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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공론화에도 ‘만5세 입학제’반발 거세… '폐기' 관측도

교육주체 등 학제개편안에 거센 반발 이어지며 정부 뒤늦게 공론화에 나서

박순애 “공론화 거쳐 추진방향 정할 것… 국민 안 원하면 폐기될 수도”

학부모단체 “황당한 일 만들고서 이제와 공론화냐… 당장 철회하라”

기사입력 2022-08-03 15:34:00

▲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 영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정부 학제개편안이 교육계와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해 '표류'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뒤늦게 민심 수습을 위한 공론화 시도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관련 정책 철회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학제개편안이 결국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박순애 부총리는 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감과 영상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우리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음으로써 모두가 같은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하는 취지였다”며 “사회적 논의의 시작 단계였으며 앞으로 시도교육감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 추진방향을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부총리는 2일 가진 학부모 간담회에서는 “국민이 원치 않으면 (학제개편안) 정책이 폐기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같은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정부 서울청사에서 학제개편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유치원 학부모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장 차관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더라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문제를 보완해나갈 것”이라며 “의견 수렴 과정 중 ‘시기상조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 나오면 그것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장 차관은 같은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도 “폐지로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게 국민의 뜻이라면 저희는 받아들이겠다”고 사실상 폐지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어제(2일)부터 학부모단체와의 간담회 등 뒤늦게 학제개편안에 대한 공론화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지만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낮추는 학제개편안은 여전히 사회각계각층의 거센 반발을 마주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일 “교육부가 중요한 국가 교육정책 발표에서 교육청을 허수아비로 취급했다”며 해당 학제개편안 추진 과정에서 교육청이 배제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기홍 교육위원장도 “학제개편은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인데 국회와 어떤 논의도 없이 (대통령실에 교육부의) 업무보고가 이뤄졌다”며 “업무보고 전에 교육위원장과 논의하는 관행마저도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박 부총리와 학부모 단체간 간담회에 참석한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만 5세 입학 얘기가 나오자마자 벌써부터 사교육계가 선전에 나서는 등 난리가 났다”며 “이런 황당한 일을 만들고서 뒤늦게 무슨 공론화냐. 만 5세 입학제는 당장 철회하는 게 맞다”고 항변했다.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의 학제개편안에 대해 학생·학부모·교사의 97.9%가 반대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1일부터 3일까지 13만1070명의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주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9%가 이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95.2%다.
 
동의하지 않은 이유에는 ‘당사자의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79.1%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국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다’는 65.5%, ‘교육계의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다’가 61.6%로 집계됐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이 수치로 확인됐다. 국민들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정책을 철회하고 대통령은 이에 대해 결단하고 책임을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이 교육계와 학부모 등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발표된 것을 두고 각계각층의 반발이 거세지자 교육부에 공론화를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2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학제개편안에 대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공론화를 추진하라는 것이 업무보고 때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였다”며 “윤 대통령이 종국적으로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한편, 안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취학연령을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안 수석은  “윤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최근까지 초등학교와 지역아동센터 등 관련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아동기 교육과 돌봄의 통합문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학교 내 방과 후 돌봄서비스를 부모 퇴근 시까지 해두자는 게 기본적 인식의 출발점”이라며 “취학연령 하향 조정 문제는 이런 정책 방향성 속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안 수석은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학제 개편안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견지하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그는 “(학제개편안이) 다른 개혁 과제와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어 뭉친 실타래를 동시에 풀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목표인 것은 아니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우려에 대해 정책적 해결방안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도 교육부의 몫이다. 개혁 방안에 관한 문제의식은 있지만 정해진 답은 없다”고 설명했다.

 [노태하 기자 / thnoh@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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