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막강한 군사력과 푸틴의 핵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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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푸틴은 러시아 위상 추락과 신흥 군사강국 우크라이나를 만들었다
강력해진 우크라이나, 유럽 안보 위한 친서방 정권 유지 전략 필요
포스트 러시아, 인도와 중국의 부상 등 면밀한 국제관계 진단 필요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16 09:34:00

유명한 고전 외국영화 중 ‘대장 부리바’가 있다. 원제는 타라스 불바(Taras Bulba)로 당대 최고 배우인 율 브리너와 토니 커티스가 아버지 ‘타라스 불바’와 둘째 아들 ‘안드레이’ 역으로 나온다.

폴란드가 오스만투르크(튀르키예)의 침공을 받게 되자 폴란드와 우호관계를 가지고 있던 기마전투민족 ‘코사크’의 수장 불바는 폴란드를 도와 전쟁에 승리한다. 하지만 이후 오히려 폴란드에게 배신을 당해 자신들의 초원을 빼앗기고 복수를 다짐하는데, 마침 폴란드에서 유학 중이던 아들 안드레이가 폴란드 귀족 가문의 나타리아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곧 폴란드와 전쟁이 시작되고, 안드레이는 포로로 잡혀 화형(火刑)의 위기에 처한 나타리아를 구하려 하지만 이를 배신행위로 여긴 아버지 불바의 손에 죽게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 ‘대장 부리바’는 현재 세계 군사력 2위의 나라 러시아 침공에도 오히려 전장을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출생의 작가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1809~1852)이 조상 코사크의 역사를 토대로 집필한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코사크 정신을 각성시킨 푸틴의 치명적 실수

올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많은 군사전문가는 “단기간 내 수도 키이우가 함락되고 젤렌스키는 죽게 될 것이며 새로운 ‘친러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무엇이 우크라이나를 세계 2위 군사력의 러시아 공격을 막아내고 서서히 러시아군이 장악한 주요 거점을 수복할 수 있게 한 것일까? 단순히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의 무기 지원에 기인하는 것일까?

우리는 197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엄청난 무기 지원으로 당대 동아시아 최대 군사력을 보유했던 베트남이 소총으로 무장한 베트공에 의해 국가가 패망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정작 러시아 제국조차 5000명 남짓한 볼셰비키들에 의해 1917년 멸망했다. 무엇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가? 그것은 바로 국민들의 ‘단합되고 굳건한 항전의식’이다.

이번 전쟁과 관련된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우크라이나 여자들은 맨손으로 사자도 잡을 수 있습니다”라고 한 이야기를 잊지 못한다. 방송용 멘트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우리는 그동안 그들이 ‘코사크의 후예’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푸틴은 바로 1991년 독립 이래 수많은 정치인의 부정비리로 분열되고 3류 국가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던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그들조차 잊었던 ‘전투민족 DNA’를 각성시키고 만 것이다.

이제 전쟁 이후의 국제관계를 염두해야 할 때

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7개월에 접어들면서 한동안 교착상태에 있던 전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군사적 요충지 ‘하르키우주(州)’의 승리를 토대로 동부전선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물론 이는 ‘러시아의 주장’처럼 작전상 후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수개월간 미국 및 서방에서 제공받은 압도적 물량의 무기체계와 작전 운용술을 습득한 병력들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패색이 더욱 짙어지는 상황이다.

전쟁의 승리로 연임을 계획했던 푸틴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미 러시아 내 푸틴에 대한 탄핵 움직임도 포착됐다. 스스로 차르가 되려던 푸틴의 모든 것이 걸린 이번 전쟁 상황 속에서 그의 돌이킬 수 없는 돌발 행동, 즉 ‘전술핵’ 사용 가능성도 배제될 수 없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6375기의 핵무기를 가진 나라다. 러시아가 핵을 사용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회생 불가의 상태로 빠지게 될 것이며 유럽의 어느 국가도 쉽사리 대응할 수도 없다.

사실 가스 공급, 원유 수출 중단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핵무기다. 물론 푸틴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궁지에 몰린 푸틴의 돌발 행동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 그리고 잠재워져 있던 코사크 전투민족을 각성시키고 대량의 고성능 무기까지 확보한 우크라이나를 향후 미국 및 서방국가들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유럽의 안보를 위해서는 항구적으로 친서방 정부가 유지돼야만 할 것인데, 답은 전쟁영웅 젤렌스키의 연임인가? 아니면 자칫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새로운 독재자의 탄생을 보게 되는 것인가?

그간 우크라이나는 자국 통과 러시아 가스 수송관에 대해 통행세를 받아왔다. 때문에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압도한 우크라이나가 가스관 하나만 가지고도 러시아, 유럽 양측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차지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아울러,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계기로 56개국의 영연방의 주도권 장악을 계획하고, 글로벌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 원유를 구입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국은 다름 아닌 인도다.

인도와 함께 ‘BRICS’의 중추인 중국이 러시아의 위상을 대체하는 것을 비롯해, 포스트 러시아 이후 국제역학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지금은 전쟁 이후의 국제관계를 다시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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