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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상정돼 국내외 시선이 집중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활동을 펼쳤다고 주장하며 명성을 올려 국회에까지 입성했던 윤 의원이었기에 특히 일본의 관심은 지대했다.
비록 윤 의원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유용 의혹 사건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의원직이 제명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한일관계에 적잖은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자칫 반세기에 걸친 위안부 지원 활동 전체가 ‘허위’로 규정돼 과거사 문제를 부인하려는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목소리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가짜 피해자’ 뉘앙스 주장 내놓은 尹
“윤미향, 뻔뻔하고 능글맞은 게 한국인스럽다.” 윤 의원이 정의연 의혹이 첫 제기된 직후인 2020년 6월 극우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이 내놓은 반응이었다. 신문은 ‘한국답게 추궁을 계속할 것인가’라는 칼럼에서 구체적으로 “윤 씨에게선 변명, 자기정당화, 정색하기, 강한 억지, 뻔뻔함 등 입장이 곤란해졌을 때 한국인에게 흔한 언행과 태도가 보였다”며 “윤 씨의 경우 여기에 능글맞음까지 더해져 많은 시민들로부터 ‘어디까지 뻔뻔할 수 있는가’라는 비판이 들린다”고 했다.
또 “(정의연)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 씨는 위안부 피해자뿐만 아니라 모금‧기부를 해온 초중고생 등 시민들 선의를 이용하고 속였던 것이다. 촛불집회를 일으켜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한국 시민. 그런 한국다움으로 한국다운 윤 씨에 대한 추궁을 계속할 것인지 눈을 뗄 수 없다”고 신랄히 조롱했다.
윤 의원 의혹을 제기한 건 다름 아닌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였다. 그는 2020년 5월7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집회 성금‧기금 등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쓰인 적이 없었다며 윤미향 당시 21대 총선 당선인이 국회의원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에 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했던 이 할머니는 또 수요집회가 학생들에게 일본에 대한 증오‧상처만을 가르친다며 “올바른 역사교육을 받은 한일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대화를 해야 (과거사) 문제가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유사 주장이 잇따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위안부 지원활동가들이 순수한 마음이 아닌 출세 차원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한다면서 많은 이들이 과거사 분야의 ‘대기업’ 격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연 전신)를 거쳐 요직으로 떠났는데 윤 의원마저 국회의원 배지를 달자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기부금 횡령 의혹 심증을 갖고 있던 이 할머니는 2020년 3월 윤 의원에게 전화해 “만나서 얘기하자. 아니면 기자회견까지 하겠다”고 따지자 윤 의원이 “할 수 있으면 해봐라”는 대답만 남겼다고 증언한 바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 할머니의 첫 기자회견으로부터 약 2주일 뒤에 급작스레 이뤄졌다. 당시 윤 의원은 용서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010년 무렵부터 이미 주변에 횡령 의혹을 제기해왔던 이 할머니 입장은 완고했다. 그는 같은해 5월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 (윤 의원이) 이용해먹고 뻔뻔히 눈물 흘리는데 그건 가짜눈물”이라며 “정대협은 모금이 끝나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배고프다고 하면 ‘돈 없다’고 하는 단체다. (학생들) 돼지저금통에서 나오는 돈까지 챙겼다”고 했다.
윤 의원은 나흘 뒤인 5월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게 미숙한 점이 있었던 건 인정한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지만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는 앞서 자신의 SNS에서 “‘제(이 할머니)가 피해자가 아니고 제 친구가요’라고 전화한 게 이 할머니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고 주장해 마치 이 할머니를 ‘가짜 피해자’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윤 의원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장진영 변호사는 “참을 수 없는 피해자 모욕이다”고 지적했다.
尹에 맞장구치며 ‘위안부 피해자=친일파+보수’ 논리 내세운 與
윤 의원 주장을 두고 자민당 등 일본 극우세력이 언급하는 ‘신뢰성 없는 피해자 증언’과 유사한 논리 아니냐는 우려도 잇따랐다. 대표적 우익인사로 꼽혔던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시장은 2013년 5월 도쿄에서 열린 외신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강제연행 피해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 위안부 관련 일본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고노담화를 만들 때도 강제연행 증언을 뒷받침할만한 확립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할머니의 주장에 관해서는 다른 위안부 피해자들까지 지지 입장을 표명하면서 신뢰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수 피해자들은 2020년 5월 언론인터뷰에서 “정대협은 그간 과일 몇 번 사왔을 뿐 내 계좌로 1000원 한 장 보낸 적 없다”거나 “정대협이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돈을 받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치를 떨었다”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 할머니는 윤 의원을 ‘도둑X’으로 지칭하기도 했으며 다른 할머니는 “엊그제 정의연이 49억원을 받았다고 TV에 나오는 걸 봤다. 어디에다 썼는지 영수증을 내놔야 한다”고 일갈했다.
민주당도 윤 의원을 두둔하면서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친일파의 목소리’로 몰아갔다. 2020년 5월 김상희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은 성명에서 윤 의원 의혹 제기는 “친일 반인권‧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는 공세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은 “윤미향을 향한 비판은 보수 망나니의 칼춤”이라고 했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윤 의원 등은 지난해 8월 위안부 피해자‧유족뿐만 아니라 ‘위안부 관련 단체에 대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도 징역형으로 다스리는 내용의 이른바 ‘윤미향 보호법(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해 물의를 빚었다.
여권의 이러한 행태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보수 망나니’나 ‘친일파’로 규정하고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려는 셈이 돼 여당에서도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높아졌다. 조응천 의원은 “섣불리 진영 간 대립을 촉발하는 행태는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돌연 대선‧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마치 표심용이라고 광고라도 하듯 윤 의원 제명을 추진해 더 큰 국제망신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제명 추진에 앞서 위안부 피해자를 향해 쏟아냈던 ‘망언들’부터 사과해야 일본 극우세력 준동‧조롱을 막고 올바른 한일관계를 정립할 수 있지 않겠냐는 조언도 잇따른다. 야권에서는 ‘윤미향 방지법’ 등을 통해 제명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미향 방지법’은 시민단체 예산 투명성‧책임성을 강화해 공금유용‧회계부정 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게 골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달 25일 SNS에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국민이 보낸 후원금을 사적으로 가로챈다는 건 일반인 상식으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할 일이지만 민주당 등은 윤 의원을 옹호했다”며 “민주당은 선거가 임박하자 윤 의원을 제명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그간의 태도를 철저히 사과하고 ‘윤미향 방지법’에 나서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6월 민주당이 윤 의원을 출당시킬 당시 기부금 유용 의혹은 언급하지 않고 부동산 투기 의혹만을 거론했던 점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윤 의원은 배우자의 부동산 명의신탁 혐의를 샀지만 지난해 11월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기재 동국대 겸임교수는 “(윤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출당)한 건 부동산 문제 때문이지 기부금 전용 의혹에 대한 어떤 징계도 (민주당에서) 받지 않았다”며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라고 민주당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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