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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수의 전지적 시점

대한민국, 스타일 좀 살립시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6-23 09:33:55

▲ 박혜수 시인·번역작가
 
디자이너 겸 기획자로 일하던 무렵 ‘건담’ ‘철권’ ‘소울시리즈등의 게임으로 유명한 일본 회사 반다이남코를 방문했었다. 반다이남코는 닌텐도 게임기의 소프트웨어 거의 전량을 개발·제작하는 게임 회사다. 코에이라는 다른 게임 회사의 프리랜서 번역 담당으로 삼국지·삼국지연의·삼국무쌍·대항해시대 등의 게임 개발에 참여한 것이 건너건너 인연이 되어 새로 출시하는 게임의 한국어판 디자인·게임 관련 프로그램 개발 등에 관한 회의를 위해서였다.
   
동경 시나가와에 도착하자 피라밋 모양의 거대한 유리 건물이 시야를 압도해 왔다. 건물을 두른 작은 시내에 걸쳐 놓은 다리를 건너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열자 널찍한 로비가 나타나고…. 일단 건물의 외관에 마음속으로 꼬랑지가 슬그머니 내려갔던 기억이 새롭다.
 
이튿날 다시 회의를 진행하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기술 지원을 해 줄 테니 게임 개발을 해 보지 않겠느냐는 반다이 측의 뜻밖의 제안에 나는 물론 동행한 직원들까지 한껏 흥분해 있었다. 갑질을 참고 버텨 온 디자인 하청회사가 게임개발사로 탈바꿈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신이 난 직원들은 나를 백화점으로 끌고 갔다. 상대는 세련됐는데 내 차림새가 초라해서 창피하다며 당장 피라밋 건물에 어울리는 옷을 사 입으라는 것이었다.
 
그때 고른 옷이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소년들처럼이란 뜻의 프랑스어)’의 배기 바지(일명 똥 싼 바지)와 옛날 고등학생 교복처럼 금색 단추가 줄줄이 달린 검은 색 자켓이었다. 당시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디자인이 눈에 확 띈 것이다. 머리 굴려야 할 일이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해서 게임 개발은 시작도 안 하고 말았지만 그때 건진 옷 한 벌은 한동안 즐겨 입었다. 꼼데가르송이라는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돼 회사의 대표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가와쿠보 레이(川久保玲씨에 대해 알게 된 것 또한 출장을 통해 건진 수확의 하나였다.
 
▲ 꼼데가르송의 대표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가와쿠보 레이. [필자 제공]
 
 
그녀는 일본의 명문 게이오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80대의 현역 디자이너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디자이너인 것이다. 그래서 꼼데가르송 설립 초기에는 그녀가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면 재단사가 그것을 보고 옷을 만들었다고 한다. 인체에 맞춘 3차원의 디자인을 넘어 2차원의 종이옷 같은 특별한 디자인은 약점이 무기가 된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2FW 컬렉션에 그녀는 “2차원이 미래다라는 역설적 명제를 내걸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어쩌면 시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자신감이 오히려 대중을 설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 완성된 옷은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나는 옷을 디자인할 뿐 아니라 회사 전체를 디자인한다. 그러므로 꼼데가르송 자체가 나의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꼼데가르송은 나 자신이다. 나는 강한 것·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추구한다. 나는 세 가지 색조의 블랙으로 일한다.”
 
그 블랙은 다른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블랙과는 다른 철학적 메시지를 품는 동시에 힘과 슬픔을 상징하는 블랙이다. 요즘에는 다양한 색조를 사용하지만 초창기의 그녀는 흰색과 블랙만으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디자인을 만들어 냈다. 레이 가와쿠보가 추구하는 것은 디자인 너머의 스타일이다. 시류를 따라 디자인의 유행은 바뀌어도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스타일은 영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비단 패션에 대해서뿐 아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타일리쉬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옷을 뻗쳐 입지 않아도 멋져 보일 수 있다는 걸 안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그리드 시스템을 벗어나 필요하면 경계를 허물 줄도 알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 다져 놓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그저 무심히 본능적으로 하는 것, 그게 바로 스타일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런 스타일의 이웃과 리더이다. 리더는 리더가 되고자 하기보다 지향하는 바가 있어 그것을 향해 가느라 저절로 앞장을 서게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우리는 그런 리더를 원한다. 선한 가치를 지향하는 그의 스타일에 이끌려가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단지 리더가 되기 위해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단숨에 포기해 버리는 정치인들, 아예 처음부터 그런 것에는 관심조차 없이 리더의 그늘에 안주하고자 하는 이류 정치인들, 그런 멋대가리 없는 인간들의 주변을 불나방처럼 모여들어 맴도는 이해할 수 없는 무리들이들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어지럽히고 있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얼마 전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온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뱉은 말이 절묘하다. “대안 없는 막연한 용퇴론으로는 586세대가 용퇴한 이후 김남국·김용민·고민정의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런 대한민국 말고 좀 괜찮은 나라에 살고 싶다. 부끄러움이 뭔지를 아는 사람이 많은 나라, 선한 가치를 추구하는 이웃이 많은 나라…. 대한민국, 이제 정신 차리고 스타일 좀 살립시다!!

 [박혜수 기자 / hspark@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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