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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한 체격 핸디캡을 극복해낸 슈터
아버지 특별 훈련으로 NBA 새 역사
2초에 5개 슛 쏘는 빠른 타이밍 강점
역대 최다 3점 슛 기록 깨뜨린 전설
재능과 노력을 초월해 즐기려는 자세
재능있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결코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스포츠계의 격언이 있다. 물론 즐길 수 있는 힘은 실력에서 비롯된다. 이는 비단 스포츠 세계에서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견의 여지조차 없는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최고의 3점 슈터로 평가되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GSW) 소속의 가드 스테픈 커리는 이 격언을 그대로 실천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1m91, 84kg인 커리는 신장 2m가 넘는 거인들이 즐비한 NBA에서 단신축에 속한다. 체격적으로는 다소 왜소한 편이다. 신장이 작으면 팔 길이도 짧기 때문에 신체적인 조건은 농구에서 절대적이다.
하지만 커리는 자신의 신체적인 핸디캡을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극복해냈기에 존경을 받을 만하다. 커리는 어려서부터 천직으로 여겨온 농구판에서 살아남으려고 남들보다 한 템포 빠른 슛 타이밍을 구사한다. 슛 타이밍이 빨라야 장신들의 마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3점 슛을 쏠 때 손에서 공이 떠나는 시간은 불과 0.4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쉽게 말해 2초에 무려 다섯 번의 3점 슛을 쏠 수 있다는 얘기다. NBA 특급 슈터의 경우에는 슛 타이밍이 0.55초 걸리는 게 보통이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3점 슛 통산 1위 등 3점 슛에 관한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커리는 NBA 챔피언 3회, 정규시즌 MVP 2회, 득점왕 2회, 올스타 7회에 올랐고 2015~16 시즌에는 정규시즌 3점 슛 402개를 퍼부어 NBA 사상 최초로 만장일치 MVP에 선정되며 명실상부한 NBA 대표 선수가 됐다. NBA 75년 역사를 통틀어 커리를 제외하면 시즌 3점 슛 400개는 말할 것도 없고 300개를 넘긴 선수조차도 없다. 코트 어느 곳에서 어떤 포즈로도 3점 슛을 성공시킬 수 있는 폭발력이 커리의 최대 강점이다.
현대 농구 패러다임 바꿔 놓아
커리는 겨울 스포츠인 NBA의 인기를 한층 끌어올림과 동시에 리그의 판도는 물론 3점 슛으로 현대 농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놓은 주인공이다. 농구는 득점을 해야 이기는 스포츠다. 따라서 득점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승리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선 가능하다면 림에서 먼 위치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슛을 던지는 것이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래서 3점보다는 2점이, 당연히 골밑 레이업이나 덩크 슛이 성공률이 높다. 그러므로 정교한 패스를 통해 골밑으로 근접해 안정적인 득점 찬스를 만드는 것이 모든 전략전술의 목표였다. 하지만 2점 슛보다 더 높은 성공률로 3점 슛을 성공시키는 선수가 등장한다면 이 공격패턴은 붕괴될 수밖에 없고,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이러한 플레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선수가 커리였다. 7.24m(양 측면은 6.7m) 거리 밖에서 던지는 커리의 3점 슛 성공률은 무려 45%에 달한다. 40%가 넘으면 특급슈터라고 불린다.
최다 3점슛 NBA 새 역사를 쓰다
커리는 18일 뉴욕 닉스와의 원정경기 1쿼터 7분 33초를 남기고 오른쪽 45도 지점에서 3점 슛을 성공시키면서 통산 2974번째 3점 슛을 터뜨려 레이 앨런(2014년 은퇴)이 갖고 있던 리그 개인 통산 최다 3점 슛 기록을 경신했다. 놀라운 점은 앨런보다 무려 511경기나 빠른 789경기만에 이 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경기당 3.78개라는 가공할 기록이다. 이후 매 경기 마다 7, 8개의 3점 슛기록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커리의 나이는 이제 33세에 불과해 기록을 얼마나 더 늘려놓을지 관심거리다. 적어도 3점 슛이라는 분야에서 만큼은 ‘농구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2003년 은퇴), 코비 브라이언트(2020년 1월 사망)같은 그 어떤 레전드라도 미칠 수 없는 영역에 이미 도달해 있다. 아주 조금의 공간만 나더라도 대충 쏘듯 아주 빠르게 휙 던지는데도 적중률이 높아 수비를 하는 상대팀 입장에선 그를 마크하는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는 존재다.
