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왕이 만난 왜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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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유례왕이 만난 왜의 실체

미추왕의 실각에 대항한 부산동래 북천동고분군 세력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2-02 17:39:13

신라 14대 유례왕은 조분왕(11대)의 아들로 석씨왕조를 회복한 왕이다. 김씨 미추왕(13대)으로 넘어간 왕통을 다시금 석씨로 되돌려 놓는다. 『삼국사기』는 미추왕이 사망해 유례왕이 왕위를 이은 것으로 기록하나, 『신라사초』는 미추왕이 살아생전에 유례왕에게 양위한 것으로 나온다. 왕위승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얘기로 미추왕은 어떤 사유에 의해 실각한다.

특히 유례왕은 즉위직후 이찬 홍권(弘權)을 서불한에 임명하고 정사를 위임하는데(伊飡弘權爲舒弗邯委以機務), 바로 홍권이 미추왕을 실각시키고 유례왕을 옹립한 실세 관료이다. 유례왕의 홍권정권이다. 다만 홍권은 앞서 미추왕의 생부인 장훤(오환족 계통)과 달리 신라 내부출신으로 추정된다.

왜의 공격 기록

그런데 유례왕은 재위기간 내내 왜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으며 상당한 시달림을 당한다. 『삼국사기』 기록이다.

기록에 등장하는 왜는 왜인과 왜병이다. 왜인은 일반인이지만 왜병은 정규군이다. 왜병의 표현은 당시 왜가 국가체제를 갖춘 집단임을 시사한다.

왜는 누구일까? 특히 두 번째 기록은 왜의 침입에 대비해 선박를 수리한 내용을 적고 있있다. 왜 역시 선박을 이용해 신라를 침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왜가 침공한 사도성(沙道城)과 장봉성(長峯城)은 각각 포항과 울산 정도로 추정돼(사도성을 경북 영덕으로 보는 견해도 있음) 왜의 침공로는 신라 해안가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는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열도세력일까?

뜻밖의 단서가 『신라사초』에 나온다. 『삼국사기』 ②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수로(水路)의 전언에 왜(倭)가 올 것이라 해 배와 노를 수선하고 갑병을 대기시켰으나 끝내 오지 않았다. 당시 북쪽에는 고구려와 말갈이 있고 남쪽에는 왜구(倭寇)가 있으며 부여(백제) 또한 수차례 배반하다 돌아오니 나라에서 이를 걱정했다(水路傳言倭至理舟楫繕甲兵而待竟不至時北有句麗末曷南有倭寇夫余亦數反復國家憂之).’ 왜는 일본열도세력이 아닌 신라의 남쪽에 있는 한반도세력이다. 바로 부산 동래에 소재한 임나이다.

미추왕의 실각에 대항한 왜

그렇다면 왜(임나)가 신라를 공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유례왕 시기에 집중해서 침공했을까?

이유는 단 하나다. 미추왕의 실각에 대항해 왜가 보복차원에서 신라를 공격한 것이다. 이 시기 왜는 부산 동래 복천동고분군의 덧널무덤(목곽묘) 조성세력으로 미추왕을 옹립한 오환족(구루돈 집단)의 장훤과 마찬가지로 같은 계열의 오환족 출신이다. 미추왕이 실각하자 이에 대항해 이들이 시간 격차를 두고 유례왕을 집중해서 공격한다. 아마도 왜는 미추왕을 재옹립하려 한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