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원자력발전소’ 枯死 직전 기사회생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스카이데일리 사설

폴란드에 30조 원 규모의 ‘한국형’ 수출
EU 회원국에 원전 수출하는 최초 사례
탈원전 광풍 벗어나 원전 부활의 계기로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02 00:02:02

우리나라와 폴란드가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해외 원자력발전소 수주 경쟁에서 마침내 희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아직 법적 구속력이 없는 LOI 단계이지만 폴란드 정부가 본 계약 전까지 경쟁 입찰을 부치지 않기로 해 사실상 원전 수주가 달성된 셈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원전을 수출하는 첫 사례다. 탈원전 광풍에서 벗어나 원전 부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에 수출이 사실상 결정된 원전은 한국형 APR1400이다. ‘탈원전 폐기’를 내세운 윤석열정부의 첫 원전 수출이자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수출 계약을 한 이후 13년 만의 성과다. 에너지 위기 속에 원전 붐이 일고 있는 유럽에서 한국형 원전의 경쟁력과 시공 능력을 인정받은 첫 사례다. 향후 추가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폴란드 민간발전사 제팍(ZE PAK)·국영전력공사 피지이(PGE)가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한수원 APR1400 노형(爐型)으로 원전 건설을 추진한다는 LOI를 체결했다. 우리나라 산업부와 폴란드 국유재산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양해각서(MOU)도 교환했다.

이번 사업은 폴란드 최대 민간발전사인 제팍이 내년에 폐쇄하는 석탄발전소 부지에 1.4GW급 원전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2~4기의 원전을 짓는 2단계 민간 프로젝트이며 최대 30조 원 규모의 원전 수출이 가능한 대형 사업이다. 지난달 말 폴란드 정부가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한 1단계 원전 프로젝트와는 별개의 사업이다.

성사되면 원전 운영과 기자재·부품 공급으로 60년 이상 폴란드와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제정한 장기에너지계획(PEP2040)을 통해 ‘2033년 이전 원전 첫 가동, 2043년까지 6기 완공’을 제시했다. 폴란드 국유재산부 장관은 한국 원전에 대해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석탄 발전 비중이 70%를 넘는 폴란드로선 공기 오염 해결과 ‘2040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선 원전 건설이 필요했고, 가장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한국을 택한 것이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건설비는 프랑스의 절반, 미국·러시아의 60% 수준이고 중국과 비교해도 저렴하다.

한국은 2009년 UAE 원전 수주에 성공했지만 위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문재인정부가 생뚱맞게 5년 내내 탈원전을 내세우며 국내 원전 생태계를 고사 직전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도 외국에는 한국형 원전을 팔겠다고 뛰어다니는 모순이 벌어졌다.

그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글로벌 원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갔다. 따라서 이번 원전 수주는 국내 원전 업체들에 일감을 공급해 고사 상태에 빠진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2030년 원전 10기 수출 목표에 주춧돌을 놓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곧 있을 체코 두바니 원전 수주 전망도 밝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을 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한국 원자력 산업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문 정부 5년의 공백이 아쉽지만 늦지는 않았다. 원전은 한국이 세계 정상급 기술을 확보한 분야로 반도체·자동차·조선·정유·방산과 더불어 우리 경제를 짊어지고 나갈 핵심 산업 분야다. 미래 산업 먹을거리 차원에서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원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더불어 한국형 원전 수출을 본격화하기 전에 우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미국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통상 마찰의 불씨를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 폴란드 원전 수주가 최종 성사돼 국내 원전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