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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스토리] 이명우 운룡역사문화포럼 회장
“역사의 교훈 잊으면 100년 전 비극 되풀이”
현재 국제 지정학적 상황 나라 뺏긴 구한 말과 다를 바 없어
고대사 홀대하는 현실에 스스로 공부하고 논문까지 발표
30·40세대 무료 아카데미 추진… 올바른 지도자로 양성 목표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18 00:05:01
▲ 이명우(사진) 운룡역사문화포럼 회장은 사업을 정리한 후 2015년 12월 역사 전문 도서관 운룡도서관을 세우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책을 빌려주고 독서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요즘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잖아요. 역사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죠. 역사를 공부하면 과거에 일어난 일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하면 실수하지 않고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참고할 수 있어요. 지금 국제정치 상황도 100여 년 전과 비슷하다고 봐요. 지난 역사를 참고해서 지혜롭게 헤쳐 나갈 필요가 있죠.”
 
 
서울 광진구 중곡동 아차산역 근처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작은 도서관 하나를 볼 수 있다. 운룡도서관이다. 지하 아지트 같은 그곳은 역사·철학·종교·문학 등 인문학 도서로 가득하다. 눈에 띄는 건 역사책이다. 베스트셀러 역사책부터 반쯤 누렇게 바랜 고서(古書) 등 다양하다. 한쪽에 놓인 턴테이블과 LP판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역사적 기품을 자아낸다.
 
 
이명우(78) 운룡역사문화포럼 회장은 8년째 운룡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그곳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독서공간을 제공하고 역사 강연·문화 공연 등으로 구성된 포럼을 열고 있다. 역사 집필에도 열정적이다. 고대사 관련 책을 여러 권 출시했고 논문도 발표했다. 역사에 대한 신념도 투철하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운룡도서관을 찾아 그와 만났다.
 
사업 정리 후 학창시절 꿈꾼 역사 활동 시작
 
 
1945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경동고등학교를 거쳐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학과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인문학을 전공하면 취직하기 쉽지 않다”는 부모님의 반대로 공학도의 길을 걸었다. 졸업 후에는 대기업 동양정밀(OTC)에 입사해 15년 정도 일하다가 1980년대 초 회사를 나와 전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순조롭게 잘 되지 않았어요. 특허 출원, 신제품 개발 등 기술개발 분야는 잘했는데 경영능력이 부족해서 처음에 잘 나가다가 망하더라고요. 세 번 실패하고 네 번째 사업에 도전하기 전 대학원 MBA 과정을 2년간 공부했죠. 창업경진대회에서 2등을 해서 상금을 받아 다시 사업을 시작했어요. 교통신호등을 만드는 사업이었죠. 근데 60세가 넘으면서 여러 가지로 힘들더라고요. 70세부터는 도저히 할 수 없을 지경이었죠.”
 
 
사업을 접고 인생 2막을 어떻게 펼칠지 고민했다. 당시 사무실에 수많은 책들이 쌓여 있었다. 집에 있는 책까지 합치면 3000여 권 정도였다.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떠올렸다. 사무실에 작은 도서관을 차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민들로부터 역사책 등 인문학 도서를 기증받아 시민들에게 책 대출, 독서 활동 등을 제공하는 도서관이었다.
 
 
“사업을 접으면서 학창시절 좋아하던 역사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혼자서 역사책을 읽고 역사 세미나를 찾아 듣곤 했죠. 소일거리나 용돈벌이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업장에 역사 전문 도서관인 운룡도서관을 세웠어요. 2015년 12월 시작했으니 벌써 7년 반 됐죠.”
 
 
“처음에는 독서실을 할까 했는데 지하라서 잘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운영할 수 있겠다고 봤죠. 물론 지원금은 임차료를 충당할 만큼 많지 않더라고요. 심사 과정을 거쳐 1년에 150만~200만 원 도서지원비를 받고 있죠.”
 
▲ 이명우 회장은 운룡도서관에서 전문가를 직접 초빙해 역사 강연·문화공연 등으로 구성된 운룡역사문화포럼을 2016년 1월부터 118회째 진행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운룡도서관은 서울특별시 소속 작은 도서관이다. 역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누구나 이곳에 방문해 책을 읽거나 빌릴 수 있다. 일반 도서관에서 보기 힘든 고서(古書) 등이 많다는 게 특색이다. 그렇다 보니 학자들이나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나 대학 도서관에 가야 볼 수 있는 100년 이상 된 역사 도서를 200여 권 갖고 있어요. 역사학자 또는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이 같은 책들을 복사해 사본을 공급하고 있죠. 공급한 책 종류만 15개나 돼요.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귀중한 자료죠. 구하기 힘든 한적(漢籍)본도 다 역사책이거든요. 고서를 수집만 하고 틀어박아 두는 일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수집한 고서를 이런 방식으로 모두 공개하고 있죠.”
 
 
운룡도서관은 도서관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문학 강의·문화공연 등으로 구성된 역사문화포럼을 열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18회째 진행했다. 이 회장이 직접 교수와 전문가를 초빙해 무료 강의를 선사한다. 수강생에게 돈을 받지 않으므로 강연자에게 지급하는 사례금도 없다. 일종의 재능 기부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등 유명 인사들이 운룡역사문화포럼 강연자로 나섰다. 운룡역사문화포럼의 회원 수는 500명 정도다.
 
 
“예전에 역사 포럼에 자주 참여하면서 포럼을 하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서관을 설립하고 다음 달 포럼을 시작했죠. 처음에 교수·강사를 직접 섭외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수강생을 모으는 것도 힘들었고요.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니까 한 달에 두 번씩 포럼을 열 수 있게 됐어요. 강단학계 교수를 포함해서 다양한 분들이 이곳을 찾아 강연하고 있죠.”
 
