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보험사들이 요즘 보험 가입자의 민원을 대신 해결해주겠다는 브로커 업체(이하 민원대행업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차원에서 고소·고발 등으로 강경 대응 중이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에는 적발 조차 쉽지 않다. 일부 보험 소비자는 그 불법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피해 사례가 줄줄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달 9일 한 민원대행업체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법성을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생명·손해보험협회는 해당 업체를 2019년 12월 형사고발했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이 민원대행업체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이미 지난해 7월 서울남부지법의이 벌금 3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내렸으나 민원대행업체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이같은 판결이 나온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민원대행업체는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온라인 동영상 등을 통한 홍보로 민원인을 모집해, 착수금 10만원과 환급금의 10%를 성공 보수로 받는 영업행위를 해왔다. 보험 가입자의 민원이 정당한지,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이 수용될지 등을 고려하지 않고 민원 제기를 부추겨 사사로운 이익을 챙긴 셈이다.
민원서류에는 허위 작성이 의심되는 내용도 적잖이 발견됐다. 예컨대 민원서류에는 보험사가 미승인한 보험상품 설명자료를 설계사가 소비자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을 기재하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일정한 틀에 맞춰 민원서류를 작성하느라, 비슷한 성격의 다른 민원에 썼던 내용이 그대로 또는 제대로 수정되지 않고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법원의 약식 명령을 받고도 정식 재판 청구 후 판결 선고 전까지 약 6개월 동안 민원인을 모집하고 착수금과 성공 보수를 요구·수령하는 불법적 영업을 지속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민원대행업체는 정식 재판에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는 보험 관련 불만·분쟁 민원을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에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하면 생·손보협회 상담센터나 민간 시민단체 등에 무료로 도움·상담을 요청하거나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다.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전문 법무법인이나 개인 변호사 등에 상담·지원을 요청해서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보험은 보험사와 가입자간 계약 이전에 가입자 상호간에도 상부상조 정신이 깔려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근대 이후 계약(약속) 단위와 규모가 커지고 특정 회사가 지급을 담당하면서 상부상조 정신이 적잖이 퇴색하기는 했지만 아직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판단된다. 불법적·비정상적으로 과도한 보험금을 받아 챙기는 개인·단체가 많다면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즉 누군가 부당하게 많은 보험금을 챙겨간다면 내 몫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가입자라는 공동체에 피해를 입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보험업계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십년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낸 가입자가 정작 필요할 때 보상을 받지 못하고, 보험사가 민원 제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각종 소송을 남발하는 것 역시 선결해야할 과제다.
건전한 시장 질서를 흩트리는 민원대행에 강력 대응하는 한편, 이들의 불법성을 알지 못한 채 당장 작은 도움이라도 얻어 보험금을 찾고 싶어하는 가입자들의 절박한 심경도 헤아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