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에 위협 받는 하늘길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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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구멍 난 항공보안

총칼에 위협 받는 하늘길 안전

김기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25 00:02:30

이달 초에 예비군 훈련에 다녀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훈련이 진행되지 않아 전역한 지 2년여 만의 첫 참가였다. 군 복무 시절 수없이 경험했어도 오랜만에 실탄과 총기를 다루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사격장의 안전 통제는 엄격했다. 특히 실탄 관리는 철저하다. 잘 알려졌듯 탄피(실탄의 껍데기)가 하나라도 없어지면 온 부대가 동원되기도 한다. 실탄을 사용하는 사격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 때문일 것이다. 군인도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게 실탄이다.

그런데 군인도 아닌 민간인이, 그것도 여행객이 타고 있는 비행기에서 실탄이 발견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10일 필리핀 마닐라행 대한항공 여객기 내에서 9mm 실탄 2발이 승객에 의해 발견됐다. 승객은 승무원에게 실탄을 전달했지만 승무원은 쓰레기로 착각해 신고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6일 뒤에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우리 군 K2 소총 등에 쓰이는 5mm 소총탄 1발이 쓰레기통을 비우던 환경미화원에 의해 발견됐다. 일주일 만에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항과 여객기에서 실탄이 두 차례나 일반인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실탄뿐만이 아니다. 7일 인천공항 보안 검색을 마친 70대 중국인 여성의 가방에선 21cm의 칼이 나왔다. 테러에 사용할 수 있는 ‘안보 위해 물품’으로 분류되는 칼은 국가보안시설인 인천공항에 반입이 불가하다. 원칙대로라면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보안검색장에서 걸러져야 했지만 그대로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6일 새벽에는 입국이 거부된 카자흐스탄 국적의 10대와 20대 남성이 인천공항 제4활주로 북측 담장을 넘어 도주했다가 붙잡혔다. 입국이 불허된 두 남성은 제2여객터미널 3층 보안구역에서 1층으로 내려와 유리창을 깨고 활주로 외곽 담장을 넘었으니 밀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누구의 책임일까. 경찰은 대한항공 기내에서 실탄을 발견해 내지 못한 보안 검색요원을 입건해 조사를 진행했다. 실탄을 전달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승무원에 대해서도 소환 및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한국공항공사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대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5mm 실탄이 발견됐던 인천공항공사는 항공보안 강화 관련 종합대책 및 재발방지 방안을 내놨다. 칼을 소지한 70대 중국인 여성은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범죄 혐의가 없어 중국으로 돌아갔다.

정부와 경찰 등 관계당국이 나서 항공보안 실패의 책임을 묻고 있지만 처벌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책임을 보안요원이나 항공사에만 돌릴 것이 아니라 범(凡)정부 차원의 협력·대응 없이 완벽한 보안이 이뤄질 수 없음을 명심하고 정부와 항공기관 간 상호 협력 체제 아래 국민 안전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항공보안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항공사는 단 한 번의 보안 실패가 국민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안전 보안을 우선시하며 보안을 중요시하는 채용 기준을 확립하는 등의 문화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항공 보안 종사자들 또한 본인 스스로 역량이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김기찬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