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에 해묵은 ‘관치 부활’은 오히려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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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 위기 대응 시나리오 플래닝 시급
정부, 경제실상 국민과 공유·정면 돌파 필요
일시적 지지율 상승·하락 연연할 필요 없어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7-11 09:36:58

아침에 눈을 뜨기 무서울 정도로 경제가 널뛰기한다. 설상가상으로 엔데믹으로 정착되어 가던 코로나마저 다시 기승을 부린다. 연초만 해도 움츠렸던 소비가 분출되면서 경제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강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극도로 흔들리면서 다시 찬물이 끼얹어졌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이제는 침체가 아닌 둔화라는 ‘R(리세션)의 공포’라는 더 심각한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의 우려마저 대두되면서 더블딥(경기 침체와 물가하락)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조짐이다. 정세가 급변하면서 경제주체들의 행동반경이 좁아질 수밖에 없어 위험지수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진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한다. 물가 급상승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제조업의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공장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심지어 중단되는 사태까지 속출한다. 한동안 반짝하던 자동차나 가전 등 내수 소비재 소비마저 급감했다. 팬데믹 기간 중 호황을 누리던 PC나 스마트폰 등 IT 제품 수요도 급격히 줄면서 반도체 가격마저 하락 추세다.

이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두 자릿수로 하락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공포에 가장 먼저 반응했다. 배럴 당 45달러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원유뿐 아니고 천연가스나 철강·비철금속, 곡물류 가격까지도 고점 대비 60%나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예상 시나리오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징조다.

경제가 나빠지면 한국에서 나타나는 고질적인 현상이 관치(官治)의 극성이다. 정부나 정치판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선다. 경제 부처는 수출 혹은 제조업을 살리는 대책 회의를 주재하겠다고 기업인들을 관가로 불러들인다. 바쁜 사람들을 오라고 해 놓고 자기들 이야기만 잔뜩 한다. 혹은 현장 목소리를 듣는다는 핑계로 기업을 방문하면서 필요 없는 준비를 강요해 귀찮게 한다.

일례로 여당의 물가특위가 주재한 ‘주유소 회의’에서 민간 정유 업계에 호통만 치고 끝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보여주기 식의 쇼나 일회성 면피용 이벤트만으로는 긍정적인 결론이나 대책이 결코 나올 수 없다. 또 추경을 편성하여 임기응변식의 시도를 하려고 하겠지만 성과는 고사하고 후유증만 키우고 오히려 짐이 되고 만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성숙할수록 위기 대처 방법이나 대응력이 달라져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며, 그 요점은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뒷짐 지고 있으라는 것이 아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민간의 짐을 덜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하루 3건씩 규제를 양산하는 국회는 무용지물이고, 경제 활성화를 막는 최대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에 겸손해져야 한다.

이 시점에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는 위기 대응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여기에 기초해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하고, 먹구름이 걷힐 때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텃밭을 촘촘히 가꿔야 한다. 경제 실상을 국민과 공유하고 진솔한 정면 돌파가 필요하다. 일시적 지지율 상승·하락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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