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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칼럼]
[조우석칼럼] 북한학 1세대 故 서대숙 교수, 그는 반면교사다
국내 언론 “김일성 가짜論 부정했다”며 일제히 환호성
실제론 김정일 세습을 “경사”로 평가한 학문적 바보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27 11:02:44
 
▲ 조우석 평론가·전 KBS 이사
북한학을 전공한다는 이의 상당수가 왜 은근히 평양을 옹호하지북한이 반문명·반인류의 끔찍한 체제란 걸 세상이 다 아는데 TV에 나오는 북한학자들만 그걸 애써 외면한다냉전시대 크레믈리놀로지(Kremlinology) 즉 소련학을 한다는 전문가들이 그랬다는 말을 나는 들어본 바 없다.
 
그건 엄연히 적과 아군을 구분 못 하는 학문적 도착(倒錯)이다구체적으로 우리민족끼리 코드에 오염된 것이고김일성·박헌영 망령에 빙의된 정치적 오염에 불과하다멀쩡한 교회가 친북·종북으로 고꾸라지는 타락도 그런 맥락이다세상이 아는 대로 교회 내 북한 선교부가 바로 종북의 온상이다.
 
북한학 제1세대 학자로 꼽히는 재미학자 서대숙(1931년생·전 미국 하와이대 교수박사가 지난주 타계했다그 소식을 전하는 국내 언론을 보며 언뜻 들었던 생각이 바로 앞의 의문이다연합뉴스를 포함한 경향신문·한국일보 등은 일제히 고인을 “김일성 가짜설을 논박한 사람으로 소개했다그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멋지게 논증하는 데 성공했다는 식이다.
 
서대숙이 공산주의 연구의 대가라는 것이고기사 행간엔 김일성을 굉장한 어떤 사람으로 치켜세우려는 태도도 눈에 들어왔다보수 언론은 그냥 어물어물 넘어간다큰일이다그게 바로 한국사회 지식정보 혼란의 단면이다오늘 핵심을 말하자면 서대숙 자체가 우리민족끼리의 친북 코드에서 자유롭지 못하며학문적 착종(錯綜)이 적지 않다.
 
서대숙이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로 있던 이정식(1931~2021) 박사와 함께 1970~90년대 북한에 대한 중립적 연구에 물꼬를 텄던 건 사실이다그 공로는 인정하지만 상대적으로 신뢰감을 주는 건 이정식 교수의 작업이었다물증이 있다서대숙이 국내에서 펴낸 ‘현대북한의 지도자-김일성과 김정일’(을유문화사, 2000)이야말로 꼼짝 못 할 전거(典據).
 
그건 일본 이와나미문고에서 나왔던 자기 책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지만 당혹스러운 서술이 도처에 있다김일성 신화의 모든 것이자 북한학 연구자 멍청이들이 멋모른 채 떠받드는 1937년 보천보전투 대목을 우선 살펴보자서대숙은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6권을 인용하면서 “(그건대포도 땅크도 없이 진행한 자그마한 싸움이었다고 한 김일성 자신의 발언을 적절히 소개했다.(44)
 
그와 달리 북한 역사책들은 “아주 과장이 심하다고 지적한 것이다여기까지는 멀쩡하지만 다른 서술은 너무 터무니없다. “김일성의 항일운동은 악전고투였으나 신출귀몰하듯 잘 싸웠다”(45)는 것이고, “한마디로 평가받을 만한 것”(39)이란 견해도 애써 피력했다.
 
▲ 미국 하와이대 명예교수 시절인 2018년 10월 서대숙 박사가 독립기념관에 연구 자료를 기증하고 있다. [사진 제공=독립기념관/뉴시스]
 
 
그런 활동을 “허리에 일본도를 차고 독립운동을 방해했던” 사람들에 비하면 과소평가할 수 없다(52)는 말까지 했는데 그게 한계다박정희·백선엽 등이 독립운동가를 때려잡는 간도특설대와 연루됐다는 좌파의 말도 안 되는 공격을 서대숙도 그대로 믿었던 걸까. 결정적으로 김일성의 본명은 김성주이고때문에 가짜가 명백한데 그걸 외면하는 학문적 실수도 범했다.
 
그러니 집권 이후 현대북한 서술은 말할 것도 없다. “김일성은 북 주민들에게 정치적 안정감과 계속성을 보장해 줬다북 주민들의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은 세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조작해 낸 것이 아니다”(161)는 식이다당혹스럽다정말 결정적인 것은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에게 권력 세습을 한 걸 “커다란 경사”(217)라고 평가한 대목이다.
 
이 대목이야말로 황당한 서대숙 북한학의 학문적 파산을 증명해 준다는 게 나의 움직일 수 없는 판단이다중립적 서술은커녕 평양 관변 역사서를 그대로 옮긴 듯한 서술은 정나미가 다 떨어진다서대숙 찬양을 앵무새처럼 되되는 언론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얘기다.
 
좋다. 그건 서대숙 개인의 한계를 떠나 지식정보가 몽땅 오염된 대한민국 전체의 비극이다즉 김일성·박헌영 망령에 사로잡힌 건 전직 대통령 문재인만이 아니다서대숙의 낡은 책을 읽으며 ‘위수김동’ ‘친지김동을 외쳤을 전대협·한총련은 물론이고그걸 떠받드는 지적 난쟁이들까지 몽땅 그렇다.
 
마무리다서대숙은 지식 영웅이 아니고 반면교사다오래 전 그에게서 영향을 받았을 서대숙 키즈즉 국내 북한학 연구자들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이 글엔 이견이 있을 수 있다서대숙 키즈당신들의 반론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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