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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가 동상 논쟁에 휘말려 있다는 토픽을 ...'))
몇 년 전 인도(印度) 사회가 동상 논쟁에 휘말려 있다는 토픽을 접한 적이 있다. 2018년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사두벳섬에 높이 182m짜리, 받침대까지 하면 240m짜리 세계 최대 동상이 건립되었다는 소식에 이어 이보다 더 큰 동상이 다른 곳에서 또 기획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도 독립에 헌신했던 사르다르 발라브바이 파텔,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간디나 네루만큼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시 모디 총리가 주도하여 5년여 만에 완성을 한 것이다.
제작비만도 무려 5000억원가량 소요되어 빈축을 샀는데, 한술 더 떠 뭄바이 지역에 그보다 더 큰 17세기 왕 시바지의 동상을 건립하겠다 하니 귀추가 주목된다. 다분히 당파성과 정치적 의도가 담긴 동상 제작 경쟁을 나라 안팎에서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 경우는 얼마 전 인천 지역에서 시민단체가 조봉암 동상을 건립하고자 모금 활동에 나서 10억도 훨씬 넘는 금액이 모인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강화 출신으로 공산당에 가담하여 독립운동에 나섰다가 공식적으로 공산당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정부수립에 나서서 제헌국회의원을 비롯해 각료로 입각하여 농지개혁 등의 커다란 성과와 업적을 거두었지만, 간첩죄로 몰려 처형을 당한 비운의 인물을 바로 조명하자는 움직임의 일환이었다.
아직도 냉전적 분위기가 짙은 사회 상황에서 정치적인 갈등 우려도 있어 어떻게 결말이 지어질지는 모르지만, 무엇보다 동상 건립 자체에 대해 조심스러운 측면도 감안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인천 중구가 지난해 ‘김구 거리’ 조성을 하면서 김구 동상을 왜소하고 엉성하게 제작 설치하여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김구 선생이 망명 전 수감생활을 했던 신포동 일대에 동상과 강제노역 재현 조형물 등을 조성하였지만, 열혈 애국 청년 시절을 떠올리는 것과는 거리가 너무나 먼 결과를 낳고 말았다.
한쪽에서는 너무 커서 비판받고, 또 한쪽에서는 너무 왜소하고 조잡하여 비판을 받는 것이 인물 동상이다. 인물 동상이 공공장소에 설치될 때는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인물이 갖는 의의와 의미, 장소성과 철저한 고증, 작품성 및 디자인, 건립 비용, 지역 정서 및 공감대, 기타 효과 등.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의 대표적 상징조형물이다. 작품성 자체가 탁월하며 한 나라의 독립을 축하하는 선물 성격의 조형작품으로서 뉴욕관광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또한 흔한 주물제작이 아니라 동판을 절곡하여 형태를 만들어 주며 리벳으로 연결해 나가는 판금 기법으로 구현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오귀스트 바르톨디가 기획과 제작을 맡고, 몇 년 뒤 에펠탑으로 유명인사가 된 귀스타브 에펠이 구조를 맡은 협업으로도 유명하다. 처음에는 미국인들이 선뜻 설치하기를 꺼렸지만, 언론인 퓰리처가 나서서 모금을 하면서 설치할 수 있었고, 그 후로는 미국의 상징조형물이 된 자유의 여신상. 총 높이가 93m라는 규모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형불상들에 이어, 63빌딩 규모가 되는 인도의 초대형 동상들에 비해 규모면에서는 처진다. 하지만 정서·공감대·당위성·역사적 의미·스토리텔링 등에서는 훨씬 능가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념비나 인물 동상이 양적으로는 많지만,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조형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규모보다는 장소성과 역사성, 시민적 공감대 등의 측면에서 본다면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상을 손꼽을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서울 중심인 경복궁 앞 광화문 광장에 두 위인의 배치는 누가 봐도 설득력이 있는 이상적인 배치이다.
영원한 민족의 스승과 불세출의 구국영웅 외에 누가 광화문광장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겠는가. 이 동상의 존재는 우리 국민의 자부심의 원천이며 세세토록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민족의 등불이다.
요즘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국인이 방문하고 있는데, 광화문광장을 대부분 찾는다. 그곳에서 두 위인들의 동상은 대한민국 역사의 압축본이며 한국인이 누구인지를 알리는 표상으로서의 결정적 역할을 한다.
김세중이 제작한 이순신 장군 동상이 벌써 건립 60년이 다 돼 간다. 이에 관해서는 수도 없이 회자된 바 있으니 생략하고, 세종대왕 동상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2009년 공모를 통해 당시 홍익대 교수 김영원이 당선되었다. 높이 6.2ｍ에 폭 4.3ｍ, 무게 20t에 이르는 세종대왕 동상은 앞에서 언급한 초대형 동상들과 비교하면 왜소한 편이다. 그러나 크기를 자랑하는 과시성 규모는 별 의미가 없다.
세종대왕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여 땅을 넓힌 정복군주가 아니라, 이 민족의 위대한 역량을 만개시키고 영원한 빛을 베푼 성군이다. 따라서 그의 면모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 즉 작품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가인 김영원은 이 점을 담아내기 위해 포즈와 성격 표현, 표정 등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모델링에 관한 한 당대 최고의 기량을 가진 작가로서 완벽하게 수행해 낸 것으로 평가된다.
대체로 인물동상이 입상인데 비해 좌상인 점은 제작의도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백성을 누구보다 사랑한 성군으로서 카리스마 넘치는 무장들과는 달리 낮은 눈높이가 요구되며, 아울러 만조백관과 이마를 맞대고 정사를 펼치는 와중에 한글 창제라는 위업의 상징인 훈민정음을 펼쳐들고 설파하는 모습을 구현할 필요에서 나온 포즈로 짐작된다.
뒷 배경인 경복궁의 공제선이 낮은 편임을 감안해 안정적인 밸런스를 부여해야 하기도 했다.
특히 현존 인물이 아닌 인물의 표현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다. 실록과 여러 가지 역사적 자료들을 통해 유추해서 표현해야 하는데, 이 점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세종대왕 동상 제작에 앞서 많은 자료 연구와 분석을 하면서 갈수록 대왕의 위대함에 경탄과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작가 자신은 그 어떤 작품보다 혼신의 역량을 쏟아부은 역작으로서 작품성이 제대로 평가되기를 원한다 했다. 많은 외국인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어 수많은 SNS에 올리고 있는 모습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흐뭇함을 느끼는 이때, 작가의 기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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