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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복 있는 자들
임요희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8-05 00:02:40
 
▲ 임요희 문화팀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길란(필명) 작가의 202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작 ‘복 있는 자들’이 화제다.
 
신춘문예 소설이 한여름에 화제가 된 것은 정부가 발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비쿠폰을 계기로 국가의 기능과 세금의 용도에 대해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탓이리라.
 
소설은 전략적 가난을 통해 역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충분한 가난은 행운이 되기도 한다. 엄마는 말했다. 정말 다행이지 않니? 우리가 임대주택에 당첨될 정도로 가난해서.”
 
희재는 4년간 직장에 다니면서 아등바등 일하지만 대출을 갚기에만도 벅찬 삶을 산다. 그는 이럴 바에야 차라리 주거급여 수급자가 되기로 한다.
 
월 소득이 중위소득의 43%인 97만 원을 넘지 않으면 수급 자격이 된다. 심사를 통과하면 정부에서 임대주택도 주고 평생교육바우처도 지급하고 문화지원금도 지원한다. 그뿐인가 공짜로 ‘나라미’까지 나온다.
 
“주거급여 수급자가 되니 오히려 이전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가난한 자들에게 복이 있나니. 엄마는 자주 중얼거렸다. 그 말이 맞았다. 어차피 부자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아주 가난한 쪽이 좋았다.”
 
희재 모녀는 정부가 지원하는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결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반면 류아는 한 푼 두 푼 저축하면서 건실하게 미래를 설계하는 인물이다. 희재는 그런 류아를 속으로 비웃는다.
 
“언니는 아직도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으면 집도 살 수 있고 부자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멍청하다고 해야 할까. 서울 안의 아파트 매매가가 최소 5억부터 시작인데, 한 달에 100만 원씩 벌어서 언제 5억을 벌겠다는 건지.”
 
어쩌면 소설은 주거급여 수급이라는 방법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하나의 힌트가 될 법하다. 가난하려면 아주 가난하라.
 
정부가 생각하는 ‘가난’과 ‘안 가난’의 경계는 월수입 97만 원이다. 100만 원 버는 사람은 ‘안 가난’에 들기 때문에 정부의 혜택을 조금도 누리지 못하면서 온갖 세금을 다 내야 한다. 저금은커녕 평생 적자 인생 면하기 힘들다.
 
반면 3만 원만 덜 벌어 ‘수급자’가 되면 쾌적한 아파트가 주어지고 쌀이 나오며 문화생활까지 할 수 있다. 100만 원 벌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이 겨우 3만 원 덜 벌었다고 300만 원쯤 버는 수준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희재가 내뱉은 “가난한 자들에게 복이 있다고 하잖아”라는 말이 일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소설은 희재의 선택적 가난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경고한다. 사람 사는 게 집 있고 쌀 있다고 다가 아니다. 사람은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희재도 어머니가 암에 걸리지만 수술비가 없어 여기저기 손 벌리고 다닌다. 암보험을 들었다고 해도 일단 수술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병원에서 말해 준 예상 수술비는 150만 원이었다. 통장에는 80만 원밖에 없었다. 1년 동안 주거급여 수급자로 살면서 모을 수 있었던 돈의 한계였다. 70만 원이 더 필요했다.”
 
벌이가 적으면 베푸는 데도 소극적이기 때문에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할 확률이 높다. 정말 어려울 때 도움받기 위해 우리는 ‘사람’이라는 보험을 들어 두는 게 아닌가.
 
희재도 70만 원 빌릴 사람이 없어 그토록 비웃던 류아에게까지 돈 부탁을 한다. 류아는 희재의 부탁을 거절하면서 이참에 제대로 살라고 쏘아붙이기까지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희재는 주거급여 소득 심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누군가 그의 부정 수급을 신고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희재는 온갖 사람을 의심한다. 돈이 없는 삶은 단지 퍽퍽할 뿐이지만 편법으로 유지되는 삶은 조바심과 의심·미움투성이다.
 
아무리 어려운 인생이라도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기회는 거저 오는 게 아니라 그것을 찾는 사람에게 보인다. 97만 원 이하의 수급자로 살면 기회가 기회인 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적게 벌까’만 궁리하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가난한 자들에게 복이 있다”는 것은 교만이 제거된 겸손한 마음을 가리킨다. 작가가 가난함과 복의 관계를 재치 있게 비틀었을 뿐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재산 소유 여부와 무관하다.
 
성경은 마음이 정결한 자가 복을 받는다고도 말한다. 사필귀정이란 말이 괜히 있겠는가. 부정수급자에게 가는 복은 부정수급이 전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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