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이끈 ‘한강의 기적’이 끝나 가고 있다는 경고가 외신들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국의 경제 기적은 끝났나’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값싼 에너지·노동력에 의존한 한국식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하고 제조 대기업에 치우친 성장 모델, 대·중소기업 간 격차 심화, 저출생·고령화 문제, 중국 기업들의 추월, 대기업 3세 경영자들의 ‘현실 안주’ 등을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FT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간한 ‘한국 경제 80년 및 미래 성장 전략’ 보고서를 인용해 1970·80년대 고도성장을 해 오던 한국 경제성장률이 2020년대에 2.1%, 2030년대에는 0.6%로 크게 꺾인 후 2040년대에는 -0.1%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초저성장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한국 경제는 1970~2022년 중 연간 6.4% 성장했으며, 이 중 자본 투입이 3.4%p로 절반 이상 기여한 가운데 노동 투입과 총요소생산성(TFP)은 각각 1.4%p·1.6%p 기여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노동 투입 둔화가, 그리고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대에는 자본투자 부진이 성장률 하락을 주도했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대에는 TFP 정체가 성장률 하락의 주된 요인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향후 30년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노동 투입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자본 투입도 증가세가 크게 낮아지면서 생산성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가운데 TFP가 낮게 유지될 경우 경제성장률은 2020년대 기간 2.1%에 이어 2030년대 0.6%·2040년대 -0.1%로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경제지 ‘머니1’도 지난해 11월 ‘한국은 끝났다’라는 좀 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 쇠락론을 제기했다. 한국 경제가 성장의 종말을 맞았다는 ‘피크 코리아’가 골자다. 성장률 추락의 원인으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꼽혔다. 성장 정체 및 위축으로 한국 경제 규모가 2050년엔 15위권 밖으로 밀려난다는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하며 “한국은 주요 9개국(G9)에 들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4 경제전망’을 보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22년 기준 43.1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29위에 그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야당이 압승하고 노동계 출신 인사 16명이 국회에 입성하게 되어 윤석열정부 노동개혁의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년간 정부가 저출생 대응에만 38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생률이 사상 최저치인 0.72명을 기록했다. 4분기 기준으론 0.65명에 불과했다. 출생률이 0.6명대를 기록한 것은 세계사를 통틀어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 저출생 위기도 심화하면서 2050년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 대비 35% 가까이 감소해 국내총생산(GDP)이 28%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을 유지하려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 및 신성장동력 확보,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능력 및 경제회복력 강화를 통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무형자산 및 인적자본의 확충과 지식축적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노동 및 자본 투입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한은은 충고하고 있다.
FT의 가장 아픈 지적은 총선 이후 한국의 리더십 분열을 거론한 대목이다. 한국 경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4.10 총선 결과 정치 리더십이 분열돼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한국의 ‘4류 정치’가 한국 경제 회생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파가 장악한 입법부와 인기 없는 보수 대통령이 지휘하는 행정부로 정치 리더십이 분열돼 2027년 대통령 선거까지 3년 이상 교착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치권은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한국 경제 쇠락에 대응할 제대로 된 정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영수회담’ 의제로 거론되는 얘기만 해도 13조 원의 추경이 필요한 ‘전 국민 25만 원’ 지급이나 이태원 참사·채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등 각종 특검법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경제 회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은 표류하고 있고 오히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과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의 본회의 부의 안건을 단독 처리했다. 지난 18일에는 양곡관리법·농수산물 가격안정법도 본회의 직회부를 결의했다. 한국 경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미래 세대가 번영된 선진국에서 살도록 하려면 경제 살리기 대개혁이 시급하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