했다. 그녀는 엄청난 수의 자동차를 수용하기 위한 시설이 첫 번째 고려사항이 되면 도시의 다른 용도들은 나머지 땅을 이용하게 돼 제한된 도시 계획이 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자동차는 우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고, 주차장 또한 복잡한 도심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시설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여전히 전 세계 주요 대도시는 주차난에 시달리며 늘어나는 자동차 수용에 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오히려 도심 과밀화와 환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심부의 자동차 통행을 감소 또는 통제하면서 도심 주변부의 주차난이 커지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픈 스페이스를 주차 공간으로 할애하는 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등장했다.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시민단체 Rebar에 의해 최초로 시작된 PARK(ing) DAY 운동은 공공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도로 가장자리 주차 공간에서의 24시간 미만 팝업(pop-up) 공원을 만든다. 흥미롭게도 이 프로젝트는 측량 오류로 인해 존재하는 뉴욕시의 작고 불규칙한 모양의 부지에 설치물을 만든 한 예술가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차 공간의 일시적 공원화를 통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목적을 둔다. 현재 국제적인 캠페인으로 확장돼 9월 셋째주 금요일을 파킹 데이로 권장하고 있으며 2011년 파킹 데이 참여를 위한 매뉴얼을 제작, 배포함으로써 점차 확장해왔다.

▲파킹데이는 잠시 멈추고 머물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지향한다. ©myparkingday.org

파킹 데이 매뉴얼(Parking day manual)은 주차 공간을 일시적으로 점유해 공원을 만들고 이를 공동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전반적인 과정을 설명한다. 특히 주차 공간 사용을 위한 합법적인 틀 안에서 캠페인 참여를 권장한다. 점유하는 시간 동안 주차료를 지불하고 공원의 설치와 해체 시 도시 환경을 저해하는 재료와 방법을 사용하지 않도록 강조한다.

특히 캠페인이 자동차나 도시 행정력에 저항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긍정적 움직임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다룬다.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그늘, 서로 마주할 수 있는 장소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분위기가 짧은 시간동안 자동차 공간을 대신하는 것이 파킹 데이의 취지다. 구경하는 이들에게 파킹 데이의 의의를 설명하고 공원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행위를 통해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주체적 활동을 장려한다. 창의적이고 상징적인 파킹 데이의 시공간은 자동차의 영역을 일시적으로 점유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의 교류를 위한 장소가 된다. 한 대의 자동차를 위한 제도적 공간이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에 의해 도시의 일상적 영역으로 자리한다.

▲파킹데이를 통해 자동차 주차면 한칸에 도시의 새로운 활력이 채워진다. ©wikimedia commons

주차장이었던 도시 경관의 지속가능성을 팝업 공원으로 선보인 파킹 데이는 공공 공간에 대한 관심을 제고했다. 자동차 공간과 사람의 공간이 대적하는 구도가 아닌 시간을 통해 교차하고 변환하는 도시의 유연성을 과정과 결과로서 입증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등 미국 전역으로 확장한 파킹 데이 운동의 영향으로 2010년대 샌프란시스코 주정부는 도로 또는 주차장을 영구적 공원 및 광장으로 조성하는 ‘Pavement to Parks’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주차 공간은 ’자동차의 주차를 위한 시설‘이라는 주차장법상 정의에 상응하며 사람과 일상보다는 자동차를 위한 기능적 공간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기계를 위한 황량한 공간으로 인식되던 주차장이 회복과 일상의 대안 공간으로 일정 시간 동안 ’살아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주차장은 아무도 살 수 없는 죽음을 위한 메마른 지역으로 오해받았던 것과 달리 오히려 삶을 위한 대안 공간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 사고로 인해 도시 생활의 위협적 요소로 간주되어 철저한 분리를 지향했던 과거 도시계획의 목표와 달리 자동차 공간과 일상 공간의 경계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모습이 나타난다. 사회적 구조 안에서 탄생한 시스템으로서 자동차 보관 기능이 우선인 주차장이 도시 구성원들의 대안적 장소로 자리 잡으며 주차 공간의 유연성이 확보되고 있다. 선을 긋고 담을 쌓는 방식이 아닌 이동을 위한 일상과 다른 일상의 공존을 허락하며 공간의 구획 또한 이분법적 양상이 아닌 관찰과 합의를 통해 모두를 위한 장소라는 결론에 이른다.

주차하는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은 자동차를 위한 한 칸을 녹색 공원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우리의 일상이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서 캠핑을 하고 전기차가 증가하며 노트북을 연결해 차 안을 사무실로 이용하는 생활이 가능해지고 있는 변화는 주차장에서의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케한다. 자동차를 위한 주차장 작은 한 칸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일. 나아가 도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작은 변화의 공간을 찾아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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