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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나면 부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름을 짓는 일이다. 이름은 사람을 특정하고 규정한다. 이름 때문에 출세를 하기도 하고 불행해 지기도 한다. 동명이인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하고 덕을 보기도 한다. 요즘은 이름을 바꾸는 개명이 비교적 쉽지만 예전엔 무척 까다로웠다. 따라서 한번 이름을 잘못 지으면 평생 멍에가 됐다. 1970년대 항렬 때문에 지은 ‘김일성’ 군은 주위의 놀림을 못 견뎌 중학교 때 자살했다. 그만큼 이름은 중요하다.
개인의 이름 짓기도 문제지만 단체나 직업군 등 특정 부류(部類)를 이름 짓는 일도 중요하다. 최근 동해로 귀순했다가 문재인정부에 의해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당한 두 청년 사건이 회자하고 있다. 처음 노출될 때 사용한 ‘탈북 어민’이라는 표현이 지금도 반복 재생되는 게 마뜩찮다. 그들은 어부가 아니라 탈북 브로커였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그들의 정체성도 180도 달라진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을 떠나 제3국으로 나온 사람을 부르는 용어도 늘 논쟁거리다. 정부는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법적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북한 지역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법 제2조)으로 규정돼 국내 입국한 사람은 제외된다. 하지만 국내에 있던 제3국에 있던 두루 ‘탈북민’으로 불리는 게 통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탈’이란 말이 차별적 이미지가 있다며 부정적 시선을 보이자 정부는 2005년 ‘새터민(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시작한 사람)’이란 조어를 만들어 사용을 권장했지만 정착에 실패했다. 자유를 찾아온 사람이 대부분인데 마치 경제적 이유만으로 탈북했다는 뉘앙스를 준다는 항의 때문이다. ‘화전민이 연상된다’는 비판부터 ‘그럼 북한에 남아 있는 주민은 헌터민이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일부에선 ‘자유북한인’ ‘자유한국인’ ‘자유이주인’ ‘통일인’ ‘북향민’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새터민’ 사용 자제를 권고하며 공식명칭은 ‘북한이탈주민’으로 낙착됐다. 필자는 ‘민(民)’은 복수 개념이므로 개별 호칭은 ‘탈북인’으로 부르길 권한다. 물론 탈북인은 국내 입국 이전까지의 호칭이고, 입국 후에는 그냥 ‘대한민국 국민’이 맞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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