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에 거주하는 사회초년생 이진향(28) 씨는 “지금 일하는 곳이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고 다니고 있지 않다”며 “특히 지금 하고 있는 일로 평생 일할 거야라는 생각보다 일을 하면서 나의 적성을 찾아 다른 직군으로 이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다면 실력을 쌓아 지금 일하는 곳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고 싶지 정체되어 있는 삶은 원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평생직장 사라진 자리에… 자기계발을 위한 워라밸이 차지
이 씨와 같은 MZ세대는 향후 10년 내 세계 경제인구의 약 7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인구 중 MZ세대에 속하는 인원은 약 1900만명에 달하고 있다. 또한 기업 구성원 비중은 60%를 상회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기업 내 주력 세대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 내 주력 세대, 경제와 소비의 주체로 부상한 MZ세대에게 워라밸은 중요한 키워드다.
이 씨는 “주중에는 퇴근 후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자기계발을 위해 경제 관련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며 “밥 약속이나 기타 만남은 쉬는 주말에 주로 하고 퇴근 후에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고 있는 허은희(가명·26) 씨도 “작년 8월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첫 번째 들어간 직장이 워라밸이 없었다”며 “퇴근 후에 자기계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어서 입사 후 5개월 만에 그만두고 지금 다니는 직장으로 이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 다니는 직장은 퇴근 후 자기계발을 할 수 있어서 일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등록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5~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기 퇴사’ 및‘정년’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7명(71.9%)이 평소에도 종종 퇴사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해볼 만한 대목은 20대 응답자의 경우 직무에 대한 비전(20대 31.3%, 30대 26.5%, 40대 28.8%, 50대 26.6%), 미래 지향성 부족(20대 28.6%, 30대 16.8%, 40대 20.1%, 50대 25.9%) 등 자신의 ‘성장 가능성’과 연결지어 퇴사를 고민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 점이었다. 특히 2030세대의 경우 더 좋은 회사로의 이직 준비(20대 56.3%, 30대 55.7%, 40대 39.1%, 50대 22.8%)를 위해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MZ세대는 워라밸을 중요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워라밸의 가치관에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7월에 스타트 기업에 취업한 임가영(가명‧28) 씨는 “워라밸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어느 직군에 있는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스타트업은 기업 특성상 성장이 목표이기 때문에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때가 많은데, 그런 곳에서 워라밸을 따지면 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투자를 따내고 마감기한 프로젝트가 있어서 성장할 때는 그런 점들을 감수하면서 일하는 것 같다. 물론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해 안정기에 들어가게 되면 워라밸을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언급했다.
또한 모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수현(가명‧28) 씨도 “나에게 퇴근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 매일 늦게까지 일하고 회사 앞 오피스텔에서 잠깐 자고 일어나서 바로 씻고 출근한다. 이렇게 일한 만큼 또래 친구들보다 엄청 높은 연봉을 받기 때문에 나한테 워라밸은 연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MZ세대 구직자 1000명에게 괜찮은 일자리 판단 기준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66.5%가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는 일자리’라고 답했다. 연봉은 ‘3000만원대’라는 답변이 50.9%로 가장 많았다. 워라밸을 중시하며 수입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자유로운 여가 사용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실리적 경향이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는 적극적, 소비는 미닝아웃… 경제적 여건은 불안정
MZ세대가 소비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른 세대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는 ‘가치소비를 반영하는 신조어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심비’(46.6%)를 가장 많이 꼽아 제품 구매시 성능보다 심리적 만족을 더욱 중요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미닝아웃’(28.7%), ‘돈쭐’(10.3%), ‘플렉스’(7.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MZ세대는 환경 보호나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스스로의 신념과 가치를 표출하는 등 소비생활에서도 기존의 기성세대와는 다른 행동과 사고방식을 표방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한백운 씨는 “내가 이것을 구매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기분 좋은 소비가 있다”며 “얼마전에는 탐* 슈즈를 구매해 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남자친구와 기념일 선물을 할 때에도 둘만의 특별함을 위해 유니세프에 기부해 받은 커플 팔찌로 기념일을 챙겼다”며 “보통 소비를 하면 가치 소비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MZ세대는 가치소비를 하면서 워라밸을 즐기는 세대이지만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좋은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MZ세대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현재 MZ세대(24~39세, 1980~1995년생 결혼한 상용직 남성 가구주 기준)의 근로소득은 2000년 같은 연령(24~39세)의 1.4배로 집계됐다. 이는 X세대(1965~1979년생)와 베이비붐세대(1955~1964년생)의 근로소득이 2000년 같은 연령대의 1.5배, 1.6배인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지 않다.
하지만 총부채의 경우 반대로 2018년 MZ세대가 2000년 같은 연령대의 4.3배에 이르러 X세대(2.4배), 베이붐세대(1.8배)를 크게 웃돌았다. 결국 MZ세대의 소득과 금융자산은 X세대나 베이비붐세대보다 덜 늘어난 반면 빚은 크게 불어났다는 뜻이다.
또한 MZ세대는 자산과 소득은 적지만 과감한 투자와 소비에 관심이 많고,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MZ세대가 주도하는 금융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과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는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고자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한 사회초년생 김나영 씨는 “대학교 3학년(2020년)때 400만원의 자본금으로 주식을 하고 있는데, 작년 한해동안 코로나 백신 관련 기업에 투자했더니 널뛰는 주가에도 예상치 못한 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월급만으로는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여윳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MZ세대가 투자에 관심은 많으나 전체적으로는 낮은 소득으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세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연준 한은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MZ세대의 금융자산 증가폭을 장기간에 놓고 보면 변동폭이 미미해 거의 축적하지 못했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라며 “MZ세대가 경제활동의 주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이전 세대와 비교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이는 향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위원은 “MZ세대의 생활방식, 취향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점검하고 이들의 소득 증가, 부채 감소 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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