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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의 청담유감(有感)

‘확증 편향’ 권하는 대한민국 사회

납득 안 되는 ‘검수완박’‘윤석열게이트’ 찬성

자기 편 만들려고 의도적으로 부추긴 결과

새 정부에 주어진 ‘국가 정상화’ 책임 무겁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11 09:50:29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검수완박’ 합작에 대해 60.4%가 반대하고 34.1%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수의 반대보다 정작 눈이 가는 것은 34.1%의 찬성 의견이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74년 동안 지속되어 온 국가의 사법 제도를 바꿀 때 저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처리해도 상관없다는 걸까. 이것도 민주주의라면 일순 섬뜩하고 으스스해진다.
 
비슷한 사례로 ‘괴이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대장동 사건을 놓고 ‘이재명게이트’인가 아니면 ‘윤석열게이트’인가를 물어보았더니 37.9%가 ‘윤석열 게이트’라고 응답한 것이다. 이재명 시장이 재직했던 시기에 성남시에서 발생했으며 이재명 측근들이 줄줄이 잡혀 들어갔는데도 민주당 쪽의 얼토당토않은 프로파간다에 번쩍 손을 들어 주고 있다. 더구나 이 문제는 시각의 차이가 아닌 객관적 사실에 관한 것이다. 알면서도 거꾸로 말하는 걸까, 처음부터 알고 싶지도 않은 걸까.
 
요즘 정치 상황은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심리학이라는 낯선 학문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확증 편향’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어느 새 익숙한 단어가 됐다. ‘확증 편향’은 평소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반대되는 정보보다는, 일치하는 정보를 주로 탐색하는 경향을 말한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다 보면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말이다.
 
확증 편향은 사실 인간의 본성에 속한다. 기왕이면 가깝고 편한 것에 마음이 끌리는 정서가 그 뒤편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으로 바뀌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이 갈수록 증폭되는 것이 문제다. 급기야 ‘검수완박’이나 ‘윤석열 게이트’ 등을 놓고 양 극단으로 편이 갈려 충돌하고 있다. 국가적 의제를 놓고 의견이 상충할 때 둘 사이에 최소한의 공통분모가 있으면 그나마 해결의 여지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평행선 상태로는 치명적 파국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심리학은 현대 사회의 ‘확증 편향’에 대해 좀 더 세밀한 분류에 나서고 있다. 외부 정보를 받아들일 때 알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게 확증 편향이라면, 그보다 더욱 경직된 ‘우리 편 편향’도 존재한다. 나와는 다른 의견에도 조금은 열려 있는 게 확증 편향이고, ‘우리 편 편향’은 내가 내린 결론을 고정 변수로 놓고 거기에 맞춰 여러 근거와 평가를 끌어들여 자기합리화를 한다.
 
또 다른 분류로 ‘일치 편향’이 있다. ‘우리 편 편향’이 더 심해져서 다른 의견과 정보에 일체 귀를 닫아 버리는 일이다.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이라는 용어도 있는데 어떤 사안의 결과가 밝혀진 다음에 “나는 전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주식 투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사실을 무시하고 과거에 대한 학습효과를 스스로 차단하는 오만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이런 인지적 오류들의 종합편이 지난 민주당 정권이었다. ‘내로남불’ ‘편 가르기’ ‘소득주도성장’ 등 각종 과오와 실패가 여기서 비롯됐다. 이들의 최대 착오는 촛불 시위의 오독(誤讀)이었다. 시위 참가자들의 뜻이 그게 아닌데도 자신들은 무엇을 해도 된다는 ‘독재 면허’를 따낸 것으로 해석했다. 그들의 몸에 배인 ‘우리 편 편향’이 초래한 필연적 산물이었다. 이번 ‘검수완박’ 강행은 그들이 결국 정권을 내주고 마지막으로 쏘아 올린 ‘현실 부정’의 화살이다.
 
정치권력의 문제는 ‘자업자득’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에 일단 맡겨 놓더라도 사회 내부에 범람하는 확증 편향의 해악을 어떻게 줄여 나가느냐가 중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극한 대립과 분열 양상을 완화하는 일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말이 쉽지 막막하고 지난한 과정이다.
 
심리학에서도 모순적인 연구결과들이 나온다. 확증 편향을 줄이려면 반대편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첫 번째 해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갖는 불편함, 거북함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설사 다양한 의견을 가까이 하는데 성공하더라도 반드시 중립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 의견을 탐색하는 것이 오히려 기존에 갖고 있던 신념과 태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기 때문이다. 남의 말을 듣고 맞다고 생각되면 순순히 수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듣고 나서는 말이 안 된다고 더 반발하는 사람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인간의 심리는 원래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기대를 걸 만한 해법이 없는 건 아니다. ‘비판적 사고’와 ‘공감 능력’이다. 비판적 사고는 문제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해하려는 태도와 근본 원인을 파악하려는 자세를 말한다. 이를 위해 이성·개방성·유연함 등은 기본 덕목이다. 
 
공감 능력은 물리적으로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상태와 변화를 감지하는 힘으로 정의된다. 동양에서 말하는 ‘측은지심’과 일맥상통한다. 사회 구성원 사이에 이런 능력들이 널리 확산될수록 살기가 나아지고 편해질 것이다.
 
확증 편향 문제는 선진국에서도 수익성에 급급한 SNS들의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심각한 골칫거리로 등장한지 오래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정치권력의 책임이 크다. 선거 승리나 권력 쟁탈을 위해 의도적으로 편을 가르고 확증 편향을 부추겨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제는 마치 서로 원수진 사람들처럼 등을 돌리고 말을 섞지 않는 단계에까지 이르러 있다.
 
‘검수완박’을 둘러싼 사회적 단절과 적대는 분명한 위기 신호다. 이 문제에서는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 맡아야 할 몫이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가 ‘국가 정상화’라는 대명제 아래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기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갈라진 우리 사회에 통합과 화합을 이뤄내는 일이야말로 새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소위 ‘지지층’에 기대어 폭주를 일삼는 한국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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