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의 법무부, 한동훈의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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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검찰 잡기’에만 몰두해 법무 업무 구멍 생겨
한동훈 법무부, 이민·교정 등 법무부 본 기능에 주력 바람직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0-05 12:12:07

필자는 9월21일 자 칼럼(“더욱 과감해져야 할 스토킹범죄 대응”)에서 신당역 스토킹 피해자 살해 사건을 다루었다. 이 글에서 작년 10월부터 시행 중인 스토킹처벌법이 하필이면 스토킹범죄를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정했던 것은 문제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속적인 스토킹에 시달린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고 가해자의 처벌을 원할 경우 오히려 가해자의 복수를 유발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의사불벌죄 규정부터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보았는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조인이라면 대부분 이 조치에 공감할 것인데 필자는 대체 누가 반의사불벌죄로 설계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 보니 의원들의 법안에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없었고 2020년 12월30일 제출된 정부안에 이 조항이 들어있던 것이 확인된다. 이 조항이 2021년 3월24일 제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제정안까지 이어져 결국 국회를 통과했던 것이다.

스토킹처벌법 주무 부처가 법무부이기 때문에 제정안을 제출한 부처도 당연히 법무부였을 텐데 제정안 제출 당시 장관은 바로 추미애 씨였다. 물론 스토킹처벌법 정부안 마련에까지 추 전 장관이 관여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만약 관여를 했더라도 어떤 악의를 품고서 반의사불벌 조항을 넣었을 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이 상식을 뛰어넘는 검찰 인사로 검사들을 친정권ㆍ반정권으로 수박 자르듯 쪼개고 검찰 권한 축소, 검찰총장 징계 등 온통 검찰 축소에만 몰두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산하 금융ㆍ증권범죄 합동수사단까지 축소했던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조치였다. 그녀의 고집스런 검찰 잡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총장을 상대 정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주는 결과를 낳았을 따름이다.

물론 검찰 인사권·징계권,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등은 법무부장관의 중요한 권한이지만 이게 법무부 장관 업무의 전부는 결코 아니다. 법무부의 업무는 정부의 로펌 역할부터 범죄예방, 인권, 교정, 출입국ㆍ외국인 정책 등 다양하고 방대하다. 법무부 소속 공무원 중에 검찰 파견 검사의 비중도 한 줌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추 전 장관은 1년 넘는 임기 동안에 ‘검찰 잡기’말고 대체 무슨 업적을 남겼는지 궁금하다. 기억에 남는 몇 장면이 있는데 취임 초 소년원을 방문해서는 부모도 아닌데 난데없이 소년원생들에게 세배를 받아서 구설수에 올랐었다. 세뱃돈으로 소년원 안에서 써먹지도 못할 햄버거 쿠폰을 준 것도 우스웠다.

상관의 괴롭힘을 못 견뎌 자살했던 고(故) 김홍영 검사의 부모를 찾아 위로한 일도 있었다.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검찰총장도 아닌 법무부 장관이 굳이 나설 일인지 의문은 들었다. 굳이 위로를 한다면 2018년 9월에 야근을 마치고 퇴근길에 과로사로 숨진 천안지청의 30대 검사의 부모도 위로했어야 마땅했다.

김 검사는 상관의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반면 천안지청 검사는 과중한 업무로 과로사한 구조적인 모순의 피해자였다. 그렇다면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과로사로 숨진 검사의 부모에게 사과하는 것이 우선되었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 똑같은 30대 젊은 검사의 죽음도 ‘검찰 잡기’에 써먹을 만한 것만 위로의 대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추 전 장관이 검찰 잡기에만 지나치게 몰두하고 다른 업무에서는 생색내기로 일관하는 와중에 스토킹범죄가 반의사불벌죄로 제정되는 식으로 중요 업무에 구멍이 생긴 것이 아니었나 하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는 어떠한가? 추미애 전 장관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 같다. 법무부 본연의 업무에 치중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시부터 인구 감소 문제 해소를 위해 이민청 설립 등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교정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도 약속했고 최근 37% 증액된 예산안을 제출해 약속을 지켰다. 해묵은 과제인 촉법소년 연령 인하나 스토킹범죄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 추진도 예가 될 수 있다. 지나지게 정쟁의 중심에 섰던 법무부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가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한 장관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 질문 공세에 한마디도 지지않으려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를 감시하는 야당 의원은 다소 억지스런 논리를 동원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검토 후 답변 드리겠다고 적당히 넘어가면 되는데 너무 또박또박 반박하면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야당이 검찰의 예산을 깎으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장관이 된 이상 전 정권에서 받았던 부당한 인사 조치에 대한 억울함 같은 것은 잊어버리고 야당 의원들과 싸우려는 듯한 태도는 지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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