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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 동안 지방을 활성화시켜 국토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정부 정책은 실패했다. 수도권 인구과밀 현상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사람들이 서울특별시·경기도·인천광역시로 몰리며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소멸될 위험에 처해진다. 2월 초 행정안전부는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향후 10년간 매년 1조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광역자치단체에 25%, 기초자치단체에 75%를 각각 배분한다.
지방소멸대응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소위 말하는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데 기초자치단체뿐 아니라 광역자치단체도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226개 시·군의 자치행정을 평가하려는 이유다.
인천부터 시작 후 서울 마지막 평가… 다양한 변수로 지방선거 결과 예측 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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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6·1 지방선거까지 60여일밖에 남지 않아 선거 이전에 226개에 달하는 지방자치단체 모두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인구 규모가 너무 작거나 경제·정치적 영향력이 낮은 시·군은 평가 가치가 높지 않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 중 일부만 선별했다.
우선 광역자치단체를 기준으로 보면 인천부터 시작해 경기도·충청남도·충청북도·대전광역시·전라북도 등 남쪽으로 내려가는 방식으로 순서를 정했다. 인천이 첫 번째인 것은 가장 서북단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나머지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순서이다.
다음으로 서울은 정치적 영향력은 쇠퇴했지만 아직도 수도로 기능을 유지하며 국정을 총괄하는 청와대가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맨 마지막에 평가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정치구도가 전국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지방의 여론이 서울로 결집된다는 점을 감안했다.
또한 광역자치단체의 수십개 기초자치단체 중 어떤 시·군을 결정할지 판단하는 것도 어려웠다. 예를 들면 경기도는 31개 시·군이 있으며 개별 지역의 특성이 천차만별이다. 남양주·구리·의정부는 낙후된 경기북부의 대표 도시라는 점을 고려했다. 수원은 경기도청 소재지이고 경기남부의 핵심 거점이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의 시·군을 선정할 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마지막으로 광역자치단체별로 평가하는 기초자치단체의 숫자가 다른 것은 정치적인 고려다. 전북·전남·광주광역시는 전체 인구 규모도 적고 진보 정당으로 표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여지가 많다. 경남·경북·대구광역시도 보수 정당이 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시·군을 살펴볼 필요성이 낮은 이유다.
서유럽 국가의 성공사례 도입해도 성과 미진… 평가는 문제 해결책 찾는 과정
지방자치의 건전성이 무너진 것은 중앙정치의 폐해로부터 시작됐지만 지방자치에 대한 지역주민의 몰이해, 지역 이기주의, 정치적 편향성 등이 융·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를 정상적으로 복원하려면 단기적·지엽적이 아니라 장기적·광의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한국 지방자치를 진단하면서 미국과 서유럽국가의 사례를 접목시키는데 연구의 초점을 둔다. 하지만 선진국의 성공사례가 한국 지방자치의 현실에 맞지 않아 훌륭한 제안들이 공염불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 지방자치의 문제점은 밀실공천, 관권선거, 이권선거, 본전선거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밀실공천은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의원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도당·지구당 위원장인 국회의원들에 의해 자행된다. 지방행정을 이끌어갈 역량이 부족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전횡을 감시·통제할 능력이 없는 인사들을 공천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가 공천의 기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관권선거는 지방공무원·관변단체·시민단체의 인사권·재정권을 활용해 교묘하게 실행된다. 지방선거가 1년~2년 남았을 때부터 지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읍·면·동장으로 교체한다. 선거결과에 따라 승진이라는 보상이 주어진다. 관변단체·시민단체는 생존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치인의 나팔수 역할을 자청한다. 생업에 바쁜 일반 주민들은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로 불리는 이들이 지껄이는 말에 현혹당해 넘어간다. 지역여론도 쉽게 조작이 가능한 셈이다.
셋째, 이권선거는 단체장·의원 후보자가 주민들에게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하고 있다. 지역개발사업, 선심성 복지사업, 전시성 이벤트 등 체감할 수 있는 공약에만 관심을 가진다. 유력인사의 땅값을 올려주기 위해 그들의 토지 주변에 공공시설을 유치하거나 도로를 확장하는 방식이 동원된다. 퍼주기식 복지정책을 남발하는 것도 표를 얻기에는 매우 효과적이다.
넷째, 본전선거는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는 자신이 투자한 선거비용을 어떻게든 보전을 받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의미다. 기초자치단체 의원도 법정한도를 넘어 수천만 혹은 수억원을 투자한다. 기초자치단체장부터 광역자치단체 의원·단체장은 많게는 선거비용이 수백억원대에 달한다. 당선된 후 4년 동안 다양한 이권사업에 개입해 투자한 본전을 회수하고 다음 선거를 위한 비용까지 마련해야 한다. 선거 출마가 가장 쉽게 돈을 버는 사업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요약하자면 지방선거는 지역특성에 적합한 행정제도를 발굴하고 근거리에서 주민생활을 돕는다는 취지가 사라진지 오래다. 모두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대의명분만 읊조린다. 지방자치의 문제점이 너무 복잡해 오랜 기간 지방자치를 연구해온 국가정보전략연구소의 전문가들도 난색을 표한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어 각종 연구 성과물을 활용해 대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지방선거 좌우할 다양한 변수 대응 중요… 지방자치 정상화 노력은 지식인 의무
20대 대통령선거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이벤트가 많았다. TV·신문과 같은 보수 언론매체의 영향력이 축소됐고, 논객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이 종횡무진하며 여론을 주도했다. 청년들이 특정 유튜브 방송이 ‘한국을 살렸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대선은 국민의 관심사가 높기 때문에 각종 언론이 앞다퉈 후보자의 신상이나 정책을 보도하지만 지방선거는 소위 말하는 ‘깜깜이’ 선거의 전형이다. 언론보도보다는 지역주민의 구전에 따라 여론이 형성된다. 따라서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이 선거 성패를 좌우한다. 후보자들이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각종 이권을 제시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번 6·1지방선거가 이전 선거와 동일한 패턴으로 흘러간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5월 10일 출범할 새 정부에 대한 지지도, 과열된 인플레이션,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변화, 거품이 형성된 부동산 시장의 향방,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해소 방안 등이 변수다. 하나같이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정당별 투표구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 이미 여야를 불문하고 중앙당이 당선이 용이한 지역을 중심으로 낙하산 공천을 시작했다. 당선 가능성이나 주변인의 추천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하지만 정치 파벌을 형성해 2년 후 총선을 대비하려는 목적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음주운전 경력이 4회나 되는 화려한(?) 후보자를 공천한다고 잡음이 일고 있다. 며칠 전까지 연임을 위해 강한 출마 의지를 피력했던 모 광역자치단체장도 중앙당의 압력에 고분고분하게 물러났다.
광역자치단체장도 중앙당의 말을 잘 듣는 충직한 애완견 ‘푸들’에 불과한데 하물며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광역·기초의원의 신세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백척간두에 놓여 있는 한국 지방자치를 평가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사회가치를 존중하는 지식인의 의무라 생각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먼 여정의 두 번째 발을 대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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