 
“포럼 내용이 좋다 보니 회원들에게 포럼 일정을 문자로 보내면 지방에서 올라오기도 해요. 보통 30~40명 정도 오고요. 어떨 때는 50명 이상 와서 자리가 부족해 서서 듣기도 하죠. 많은 분들이 찾아와 준 덕분에 자부심도 생겨요. 코로나19 때 포럼을 열지 못해 시작한 역사탐방도 40회째 하고 있죠. 최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전남 화순 운주사 적벽을 찾아갔어요.”
 
망실된 고조선 역사 발굴하기 위해 힘쓰고 있어
 
 
이 회장은 집필 활동에도 열성적이다. 특히 고대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역사교육 과정에서 고조선 역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저서로 ‘알면 알수록 위대한 우리과학기술의 비밀’ ‘1909년 환단고기’ 등을 썼다. 논문으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관과 역사서에 나타난 고조선의 역사’ ‘환단고기가 위서가 아님을 입증하는 사료의 고찰’ 등을 발표했다.
 
 
“우리 역사는 단군조선부터 부여, 고구려·백제·신라,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데 단군조선 역사를 학교에서 잘 안 가르치고 있어요.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죠. 조사를 해 보니까 단군조선에 대한 역사서가 외세침략에 의해 거의 다 망실돼서 없더라고요. 책 제목만 남은 것이죠. 조선시대 때는 명나라를 받들다 보니까 단군조선 관련 책을 수거해서 없애 버렸어요.”
 
 
“일제강점기 때에는 일제가 조선사편수회를 설립하면서 서원이나 양반집에 남은 역사서를 다 수거해 갔어요. 거의 다 태워 버렸고 중요한 책은 일본 황실로 갖고 갔죠. 단군조선의 존재를 지우면서 고조선의 역사를 아예 삭제했어요. 조선사편수회에 참여한 이병도 박사 등이 해방 후 국사를 편찬하면서 고조선을 신화로만 표현하고 역사로 기록하지 않았죠. 재야 사학자들이 투쟁하고 있지만 강단·학계에 있는 그의 제자들은 여전히 고치지 않고 있어요.”
 
▲ 이명우 회장(사진)은 고조선 역사 등 고대사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책 ‘1909년 환단고기’, 논문 ‘환단고기가 위서가 아님을 입증하는 사료의 고찰’ 등을 발표했다. ⓒ스카이데일리
 
 
“고대사를 소홀히 대접하고 제대로 안 가르치는 게 안타까워서 논문을 발표했어요. 교과서에서 고조선의 비중은 한 페이지 남짓이죠. 대한민국 임시정부만 해도 역사교과서인 배달족역사·실단실기를 통해 고대사를 상세히 다뤘거든요. 망실된 역사를 다룬 책을 찾기 위해 경매 등을 통해 수집하고 있어요. 노력 끝에 1909년에 나온 고조선 역사서 ‘환단고기’를 발굴했죠.”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역사서를 참고하면 더 나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례로 일제강점기에 당한 것만 규탄하면서 일본을 증오하기보다는 왜 침략을 당했는지 분석하면서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일병합이 우리 잘못이었다는 점을 다들 망각하고 있어요. 19세기 일본은 앞서서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메이지유신을 일으켰잖아요. 나라가 강해지니까 조선을 침략한 것이죠. 당시 우리나라는 쇄국정책을 펴면서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을 꺼리며 외국과의 교섭을 막았어요. 이러다 보니 일본보다 정치·산업·과학기술 등 측면에서 50년 이상 뒤처진 것이죠.”
 
 
“35년 수모를 당한 것만 생각하지 왜 당했는지 역사적으로 분석하지 않았잖아요. 지금 국제정치도 10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봐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언제 배반당할지 모르는 것이에요. 일본이나 중국도 마찬가지고요. 국제정치에 밝지 않으면 언제나 당하는 것이죠. 역사를 알면 현재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공부해야 해요.”
 
 
이 회장은 연구 이외 활동으로 등산도 즐기고 있다. 40년 넘게 여러 산을 종주한 등산 마니아다. 산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등산에 대해 소개하는 ‘산에 가는 사람 모두 등산의 즐거움을 알까’, 산나물·버섯·열매 등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담은 ‘산 속의 보물을 찾아서’가 그의 저서다. 또 방송에 출연해 역사를 강의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작년에 유교방송에서 고대 과학기술을 주제로 13회 강연했어요. 제가 공학도이지 않습니까. 고대 고조선부터 지금까지 어떤 과학기술이 있었는지를 연구하다 보니 어마어마한 것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고조선 시대에 세계적 수준의 첨단기술이 많았어요. 국보 141호 다뉴세문경이 대표적이죠. 첨단기술을 보유한 고조선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안타까워요.”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이 회장은 올 하반기 30·40대 청년층을 대상으로 무료 아카데미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청년들이 우리나라 정·재계 지도자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올바른 교육을 시키는 곳이 별로 없다는 판단에서다. 청년 30명 정도를 뽑아 매주 12강좌를 교육할 계획이다. 정치·역사·문화·예술·경제 관련 커리큘럼을 만들고 적합한 강사를 초빙한다.
 
“그게 왜 필요하냐면 대학교를 졸업해도 전공 외 분야는 잘 모르잖아요. 돈 많은 사람들은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교내 아카데미를 수료하면 되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그런 걸 할 기회가 많지 않죠. 어려운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아카데미를 만들려고 해요. 바라는 게 있다면 역사 도서관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독지가를 어떻게든 잘 만나서 도서관이 커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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