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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같은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지적하며 대북 문제를 두고 현 정부와 전 정부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영국·미국·캐나다 3국 순방길에 나선 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보도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지난 정부는 북한이라고 하는 특정한 교우(a friend in his classroom)에 대해서만 좀 집착해왔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해당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현 정부는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고 명확한 입장을 갖고 국제사회에서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위기와 관련해서는 튼튼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확장 억제를 내실화하고 강화하는 것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며 “확장 억제라고 하는 것은 미국 영토 내에 있는 핵무기를 유사시에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을 도발하는 것을 억지할 수 있는 모든 패키지를 총체적으로 망라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을 향해 핵 감축을 촉구하면서 “북한이 주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면, 핵을 감축시켜 나가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어느 정도 문을 열고 또 경제적 지원을 받을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인터뷰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내 북한 문제에 집중하던 지난 정부와 달리 외교 무대에서 운동장을 넓게 쓰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같은날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있었던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의 서면축사를 통해 남북합의와 관련,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이고, 신뢰는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며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교착된 것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를 제도화하는 것,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절감한 시간이었다”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겨레의 숙원”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그 자체를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며 사실상 폐기했다. 이후에는 비핵화 조치와 함께 대북 경제·정치·군사적 상응조치를 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에 대해 ‘담대한 망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현재 남북관계에는 냉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놓고 정면충돌하는 모양새가 펼쳐지자 여당은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보여주기식 ‘평화 쇼’였다며 현정부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정권이 임기 내내 평화 쇼를 고집했지만 북한의 핵무장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됐고 그 결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에서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도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18일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아직도 ‘문재인 아니면 안 된다’는 ‘ABM(Anything But Moon)’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외교적 무지를 변명하고자 지난 정부의 정책을 깎아내린 것은 유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정작 이명박정부의 실패한 비핵·개방 정책만 되뇌니 한심하다”며 “대치와 갈등을 조장해 얻을 것은 국민 불안과 한반도 긴장 고조뿐”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정부에서부터 경색된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도 윤석열정부는 전 정부와 다른 노선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일본과는 그랜드바겐(grand bargain·일괄 타결) 방식으로 미래지향적으로 (경색된 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해 “북핵 위협에 대응해 동북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어 체계”라며 “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이 20일 참석하는 뉴욕 유엔총회 일정 중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 회담이 성사되면 2년10개월 만의 한일 양자회담이 개최된다는 의미가 있다. 이 회담에서 양국은 강제징용 등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회담 성사 여부를 두고 대통령실은 “언급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던 것에 비해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과거 문재인정부 시절 한일관계는 대법원 강제징용문제·위안부 합의 파기 등 과거사 문제, 일본 초계기 사건, 제주 해군 관함식 욱일기 사건, 일본발 수출규제와 경제무역 갈등,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Z) 조건부 연장 등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 등으로 경색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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