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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석 이 자식 다 거짓말 같은데요? 아르바이트로 그림 전달만 했다고 하는데 핸드폰 포렌식 결과 누군가한테 그림을 받은 정황이 없다고 합니다.”
출근길 오 비서관이 경찰 보고서를 들고는 아침부터 큰 소리를 냈다. 진욱은 오 비서관이 가져다놓은 보고서를 읽지도 않고 조 비서에게 차부터 대기시키라고 인터폰을 했다.
“경찰서로 가시려구요?”
오 비서관은 같이 가진 않겠다는 듯 뒤로 주춤 물러섰다.
“보고서 내용 이상 나올 게 있겠어? 이환석 만나러 가야지.”
경찰 보고서를 챙겨 국회 정문으로 나가는데 진욱의 차 바로 뒤를 동원의 차가 따르고 있었다. 조 비서한테 직접 차를 대기시키라는 말을 하면 조 비서는 차를 대기시키는 동시에 동원을 호출한다. 자주 있는 일을 아니지만 무슨 암묵적인 약속처럼 그렇게 되어버렸다.
동원은 국회 앞의 자주 가는 건물에 차를 두고 진욱과 합류했다.
“환석이 어딘가 그림을 숨겨놓고 있다고 봐야겠네? 어쩌다 절도한 그림을 왕창 숨겨놓고 곶감 빼 먹듯이 하나씩….”
보고서를 읽어 본 동원은 환석이 분명 그림을 훔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진욱 역시 동원과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환석이 나소선의 그림들만 어디선가 훔쳤다는 게 우선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소선의 그림은 대부분 선우가 보관하고 있었다. 얼마 전 환석이 중간 매매상에 넘기려다 발각된 그림 ‘초대’ 같은 경우는 선우가 이제껏 보관하다 없어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선우는 그 그림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선우가 어린 시절에도 못 봤던 그림이라면 나소선 생전에 없어진 거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35년도 더 전에 없어진 그림이 어디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그림에 대해 조금의 상식도 없는 환석의 손에 닿을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었다.
“일단은 이환석 집을 덮치는 수밖에 없어.”
진욱의 말에 동원은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경찰한테 수색영장 받아오라고 한 거야? 이거 곤란한데…. 오늘은 내가 경찰한테 오픈되면 안 되는 상황이라서.”
동원은 차를 세우고 중간 어디서라도 내려야겠다는 듯 옷을 추슬렀다. 진욱이 그런 동원을 보고 소리 내 웃었다.
“정국아, 어쩌냐 너네 동원 형 간이 많이 작아졌다?”
“그럴 리가요.”
운전하던 조 비서가 룸미러로 뒷자리를 향해 웃었다.
“환석이, 어머니랑 둘이 산다고 했잖아. 그 어머니 몰래 집 어딘가에 그림 숨겨놓기는 힘들었을 거야. 우선 어머니를 만나보자고.”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듯 동원이 진욱의 옆구리를 툭 쳤다.
“어머니! 이환석이 있습니까? 우리는 그림 찾으러 왔습니다.”
집 마당엔 환석의 어머니로 보이는 나이 든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녀는 능청스러운 동원의 말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누가 보냈어요? 그림 여기 있다고 어디서 들었어요?”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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