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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하나하나도 의미가 있지만 더하거나 합해진 숫자도 의미가 있다. 아기가 태어나 의미를 부여받는 숫자 중에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첫 기념일인 ‘100일’이다. 100일은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면역력도 갖추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을 축하하는 날이다. 아기 얼굴을 일가친척들에게 처음 알리고 건강한 성장과 복을 축원 받는 날이기도 하다.
수십 년 전만 해도 갓 태어난 아기에겐 흰옷만 입히다 100일에 처음으로 색동옷을 입혔다. 100집에서 얻은 100조각의 헝겊으로 만든 옷을 입혀야 아기에게 좋다는 속설도 있다.
100일은 아기에게 뿐만 아니라 아기 엄마의 날이기도 하다. 아기를 잉태하고 성장시키고 탄생시키면서 이완된 체형을 원상회복하고 면역과 영양 보충 등에서 온전히 평상을 되찾는 날이다. 100이란 숫자엔 완전함·충족·극에 다다름·아주 많음·오랜 기간·모든 것이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단군신화에서도 환인이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만 먹고 인내하라고 설정한 기간이 100일이다.
뇌과학자나 스포츠심리학자들은 인간 대뇌의 생리학적 특성상 ‘어떤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되기까지는 대뇌세포에 동일한 자극이나 흥분이 하루 한 번씩 100회 정도 주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따라서 아기가 걸음마나 옹알이를 시작한 뒤 100일쯤 지나야 혼자 걷거나 의미 있는 말을 하게 되고, 탁구·테니스·배구 등 처음 접하는 스포츠도 100일 이상 꾸준히 연습해야 동작이 몸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대뇌세포에 뻗어 있는 수상돌기가 자극이나 흥분에 의해 다른 뇌세포와 연결되고, 수초라는 주변 지방막까지 퍼지는데 100일쯤 걸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즉, 몸이 기억할 정도의 습관을 들이는 데는 적어도 100일은 무한반복해서 연습해야 한다는 의미다. 긴 레퍼토리를 외워야 하는 무용수들도 같은 말을 한다. 각 종 학원에 홍보문구에 ‘글쓰기·속독법 100일 완성’ ‘자격증 취득 100일 특강’ 등은 우연한 기간이 아니다. 세포의 생성·소멸 주기도 100일이다.
윤석열정부가 17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이제 막 옹알이를 마치고 ‘엄마’ 소리를 익힐 때다. 채찍보다는 건강한 성장과 안녕, 복을 축원하는 게 맞지 않을까.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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