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꽉 막혔던 한·일 관계 정상화 돌파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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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재계회의’ 3년 만에 서울에서 재개 주목
징용 피해자 해법 논의 위한 민관협의회도 출범
한·일 협력은 선택 아닌 필연… ‘동반자’ 인식을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06 00:02:02

한·일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제29회 한·일 재계회의를 열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양국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을 위한 대면회의 개최 필요성에 양측이 공감한 결과 성사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회의에서 한·일 경제인들은 한·일 경제동향 및 전망, 지속가능사회 실현을 위한 한·일 협력, 새로운 세계질서와 국제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양국 관계를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불리는 ‘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 2.0시대로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 당위성을 공유했다는 데서 의의가 크다.

이 같은 성과는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에 힘입은 바 크다.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다섯 차례나 만나며 한·일 관계 복원 의지를 강조한데 이어 이번 일본 게이단렌 대표단을 접견하며 한·일 경제 교류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최근 김포-하네다 공항 간 하늘 길도 다시 열리면서 양국 간 재계 교류는 더욱 무르익는 분위기다.

한·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윤석열정부 입장에서도 한·일 재계회의가 3년 만에 재개된 것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일 관계가 악화돼 있던 기간과 한·일 재계회의가 중단된 기간이 우연찮게 일치하면서 돌파구 마련에도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이 만나 서로 덕담을 나누는 등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 시점에 이 같은 행사가 재개됨으로써 양국 관계 정상화에 더욱 속도가 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5년간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수주의적 외교노선이 일차적 원인을 제공했지만, 문재인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전임 박근혜정부 때 어렵게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한 것도 일조했다.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다. 양국이 같이 피해만 보는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을 벌여온 꼴이다. 한·일 민간 기업 간에 상호 보완·경쟁을 통해 형성된 고효율의 경제 분업 구조를 훼손하고 불확실성이 초래됐다는 점에서 수출규제의 조속한 해제를 위한 일본 경제계의 노력도 긴요하다.

주목되는 바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12인 민관협의회가 같은 날 공식 출범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전문가·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등으로 구성됐다. 이로써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한·일 갈등 해법 도출이 빠른 시일 내 나오길 기대한다.

특히 한·일 당국은 두 나라 갈등을 푸는 데 김대중·오부치 선언 중 일본이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밝힌 정신을 주목해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 있길 당부한다.

한·일 협력은 만시지탄이다. 양국이 직면하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 불확실성의 위기는 한·일 경제 협력이 선택이 아닌 필연임을 말해주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지리적·경제구조적 유사성이 있는 양국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이제 양국 정부 차원에서 정치·경제·외교·문화 전반에 걸쳐 관계를 복원해 상생의 길을 걷길 당부한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지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임을 재인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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