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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9년 전의 정권재창출 재현될까

정권교체 여론 높았지만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에도 박근혜 승리

실업률‧물가 등 전통적 대선 이슈보다 네거티브 증오 마케팅 득세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2-25 17:59:26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
“이는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네 오른손을 붙들고 네게 이르시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도우리라 할 것임이니라” <이사야 41 : 13>
 
3개월 남짓 남은 대선고지를 향해 뛰는 대선 후보들을 보며 어린 시절 선거 때가 떠오른다.
 
동서고금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효과를 미쳤던 구호는 뭘까. 필자가 기억하기엔 “못 살겠다 갈아보자”인 듯싶다. 1956년 자유당 이승만‧이기붕 조에 맞선 민주당 신익희‧장면 팀의 걸작이었다. 이후에도 이 같은 구호가 선거 때만 되면 귀에 익은 단골 구호로 등장하기도 했다. 2004년 총선 직전 노회찬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같은 불판에 50년간 삼겹살 구우면 시커멓게 된다. 판을 통째로 갈자” 발언이 당시 서민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민노당이 의석 10석을 차지하며 등원한 바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성공의 공통점은 ‘살림살이’다. 먹고 사는 문제, 경제다. 기존 세력의 성과에 대한 야권의 회고적 비판과 도전, 약자도와주기 심리가 유권자를 흡인하기엔 좀 더 유리했던 심리적 지형도 발견된다. 그러나 우리 대선에선 이상하리만치 경제가 승부를 가를 빅 이슈로 부각된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라가 부도난 1997년 대선에서조차 김대중의 최종 승리는 DJP연합, 이인제의 이회창 표 잠식(분열) 등 정치구도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대선 역시 재난지원금,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티격태격하고 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대세를 좌우할 변수로 부상하지는 못한다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기는 하겠지만 내년 대선 역시 괴물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 실업률, 인플레이션, 물가, 경기 등 전통적인 대선의 변수가 원론 그대로 작용하기 쉽지 않은 미증유의 위기다. 특히 정치권력이 사회를 극단의 진영으로 나눠놓아 네거티브 증오 마케팅만이 득세한 것은 최악의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민의 혈세를 뽑아 채운 국가의 곳간이 정부의, 그리고 정치권의 쌈짓돈 지갑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허구한 날 정치권이 추가, 재추가, 또 재추가의 재난지원금을 두고 현금살포 전쟁을 벌일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해서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표를 의식, 반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돈으로 표를 사서 정권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그 속마음을 국민들 누가 모르겠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표를 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권이 국민적 합의를 무시하고 정략적으로 ‘난폭운전’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양심과 결합한 제왕적 ‘87헌법 체제’다. 민주화 운동(?)으로 쟁취한 직선제를 골자로 한 87체제에선 대통령이, 정부가, 그리고 다수 정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의적 결정 하에서 밀어붙일 수 있다. 특히 단독 과반의 여당을 등에 업은 문재인정부의 힘은 막강하기 이를 데 없다.
 
주지하다시피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쭉 일방통행식 폭주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최근 들어서도 재난지원금처럼 다수의 힘으로 너무나 손쉽게 정치적 결정을 내린 사례가 부지기수다. 그리고 산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급격하게 상향조정해 국제사회에 공표한 게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의 비핵화, 주한미군 철수 요구, 한미동맹 약화 우려 등 복잡한 문제와 연계된 한국전쟁 종전선언 추진도 야당과의 합의나 국민 설득 과정 없이 문재인정부가 독주하는 단골 아이템이다.
 
