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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이 외교장관회담을 진행한 데 이어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본격 논의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경색된 한일관계 회복을 시사해 온 가운데 강제징용문제 등 여러 산적한 현안이 그대로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과연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19일(현지시간)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양국 장관은 이날 가진 한일 외무장관회담을 통해 강제징용 문제 해결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을 마친 박 장관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측이 진정성을 갖고 노력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강제징용 배상 논의와 관련해서 박 장관은 강제징용 피해자를 직접 만나 목소리를 경청했던 사례와 지난 7~8월 4차례 민관 협의회에서 제기됐던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의견을 일본에 전달하고 일본의 성의있는 태도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측은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강한 인식을 드러낸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환영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폭넓은 협력을 통해 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밝힌바 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 되찾고 지키기 위해서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강제징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강제징용은 이미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왔고 판결 채권자들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게 돼있다”며 “그 판결을 집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문제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라는 것도 양국이 미래 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할 때 양보와 이해를 통해 원만하고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한일 관계는, 특히 동북아 세계 안보 상황에 비추어보더라도 공급망과 경제 안보 차원에서 미래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관계가 됐기 때문에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2일 하야시 외무상은 외무성 기자회견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하고 있다”며 “일한 관계 개선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 대응에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윤 대통령도 연설에서 마찬가지 인식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도 경색된 대일 관계에 대해 “그랜드바겐(grand bargain·일괄 타결) 방식으로, 미래 지향적으로 풀어나가야 된다”며 관계 개선의지를 거듭 내비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는 강제징용 문제 뿐 아니라 양국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회담이 끝난 후 정상회담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앞서 한일 양국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측에서 개최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다시 수면 아래가 들어간 바 있다.
회담에 참석한 외교부 당국자도 정상회담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확인드릴게 없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을 둘러싼 기류가 달라진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기류에 대해 평가할 입장이 아니다”며 “정상간 교류 필요성, 이른바 셔틀외교 추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하야시 외무상도 19일(현지시간) 일본 매체를 통해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정부 당시 경색된 한일 관계에 대해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지소미아 협정(GSOMI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종료 유예 사태가 꼽힌다.
문재인정부는 당시 이뤄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해 2019년 8월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
당시 안보상의 이유로 일본이 한국을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했는데, 이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김현종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은 “신뢰 결여와 안보 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하면서 지소미아 종료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일본은 수출 규제에 대해 2018년 10월 일본의 전범 기업이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언급하며 한국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사안을 뒤집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문재인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2019년 11월 지소미아 종료 당일 협정의 효력이 상실되기 6시간 전에, 일본의 수출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달고서 ‘종료 유예’를 발표한 것이다. 당시 해당 사태는 한일 안보 협력 관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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