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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한반도에 나라를 연 세 개국 시조가 모두 다문화 가정이었다. 한민족의 시조 단군왕검의 어머니 웅녀(熊女) 여사와 금관가야의 제1대 수로왕의 허황후(許皇后) 왕비가 그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영부인 프란체스카 도너 리(Francesca Donner Lee·1900~1992) 여사도 외국인이다.
학창 시절 ‘우리나라는 단군의 피가 흐르는 반만 년 된 단일민족’이라고 배우고 외웠지만 실은 시조부터 다문화가정, 교차 혼인, 즉 혼혈이었던 셈이다. 두루 알다시피 단군의 할아버지 천제(天帝) 환인의 아들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무리 3000명을 이끌고 내려와 신시(神市)를 세워 나라를 다스릴 때,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웅(熊)이 쑥과 마늘만 먹으며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라 한 시험을 스무하루 만에 통과해 웅녀가 되어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다. 웅은 이민족을 의미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허황후는 본래 인도의 아유타국(阿踰陁國)의 공주였다. 부왕(父王)과 왕후가 꿈에 상제(上帝)의 명을 받아 공주를 가락국 수로왕의 배필이 되게 하였다. 공주는 많은 종자(從者)를 데리고 한반도 김해 남쪽 해안에 이르렀다. 이에 수로왕은 유천간(留天干)·신귀간(神鬼干) 등 신하를 보내어 맞이하여 왕후로 삼았다.
157년을 살면서 10남2녀를 둔 허황후는 맏아들 거등(居登)은 남편 수로왕에 이어 김 씨로 왕통을 잇게 하고, 두 아들은 허씨(許氏) 성을 쓰도록 했다. 따라서 김해 김 씨와 김해 허 씨는 지금도 ‘한 집안’이라며 혼인을 삼가고 있다. 여권(女權)이 매우 강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허황후는 김해시 구산동(龜山洞) 고분에 묻혀 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빈에서 전문학교를 나온 후 영국 유학을 떠나 영어통역사와 타자·속기사 자격을 취득했다. 1933년 2월 스위스 여행 중 제네바에서 이승만을 만나 1934년 10월 미국 뉴욕에서 결혼했다. 이승만이 1942년 워싱턴에서 조직한 한미협회 이사로 참여해 남편의 독립운동에 일조하다 1946년 한국에 들어왔고, 1948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6·25 전쟁 중에는 이승만 비서실장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고 ‘6·25와 이승만’이라는 책도 펴냈다. 친자는 없고 양아들 이인수(李仁秀) 박사가 있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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