2010년 NBA에 데뷔한 그는 한 팀에 헌신하며 2015년에는 만년 약체로 통하는 GSW를 챔피언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다. 태평양 연안의 미항인 샌프란시스코를 연고로 하는 GSW를 상징하는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2017년 여름엔 한국을 찾아 모 방송국 ‘무한도전’에 출연해 하프라인에서의 3점 슛 등 묘기를 선보여 국내에도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피나는 노력과 열정이 있었음에
커리가 프로에 데뷔해서는 화려하게 꽃길을 걷고 있지만 슈퍼스타로 등극하는 데는 피나는 노력과 열정이 있었다. 아버지 델이 NBA 3점 슈터 출신이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농구공과 늘 가까이 있었지만 그의 농구 실력은 형편없었다. 고등학교까지 커리는 슛을 할 때 가슴 근처에서 던지는 이상한 폼이어서 늘 상대 수비에게 블록슛을 당했다고 한다. 단신인 탓에 오로지 슛 능력으로 존재감을 떨쳐야했던 커리는 계속 블록슛을 당하니 좌절도 많이 했지만 농구를 워낙 좋아하고 성실한 연습벌레였기 때문에 아버지의 특별 지도를 받고 농구를 다시 시작하다시피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아버지 델은 커리에게 공을 머리 위에서 던지도록 교정한 결과 현재의 슛 폼이 만들어졌다. 커리는 팔이 안 올라갈 때까지 매일 밤늦도록 강훈련을 반복했고,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했다. 손목의 힘과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몇 년간의 특별훈련과 함께 피나는 연습 끝에 슛 폼을 바꿀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NBA 역사를 바꾼 신의 한 수가 됐다.
농구 무명대학 입학에 오기 발동
커리는 체격이 왜소한 탓에 딱히 그를 데려가려고 하는 대학은 아무 곳도 없었다. 커리는 아버지가 졸업한 농구 명문인 버지니아 공대를 가고 싶어 했지만 장학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결국 농구계에서는 철저한 무명인 데이비슨 대학에 입학해야만 했다. 커리가 농구 인생에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부분이다. 결국 이것이 커리에게는 자극제가 되고 오기가 발동해 피나는 훈련을 반복했고, 빅스타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 커리를 단순히 뛰어난 슈터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몸싸움과 골밑 마무리, 드리블 등의 기술을 꾸준한 웨이트와 집중훈련을 통해 진화시킨 노력파이기도 하다. 더구나 아버지로부터 받은 천부적인 운동재능에다 꾸준한 노력을 더했고, 이제는 개인기록이나 타이틀에도 초연할 정도로 농구를 즐기고 있는 커리다.
성실한 가장으로 소문난 슈퍼스타
NBA에서 최고 연봉인 4578만달러(한화 약 504억원)를 받고 있는 그는 대학시절부터 3점 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아프리카 지역에 모기장 3장을 보내는 ‘Nothing but nets’ 운동에 앞장섰으며, 여학생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들어 자선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커리는 스캔들이 전혀 없는 세 자녀의 성실한 가장으로 정평 나 있다. 쉬는 날 식구들 식사는 커리가 전담한다고 한다. ‘3점 슛 도사’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커리는 PGA 2부 투어에도 출전한 바 있는 공인 핸디캡 1의 골프 실력에다 훌륭한 인성마저 갖첬다. 부러움을 사는 선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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