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달 빅스텝 밟아도 美 0.75%p 또 올리면 금리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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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금융회의 “현 복합위기 당분간 이어질 것”
이창용 한은 총재 “시장상황 보고 금리인상폭 결정”
연준, 28년 만에 자이언트스텝…“인플레 위험 여전”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16 14:11:09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대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16일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한은)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중심으로 금융·외환시장 충격 최소화와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원론적인 대응책을 내놨지만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우려도 커지게 됐다.

이날 오전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현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를 비롯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이 한 자리에 모인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 개최는 4개월 만이자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추 부총리는 “미 연준이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공급망 차질 등이 겹치면서 현 경제 상황이 복합적인 위기”라며 “상당 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 (참석자들이) 인식에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 금융시장은 오늘의 조치(자이언트스텝)가 당초 예상에 부합한 수준이라는 평가에 따라 오히려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 긴축 가속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정·통화·금융당국은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향후 추가 인상에 총력 대응할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정부와 중앙은행은 복합적인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물가 안정,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금융기관 건전성 대응 등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적극 협력하고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물가 안정에 더욱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용과 함께 공급 측면의 원가 부담 경감,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방지 등 다각적 대응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불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공동 대응하며, 외환시장의 경우 심리적 과민 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채권시장에서도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할 경우 정부의 긴급 바이백,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 등을 적절한 시점에 추진하겠다”며 “금융기관의 건전성 등 경제·금융여건 악화 시 불거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들에 대해서도 관계기관이 긴밀히 협력하며 관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빅스텝 가능성에 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3∼4주 남아 그사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때까지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 이자 부담이 증가하는 점과 관련해서는 “최근 여러 금융시장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어 관계 기관과 앞으로 계속 논의하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15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이틀간(14~15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준금리를 종전의 연 0.75~1.00%에서 1.5~1.75%로 0.75%p 인상했다. 1994년11월 이후 28년 만에 자이언트스텝이다.

연준은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1분기 소폭 하락 후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다음 기준금리 인상폭이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오늘 금리인상 폭인 0.75%p는 흔한 일이 아닐 것”이라면서도 “지금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다음 회의에서 0.5%p나 0.75%p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4.3%에서 5.2%로 0.9%p 높였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1.7%로 1.1%p 내렸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를 전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1.75%로 같아졌다. 미 연준이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경우 기준금리는 2.25~2.50%로 올라선다. 한국이 빅스텝을 단행해도 기준금리는 2.25% 수준에 그쳐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벌어지게 된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