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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마음의 병, 드러내지 않고 치유할 방법이 있을까

어차피 타인 앞에서는 내면의 진실 나올 수밖에

‘지켜보는 나’에게 용기있고 정직하게 털어놓기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7-01 08:55:45

 
▲김성수 작가·마음과학연구소 대표
 드러내지 않고 치유할 방법은 없다. 그것이 의료적 상황이든 정신적 상황이든 마찬가지다. 환부는 일단 의사의 눈에 드러나야 하고, 심리적으로 얽히거나 뭉친 문제는 ‘누군가’에게 드러내야 한다. 드러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말(언어)로 풀어도 되고, 글로 풀어도 된다. 몸짓도 좋고 노래도 좋고 춤이나 여행도 좋다.
 
막히면 곪는다. 정설이고 상식이다. 거의 모든 자연 현상이 입증한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 간에 소통할 수 없는 구조가 되면 그들의 내면에는 분노나 슬픔·외로움·적개심·수치심 따위가 차오른다. 
 
이때 일차적인 해결책은 드러내기다. 내면에 분노가 차 있으면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긴급하고 최선이다. 내면에 외로움이 차 있으면 외롭다고 소리칠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생각이나 감정이나 기억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일 때 회복은 시작된다.
 
하지만 당신의 삶은 대체로 내면의 부정성을 드러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당신의 감정은, 이미 취한 이득은 ‘가급적 잊고’ 손실은 튼튼한 외상장부 같은 기억 속에 잘 간직하고 있을지 모른다. 심리학자 수전 피스크와 셸리 테일러는 이런 편견이나 이기적 판단에 익숙한 인류를 ‘인지적 구두쇠’라고 표현한다. 인류는 삶의 유불리나 중요한 결정을 위한 사유(思惟)에 생각보다 적은 에너지를 투자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돈이든 정신이든 자신의 이득에 관한 한 공정하고 객관적이기 어려운 존재다.
 
사람은 이득을 매만지는 손길에 비해 손실이 난 지점에서 깐깐하고 깊이 새긴다. 특히 감정적 훼손 앞에서는 거친 감정을 생산하기 십상이다. 스스로 생산한 감정을 여기에 쿵! 저기에 쿵! 내던지기도 한다. 나도 마음껏 소리 지르고 싶어! 나도 한바탕 데굴데굴 구르면서 대성통곡하고 싶어! 적나라한 속내는 이러한데도 사무실 칸막이 안에서 상처 입은 맹수처럼 가쁜 호흡을 견디며 살기도 한다.
 
‘사랑’과 ‘감사함’ 속에서도 독초는 자란다
 
갑갑하고 두렵고 뭔가 부글부글 끓기도 하는 데에 이제는 이골이 났다. 세상은 두 종류의 판단 기회만 있어 보인다. 나도 모르게 둘 중 하나의 의식에 편입돼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나만 이렇게 산다’고 다른 하나는 ‘다들 이렇게 산다’이다. 이것이 한 평생 당신을 태우고 날아다닌 의식의 양탄자일지도 모른다.
 
한 개인의 삶에서 자신의 내면 드러내기는 삶의 질을 완전히 뒤바꿔 놓기도 한다. 다음은 드러내기의 어려움과 그 효용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사례다. 심리학자인 마크 엡스타인(Mark Epstein)이 저술한 ‘붓다의 심리학’에 나온 사례다.
 
두 딸을 가진 가정이 있다. 별 일 없이 잘 자라던 큰딸이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허공의 바람에 노출되면 견디지 못할 통증에 시달리는 병에 걸렸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백약이 무효. 큰딸은 참담할 정도로 메말라 갔다. 
 
심리치료사가 병의 원인을 찾았다. 시작은 작은딸의 탄생이었다. 이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은 그 동안 큰딸이 보여 주었던 동생에 대한 태도 때문이었다. 어린 동생을 더할 수 없이 잘 보살펴 주었다. 부모에게도 만족감과 감사한 태도를 보여 왔다. 부모 입장에서는 두 딸의 어린시절 기억 속에서는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다.
 
드러내기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당신 자신에게 시선을 돌려볼 차례다. 터져 오르는 분노나 우울·피해의식·적의·수치심·열패감 따위에 번번이 노출되면서도 당신은 어쩌면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내 안에 잠겨 있는지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사례에 등장하는 부모는 물론 큰딸 스스로도 짐작할 수 없었던 내면의 문제는 엄마에 대한 적개심이었다. 자신의 사랑을 모두 앗아간 동생 때문이 아니었다.
 
엄마는 문제의 핵심 요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큰딸의 의식은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엄마에게 꽂혀 있었다. 큰딸의 적개심은 동생에 대한 사랑과 그런 동생을 낳아 준 부모에 대한 감사함 속에서 드러낼 출구를 찾지 못했다. 적개심이나 분노라는 독초는 사랑과 감사함이라는 나무가 울창한 숲에서도 자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드러내기는 심리적 영역이다. 모든 상담에서 내담자로 하여금 말과 글·그림·율동·소리 등으로 내면 드러내기를 시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내담자 입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진술하는 건 난망하다. 상담자의 기법이나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은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의 눈과 기억과 의식과 윤리관이 무섭다. 이른바 내면의 검열관을 의식하는 것이다.
 
냉정히 말하면 당신은 ‘지켜보는 나’라는 구조 속에 갇혀 있다. 나의 삶과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나. 상담자든 정신과 의사든 간에 ‘지켜보는 나’는 따라다니지 않는 곳이 없다. 간여하지 않는 일이 없다. 신부님께 고해성사 하는 자리에도 함께 앉아서 ‘안 돼! 그것만은 안 돼!’ 하기도 한다.
 
타협이 필요한가. 아니다. ‘지켜보는 나’는 적당히 손해보고 양보하는 방식 같은 건 모른다. 우리나라 역사만큼이나 간난신고를 겪은 존재로서, 타협은 자존의 붕괴다. 그는 자신에게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드러내 주기를 바란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문제의 원인이자 결과인 ‘나 자신’이자 ‘지켜보는 나’에 대한 존중을 요구한다. ‘지켜보는 나’는 하다못해 몇 자 글쓰기라는 수단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내면을 용기있고 정직하게 털어놓을 때, 표정을 푼다. ‘다 필요 없어. 어차피, 타인 앞에서는 진실이 나올 수 없어. 그냥 나한테 드러내 줘!’ _()_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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