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히딩크 박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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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히딩크 박사 만들기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27 09:10:07

▲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9년 6월29일 울산대에서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받고 있다. [뉴시스]

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02한·일월드컵 4강 멤버들을 지휘하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는다. 대한축구협회(KFA)가 한·일월드컵 20주년을 기념해 6월 초 개최하는 ‘2022 KFA 풋볼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첫 번째 대한민국 명예국민이자 명예서울시민 등 한국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히딩크에 얽힌 이야기다.

히딩크는 한때 ‘긴급체포’ 대상이 된 일이 있다. 죄목은 다섯 가지였다. 첫째, 국민 수면 방해죄: 온 국민의 잠을 설치게 했다. 둘째, 영업 방해죄: 식당 주인들이 공짜 맥주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영업손실을 보게 했다. 셋째, 의료 방해죄: 국민의 엔도르핀을 팍팍 나오게 해 환자의 병이 호전돼 병원·제약사 매출에 손실을 끼쳤다. 넷째, 선거법 위반: 지방 선거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하게 했다. 다섯째, 병역법 위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할 선수들이 군면제 혜택을 받게 했다.

이러한 죄목으로 히딩크 감독에겐 ‘출국금지’는 물론 죽을 때까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복무하는 무기징역형이 선고됐다는 이야기다. 한국인들이 그에게 얼마나 큰 애정을 가졌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다. 인터넷에서는 “나는 본의 아니게 한국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받고 이 땅에 건너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전술과 시스템을 배우고 익히며… 우리의 처지를 이변의 발판으로 삼아 토털사커의 힘과 압박축구의 정신을 기른다…”는 히딩크판 국민교육헌장이 회자하기도 했다.

히딩크에 대한 고마움과 열광은 19세 때부터 프로구단서 선수 활동을 시작해 고국인 네덜란드에서는 대학을 다니지 못한 그에게 명예박사학위 수여로 이어졌다. 세종대 명예체육학박사(2002.7.3), 건국대 명예경영학박사(2002.7.4), 울산대 명예경영학박사(2009.6.29) 등 졸지에 박사학위 3개를 받았다.

외람되지만 히등크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주자고 처음 제안한 건 필자다. 2002년 6월14일 이탈리아전(18일)에서 이기면 사상 첫 16강에 진출하니, 명예경영학박사학위 수여가 어떻겠느냐고 서강대에 제안했다. 6월15일 서강대는 “탁월한 지도력으로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히딩크 감독은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로 볼 수 있다”며 학위수여를 교수회의 안건에 올렸다. 서강대가 절차를 밟는 동안 기사를 본 세종대와 건국대가 잽싸게 명예박사학위를 먼저 준 것이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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