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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 좋은 사람으로 구했던 거 같은데?”
툭 던지는 진욱의 말에 동원이 빤히 쳐다보았다.
“형이 알고 있는 게 뭔데? 나는 도무지 감을 못 잡겠네.”
“곧 알게 될 거야. 미리 말해주면 재미없지.”
하지만 당 대표실로 들어와 우룡을 만나고 나니 더 혼란스럽고 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혼자 좀 있자. 다들 나가 있어 줄래?”
눈시울이 붉어졌다, 라는 말을 이런 때 쓰는 거구나 싶게 우룡의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물기도 살짝 비친 것 같았다.
우룡과 함께 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동원은 우룡을 항상 쇠뭉치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디에 굴리거나 던져도 부딪치는 곳마다 상대를 허물고 망가뜨릴 뿐이지 자기가 다치는 일은 없었다.
우룡의 부인이 죽었을 때도 우룡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자신이 무너지면 다른 사람들이 다 무너지기 때문이라지만 눈물이 때와 장소를 가릴 수 없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가 지금 그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암이나 불치병 이런 병원 진단 같은 거 받으신 거 아닐까요?”
옆에 서 있다 함께 쫓겨나온 비서관이 물었다. 책상 위에 대학병원 로고가 찍힌 봉투를 보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우룡은 자기 몸에 철저한 사람이라 시시때때로 검진을 받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진료를 받고 두 번 세 번 정확하게 체크하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우선, 암 선고나 불치병 선고를 받은 표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애써 분류를 해보자면 그 눈물은 감격이나 감동 쪽이었다. 슬픔이나 억울함 쪽은 아니었다.
“비서실장 들어와.”
그러는 사이 우룡의 호출이 들어왔다.
“동원아. 나하고 소선미술관으로 가자. 네 차로 움직일까 싶어.”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걸 미리 말해주던 진욱이 이번엔 아무 말이 없었다. 은선우 사진을 줬으니 뭔가 조치를 취할 줄은 알았지만 직접 찾아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함께 출발해 주차장까지 가느라 그리고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느라 진욱에게 연락할 겨를이 없었다. 뭔가 눈치를 채고 일부러 그러는가 싶게 우룡은 운전 중에도 계속 동원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큰일을 했어. 네가 갖고 온 그 사진이…, 사실은 내가….”
조수석에 앉아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몇 번이나 시작하다간 목이 메는지 입을 막고 기침을 했다. 결국 아무 말도 듣지 못하고 미술관에 다다랐다.
“은선우 대표님요?”
나이 지긋한 실장이라는 사람이 우룡과 동원을 안내했다.
“한우룡입니다.”
동원은 처음으로 떨고 있는 우룡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서오세요. 앉으세요.”
사무적이지만 단정하고 반듯한 기품있는 목소리가 건너왔다. 동원은 선우도 자신을 알아볼 것만 같아 똑바로 선우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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