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적극 매입해 기업 줄도산 예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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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자금조달 위기 맞은 기업들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04 00:02:30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커졌다. 채권시장 자금 경색 여파로 회사채 시장 발행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회사채 발행액은 3조6921억 원으로 작년 10월 발행액(7조6076억 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올해 9월(5조3162억 원)과 비교해서도 한 달 만에 2조 원 가까이 감소했다. 발행액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기업들이 시장에서 돈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량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한화솔루션(AA-)은 1500억 원 규모로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2년물에 130억 원의 수요가 있었을 뿐 3년물에는 한 건의 주문을 받지 못했다. 통영에코파워(A+)도 3년물로 51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를 예측하며 진행했지만 전량 미매각됐다. LG유플러스(AA) 역시 1500억 원의 수요를 예측하며 회사채 발행을 진행했지만 500억 원이 매각되지 못했다.

공기업이 발행하는 공사채도 유찰되는 곳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인천도시공사(AA+)는 500억 원 규모로 3년물 공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100억 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한국전력(AAA급)도 3년물 2000억 원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낙찰에 실패했고, 한국가스공사(AAA급)도 2년물 목표량을 전부 소진하지 못한 채 유찰됐다.

이처럼 자금시장이 경색된 이유는 채권에 대한 신뢰 하락이라고 볼 수 있다. 신용등급 A1인 레고랜드 자금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게 문제였다. 2050억 원 채무보증을 약속한 강원도는 9월 말 만기 상환일을 앞두고 레고랜드 ABCP를 발행한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회생신청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번복했지만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채권시장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회사채 발행 부진은 기업들의 은행 의존도를 높였다.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월 말 1155조5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9조4000억 원 불어났다. 문제는 은행들이 대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채를 발행한다는 점이다. 기관투자자는 기본적으로 회사채보다 은행채를 선호한다. 대출 수요 증가에 따라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회사채의 투자 매력도를 낮춰 회사채 발행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 비금융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분기 기준 117.9%에 달했다. 세계에서 홍콩·싱가포르·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1년 전(111.7%)전과 비교해 무려 6.2%p나 뛰었다. 기업들의 상환 능력이 악화될 경우 연쇄적 부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가볍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회사채 만기 예정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ABS 포함·CP 제외) 규모는 13조9200억 원이다. 내년 상반기엔 54조3400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추가 도래한다.

이런 점에서 1일 5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연말까지 95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밝힌 점은 긍정적이다. 회사채 매입을 비롯한 유동성 공급 확대에 73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어떤 신용등급의 회사채 등을 매입할 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우량 회사채 등도 적극 매입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줄도산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