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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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뉴질랜드 이어 호주·영국·캐나다 불참 선언
“중국은 신장위구르 인권 유린 중단하라” 압박
인권선진국 도움받아 인권국 된 한국도 나서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2-10 00:02:02

문재인정부가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을 위시한 주요 국가들이 잇따라 2022베이징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어서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참석하되 외교적·공식적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중국으로서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 출범에 앞서 자국 개최 동계올림픽을 대대적 축제의 장으로 활용하려던 계획이 틀어지게 된 셈이다.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은 각각 동맹국들을 결속하며 자국과 행보를 같이 하길 바라고 있다. 미국은 9, 10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함께하는 110개국을 초청해 사상 첫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고 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목표는 세계 각국의 권위주의와 부패, 인권 유린에 맞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한 등 65개국에 800만명이 정치범으로 수감돼 있다”면서 미국은 정치범을 수감한 정부들에 이들의 석방을 직접 요구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를 통해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중국대로 인구 14억명이 넘는 거대 시장을 무기로 각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물류 대란을 부른 자동차용 요소수 고갈 사태도 실상은 중국이 인위적으로 수출을 통제해 한국을 자국의 영향권 안에 두려는 외교적 압박의 일환이다. 중국에 알아서 기는 행보를 보여준 문재인정부는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소극적 입장만 밝힌 상태다.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중 4개국을 모아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려던 문 정부의 구상은 이미 물 건너갔다. 참가 자격도 없는 북한을 포함한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었고, 비핵화가 한 치의 진전도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종전선언을 추진한 것이 패착이었다.

미국의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엔 뉴질랜드가 가장 먼저 동참을 선언했다. 이어 미국과 함께 대중 견제를 위한 외교안보 3국 협의체인 호주·영국 등 오커스(AUKUS) 회원국이 뜻을 모았다.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와 함께 미국의 안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멤버인 캐나다도 어제 보이콧을 선언했다. 아시아에선 미국의 군사동맹인 일본이 예견됐던 각료(장관급) 파견을 보류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세계인의 평화 제전이라는 올림픽에 정치 문제가 개입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국은 “미국은 스포츠를 정치화하고 동계올림픽을 파괴하는 언행을 멈춰야 한다”며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국 측에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다”며 “미국에 엄정한 항의를 했으며, 앞으로 결연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화의 제전을 치르는 나라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제노사이드(대량학살)를 저지르는 국제범죄를 모른 척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북한과 함께 인류의 문명과 인권 수준을 후퇴시키는 대표적 국가다. 권력자의 임기는 권력자 마음대로 늘릴 수 있고, 정적 제거는 법외(法外) 권력으로 임의로 집행되고, 언론 자유는 개념조차 없고, 국민의 주권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리고 툭하면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이웃나라를 겁박하는 게 다반사다. 민주주의 선도 국가들이 베이징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고 나선 것은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내 인권 문제를 환기하려는 데 있다.

권위주의 정권 때 미국 등 인권 선진국의 도움을 받으며 인권을 신장해온 대한민국이 모른 척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유엔은 지난달 북한이 인권 침해와 유린을 중단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17년 연속 채택했지만 문 정부는 3년째 불참했다. 인권인가, 반인권·독재 옹호인가. 이제 한국의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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