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52> 래빗과 거인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17 09:37:44

그 충격으로 미미는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다가 미미는 침대 다리를 꽉 잡고 버틸 수 있었다. “래빗, 빨리 몸을 숨겨야 해요!” 레드의 화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레드는 잽싸게 래빗을 안아서 벽을 열고 비밀 벽장에 숨겼다. 그러고는 바로 밖으로 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레드가 한참 만에 다시 돌아오는 소리에 미미는 풋잠에서 깨었다.

레드는 벽장문을 열고 래빗을 침대로 옮겨 주었다. “레드, 어떻게 되었어요?” 겁에 질린 래빗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탄의 졸개들이 왔었어요. 아무 일도 없으니 염려하지 말아요, 래빗!” 레드가 다정하게 대답했다. ‘우탄은 누구이고 이들은 왜 겁에 질려 있을까? 그리고 왜 래빗은 숨어서 불안하게 살아야 하나?’

막 잠에서 깨어난 미미는 궁금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 숨을 수도 피할 수도 없어요. 숲을 구하려면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어요, 레드.”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요. 나만 믿어요, 래빗!” 둘은 손을 맞잡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드가 돌아가고 래빗과 단둘이 있게 되자 미미는 도무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살금살금 침대 밑에서 밖으로 나온 미미는 일부러 크게 기침을 몇 번 했다. “켁! 켁!” 그 소리에 래빗은 화들짝 미미를 바라보았다. “넌 누구니? 누군데 내 방에 와 있는 거지?” 보랏빛 드레스에 가지런히 긴 머리를 묶은 래빗은 투명한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였다. 미미를 바라보는 래빗의 눈에는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안녕, 난 미미야. 보다시피 작은 햄스터지. 나도 여기에 어떻게 왔는지 알 수 없어. 어떤 힘이 나를 이곳에 데려왔어. 노랫소리와 사닥다리, 그리고 회오리바람에 실려서.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 너의 방이었어.” “정말 신기한 일이구나. 네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안 믿을 수도 없네. 여기는 아무리 작은 햄스터라도, 아니 개미조차도 마음대로 들어 올 수 없거든.”

“내가 여기 왔을 때 너의 잔이 쨍그랑 소리를 냈었어. 너의 잔을 건드려서 미안해. 조심해서 움직였는데 방이 어두워서 잘 안보였거든.” “아, 미미! 나의 잔을 찾아준 게 바로 너였어?” 아빠의 잔 이야기가 나오자 래빗의 경계심이 풀어졌다. 래빗은 입 꼬리를 올리며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투명한 아름다움 속에서 화사함이 배어 나왔다.

“래빗, 내가 일부러 훔쳐 들은 건 아니지만 너와 거인, 아니 레드가 하는 말을 다 들었어. 레드가 너를 벽장 속에 숨긴 것도 봤어. 너에게 안 좋은 일이 있는 거 같아서, 더 이상 숨어 있을 수가 없었어.” “미미, 너는 마음이 착한 햄스터구나, 하지만 내 일은 신경 쓰지 말아요. 너의 집이 어딘지 알려주면 내가 레드에게 부탁해서 데려다 줄게.”

“나는 그냥 평범한 햄스터가 아니야. 내가 여기에 온 것은 너를 도와야 하기 때문인 거 같아. 할 일이 다 끝나면 저절로 돌아가게 될 거야. 그러니까 내가 너를 도울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 줘.” “미미, 너는 정말 특이한 아이구나. 마음은 고맙지만 여기 계속 있으면 너도 위험해질 수 있어. 나의 친구 레드는 먼 길도 금방 갈 수 있으니까. 집에 데려다 줄 게. 내 말 들어, 미미!”

“너를 돕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을 거야. 사실, 집에 가는 길도 몰라. 회오리바람을 타야 갈 수 있는데 그 바람이 언제 어디서 불지 나도 모르고 너도 몰라.” “저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하고 있네. 네가 그렇게 궁금하다면 나의 이야기를 해줄게. 내 얘기를 다 듣고 돌아가도 될 터이니.” 래빗은 미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사연을 말하기로 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최문형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