가계 부채를 관리하겠다며 금융가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으로 갑작스럽게 전방위 대출 규제에 개입하는 정부의 ‘지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징벌적인 세금폭탄 부과로 면피하려는 술책도 마찬가지다. 이어 종부세, 재산세, 양도세, 증여세, 상속세 등 세금이란 세금은 모조리 다 올리는 바람에 국민은 가렴주구(苛斂誅求)를 매일매일 실감해야만 한다. 많은 생각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이런 조짐을 느낀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정권교체 열망이 있기 때문에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권교체 열망이 커서 정권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김 위원장의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기대와 달리 야당 후보 주변에 관한 의혹뿐만 아니라 말실수로 신뢰감에 금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와중에 방만한 선대위를 날렵하게 갈아치우고, ‘내로남불’의 오명을 남긴 ‘조국의 강’을 건너고, 청와대가 자화자찬 하던 K방역을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자영업자 손실 보상에 앞장서고, 다주택자 중과세와 공시지가 현실화, 유예카드까지 꺼내 문제인정부 부동산 정책 전부 뒤집기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굴욕적이라고 비판받아온 대북 유화정책을 실용외교로 갈아치우고,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에 발 맞춰 탈원전 정책까지 철회한다고 가정하면 국민이 이 후보 당선도 정권교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비해 정치적 달인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후보는 ‘이재명정권’을 강조하며 정권 지속을 의도적으로 구분해왔다. 이 후보의 이 같은 행태를 보면서 과거 9년 전 이명박‧박근혜의 선거전이 떠오르며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든다. 그 당시에도 국민은 이명박정부 5년 동안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했던 박근혜 후보의 당선도 정권교체라고 인식했다. 그리고 지금 비문(非文) 이재명 후보가 그 전략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명박의 청와대가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의 청와대의 묵인 속에서 말이다.
 
따라서 야당의 문재인 때리기와 ‘문재명(문재인+이재명) 전략’은 9년 전처럼 먹히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소 엉뚱한 말이 되겠지만 삼권분립의 관점에서 이제는 지나치게 비대해진 입법부의 권한도 통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의원내각제도 아닌데 국회의원들이 겸직으로 장관직을 다수 차지함으로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고 있다. 행정부를 감독해야 할 입법부의 의원이 겸직이 된다면 과연 제대로 된 국정감사가 이뤄질 수 있을까. 특히 장관이 해당 부처의 국회 상임위원이 되는 것을 보면 선수심판론이 떠오른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정치권은 국민보다 정권 쟁취를 위해 난투극을 벌이고, 국민은 위기를 느끼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속을 수는 없는데,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국민을 보면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만 들면 되는 야당이 분열조짐을 보이면서 국민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다. 최근 지지도 정체, 하락 상황을 놓고 이준석 당대표가 개인적인 의사라면서 ‘환장하겠다’는 표현을 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선대위원장 자리도 내놓았다. 하나로 뭉쳐도 정권교체가 힘든 판에, 환장할 정도인데, 당대표가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선대위원장을 사표 내려면 대표직까지 내려놓아야 한다. 대선은 나 몰라라 하고 총선 때 공천권을 쥐고 있겠다는 의도로 내비춰진다. 눈앞의 작은 것에 연연해 큰 것을 잃는 우매함을 버렸으면 한다.
 
‘진짜 환장’할 사람들은 김종인 위원장이 말한 정권교체를 바라는 절반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불륜 의혹에 이어 후보 아들의 불법도박 및 성매매 의혹을 거론하지만 윤 후보의 아내 경력 부풀리기 의혹도 만만찮다. 국민들은 피장파장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이 지금과는 다르지만 9년 전 대선 3개월을 앞두고 조사된 여론조사를 보면 이명박정부 지지도가 20% 중반인 상황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56.7%, 정권재창출이 35.3%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통령 당선인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까지 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아니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였다. 박 후보는 예상을 뒤엎고 108만 표차로 이겼다.
 
그 당시에도 김종인 위원장은 박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당시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민주당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프레임은 먹히지 않았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9년 전 상황이 현실로 될 수도 있다.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도 아니라고 자신 있게 부인할 수도 없다.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이 후보에 대해 비호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한 사람을 선택하려니 유권자인 국민은 곤혹스럽기만 하다. 결국 좋은 후보가 아니라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국민은 착잡하기만 하다. 누가 되든 미래가 걱정된다. 그러나 국민 위에 군림하며 독주하는 정권은 어떤 식으로든 퇴출시켜야 한다.
 
“내가 네 갈 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하리로다” <시편 32 : 8>
 
(전문가 칼럼의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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