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단일화 드라마 이룬 尹‧安… 요동치는 대선 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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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安, 국회 기자회견서 단일화 전격 선언 “통합정부 구성”
安, 尹과 비전 공유 후 “사퇴하겠다”… 입각 가능성도 내놔
대선링 요동 불가피… “尹 지지율 오를 것” vs “역풍 올 것”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3-03 11:47:58

▲ 3일 서울 여의도 소통관에서 단일화를 선언한 국민의힘 윤석열(왼쪽),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손을 맞잡고 있다. [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파행을 거듭하던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됐다. 손을 맞잡은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윤 후보로의 단일화를 전격 선언하고 합당‧통합정부 구성 등 비전을 공개했다.

두 사람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늘 단일화 선언으로 완벽한 정권교체가 실현될 것임을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우리는 원팀이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며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부를 만들겠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 오직 국민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 변화‧혁신을 위한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지향하는 정부는 ‘국민통합정부’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공동선언문에서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지향적이고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라며 미래‧개혁‧실용‧방역‧통합 등 키워드를 바탕으로 이념과잉‧진영논리를 극복하고 시장친화적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특히 ‘정치방역’이 아닌 과학방역을 추구하고 분열이 아닌 통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 신속한 합당도 예고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을 더 실용적인 중도정당으로 만드는데 공헌하고 싶다. 그래야 더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는 대중정당이 된다”고 했다. 책임총리제 등도 시사했다. 이들은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 혼자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아닐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고 역사와 국민 뜻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안 후보는 윤 후보 당선 시 입각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며 이 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정권교체에 몸 바친 사람이다. 제 개인적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에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간 입법활동은 했지만 행정업무는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행정업무가 입각을 고려한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부인하는 대신 “제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게 국민께 정말로 도움이 되는 일인지 더 고민이 필요하다. 여러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며 여지를 남겼다.

인수위 참여 입장도 내놨다. 안 후보는 “인수위는 공약들을 갖고 실현가능한지, 실제로 재정추계가 정확하고 재정을 갖고 올 부분이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라며 “함께 모여 인수위에서 논의하면 보다 더 대한민국을 위해 더 좋은 안을 만들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답보 상태였던 단일화는 2일 밤 대선후보 TV토론 직후부터 급물살을 탔다. 안 후보는 마지막 법정 TV토론이 끝나자마자 윤 후보에게 만남을 제의했다. 참모들과 논의한 윤 후보는 수락했으며 두 사람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매형 집으로 이동해 약 2시간30분가량 회동했다.

장 의원 매형은 카이스트 교수 출신으로 안 후보와 친분이 있는 사이다. 두 사람은 경호원을 배제한 채 장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만 배석시킬 정도로 보안을 기했다. 안 후보의 단일화 결심은 이 의원만 알고 있었다. 안 후보는 윤 후보와 국정운영‧정치철학 등을 공유한 뒤 윤 후보 지지 입장을 굳혔다. 두 후보가 자리를 뜨자 장제원‧이태규 의원이 합의문 세부문구 등을 조정했다. 조정이 끝나자 안 후보는 3일 새벽 3시께 측근들에게 단일화 입장을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안 후보의 결심 배경에는 ‘정권교체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한다’는 여론 압박이 있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가 최근 안 후보 지지를 철회하는 등 조야에서는 단일화 촉구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단일화가 늦어 국민께 죄송하다. 늦은 만큼 쉬지 않고 끝까지 확실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TV토론에서 ‘빨간색 넥타이’를 메고 나온 점을 두고 이미 결심을 굳혔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 소식에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다. 특히 안 후보와 각을 세워왔던 이준석 대표도 “따뜻하게 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3일 자신의 SNS에서 “정권교체 대의를 위해 국민의힘 일원이 되기로 큰 결정을 내린 안 대표와 국민의당 구성원들을 환영한다”며 “공정한 경쟁 원칙은 국민의당 출신들을 포함해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적용될 것이다.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 정치활동이 지방선거 등에서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야권 후보단일화로 인해 대선 판도는 요동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 지지층 상당수를 흡수할 수 있게 된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초박빙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단일화 반발 작용으로 이 후보 지지층이 한층 결집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후보 지지율이 더 오를 여지가 생겼다”며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데 어떤 역풍이 인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분석했다. 반면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사전투표 전날 단일화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희롱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