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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이의 도시인문학

삶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광장의 미덕

도시재생 허브로서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

자투리 공간, 주차장 등 활용 다양한 광장들 등장

시대와 사회를 반영, 포용적인 도시로 가꿔나가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1-05 09:47:49

 
▲유영이 도시공간문화 전문 칼럼니스트
광장(廣場), 우리 말 그대로의 너른 공간을 의미한다. 광장을 뜻하는 영어 단어 plaza의 어원에도 넓은 길이나 공간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넓은 장소를 광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몇몇 학자들은 광장의 성립 조건은 건물이 둘러싸여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건물이 감싸고 있는 넓은 공간이 비로소 광장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광장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너른 공간과 상응하지 않는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에 다목적광장, 만남의 광장, 체육공원, 어린이공원 등이 떠오른다. 이 명칭들이 광장이 만들어진 배경과 그 기능을 직접적으로 알려준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Putnam Triangle Plaza는 이름 그대로 사거리 도로에 인접한 자투리 공간인 삼각형 모양대로 공원이 조성됐다. 조성 단계에서부터 주민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반영하며 도시재생을 위한 허브로 기능한다. 주차하거나 걸어서 지나치는 공간이었던 이 작은 면적에 녹지를 조성하고, 이동식 테이블을 두어 지역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만남의 장소를 만들었다. 실제 현지 연구 결과 주민들은 이 광장 덕분에 인근 주민의 야외 활동이 증가했고 여성 치안이 강화돼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고 응답하는 등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삼각형 섬과 도로를 연결한 공간은 지역 사회를 위한 작은 광장으로 작동한다. [ATELIER STARZAK STREBICKI]
  
자투리 공간의 변신이 있다면 폴란드 포즈난(Poznań) 시에는 주차장을 광장으로 재탄생시킨 사례가 있다. 주차장으로만 사용되었던 시청 중정 공간을 시민들을 위한 광장으로 바꾸어 휴식과 전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동식으로 만들어진 플랜트이자 벤치는 앉기, 눕기, 계단형 모임 등 다양한 행위를 가능케 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다. 중정이라는 유럽의 건축적 문화에서 비롯된 중정 공간을 시민을 위한 광장으로 조성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양한 국외 관 주도형 사례와 비교해, 국내의 경우 지하철 출구를 중심으로 소규모 광장이 조성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서울 7호선 면목역 광장은 2006년도에 중랑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낙후된 시가지 중심에 오픈 스페이스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조성되었다. 일차적으로 주민들을 위한 벤치와 운동 시설이 조성되었고 2018년도에 추가로 야외무대, 시정 홍보를 위한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었다. 여느 역 주변과 비슷하게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대화하는 행태가 관찰되며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교통의 결절점으로 작동한다. 형태적으로는 세 면이 개방돼 있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으로 활용되고 주민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소규모 광장들은 지역 재생의 허브로서 커뮤니티 교류의 장으로 조성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소규모 광장은 도시나 국가를 대표하기보다 ‘동네’ 차원의 커뮤니티 교류의 장으로서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 때문에 휴식 기능을 중심으로 벤치나 놀이, 운동 등 프로그램을 포함하지만 작은 면적 때문에 가변적인 시설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형태적으로는 역 주변이나 교차로의 삼각형 모퉁이, 중정 등 기존에 소홀히 여겨지던 공간이 광장으로 조성되는 특징이 나타난다.
 
▲바퀴 달린 이동형 벤치는 의자, 무대, 전시대 등 다양한 구성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NYC.gov]
  
광화문 광장과 같은 대규모 광장은 강한 종교적, 문화적, 국가적 기능을 갖는 만큼 대규모 행사에 용이하고, 커뮤니티보다는 익명성이 보장될 수 있다. 반면 공원의 면적이 작아지면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나타난다. 소규모 광장의 경우 지역 재생의 일환으로 조성돼 방치된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단순히 너른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 광장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시대와 사회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광장은 그 모습을 달리 해왔다. 시내 한복판에 있어 외국인 친구에게 소개할 대표적 명소로 자리 잡는다. 줄넘기를 위해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는 거리인 집 근처이기도 하면서 출퇴근길에 광장인지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무심했던 지하철역과 환승센터의 근처일 수도 있다. 결국 광장의 모양새는 시대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즉 우리네 삶의 모습과 닮아간다.
 
그래서 광장은 다양하다. 그리고 우리는 광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대광장에서부터 나와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소규모 광장까지 결국 광장은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나와 같은 동네를 공유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치는 장소이다. 우리 삶의 다양성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 모두에게 열려있는 광장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인 것이다. 광장은 도시를 담고 세상을 마주한다.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여러 규모의 광장이 도시에 필요한 이유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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