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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답은 늘 ‘현장’에 있다
김준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27 00:02:30
 
▲김준구 경제부장(부국장)
고대 중국에선 소를 키우는 주목적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제물을 바치는 의례를 의미하는 희생(犧牲)’을 위한 것이었다. 희생이라는 두 글자 모두에 소 우()자가 들어가는 이유다. 제물로 바치는 소는 뿔이 가지런하고 멋져야 했다. 하지만 소가 어느 정도 자라야만 뿔의 모양을 알 수 있다. 뿔이 못생겼으면 소 주인은 인위적으로 교정을 해 모양새를 내곤 했다. 양 뿔을 곧게 펴려고 단단한 끈으로 동여매다 보면 뿔이 빠져 소가 죽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작은 흠이나 결점을 고치려다가 일을 망치는 것을 일컫는교각살우(矯角殺牛)’란 말이 여기서 나왔.
 
이런 것은 개인사에서 흔한 일이지만 국회 입법이나 정부에서 정책을 만들 때도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다만 정책의 경우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막대하다는 게 큰 차이다. 최근 서울시 택시 승객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올해 1~7월 서울시 택시 이용 건수는 15622만여 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나 줄어든 수치다. 반면에 지하철과 버스 승객은 크게 늘었다. 7월까지 서울시 지하철 이용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가 증가했다. 시내버스 이용 건수도 전년 대비 8%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심야 택시대란 대책의 하나로 택시요금을 인상하면서 빚어진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심야 할증을 2시간 앞당긴 오후 10시부터 적용하고, 할증률도 20%에서 최대 40%로 확대했다. 2월부터는 기본요금을 1000원 인상하고 주행 기본거리도 400m 줄였다. 택시요금은 인상됐지만 전체적으로 이용객이 줄어 택시업계와 기사, 그리고 소비자까지 누구 하나 수혜자가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무엇보다 택시기사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정책이 오히려 그들을 죽이는 꼴이 됐다.
 
청년층을 위한다며 내놓은 정부의 금융정책도 말썽이다.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의 가계대출 정상화 방안에는 50년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리가 올라 대출자들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자 이에 대비해 상환 부담을 낮추고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한국주택금융공사는 50년 만기의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출시했다. 이후 금융권에서도 앞다퉈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은행권 50년 만기 주담대를 지목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금융위원회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는 은행들의 DSR(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 심사 적격성을 점검하고 차주 연령 제한 등의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은 차주 부담을 완화하라는 정부 방침에 맞춰 만기를 늘렸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은 흐지부지된 얘기지만 취학연령을 한 살 낮추겠다며 지난해 7월 정부에서 내놓았던 대책도 마찬가지다. 당시 교육부는 지역이나 가정 여건으로 발생하는 출발선상의 교육 격차를 국가가 해소하겠다며 이 대책을 발표했다. 정책 취지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관련 업계와 국민에 대한 여론수렴 등 사전 논의 절차가 생략된 터라 반발만 키웠다. 결국 교육부 장관이 물러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 또한 정부 관계자들의 지레짐작이 만들어 낸 어설픈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모든 일을 처리하는 데는 순서가 있다. 일반 개인도 중대사를 앞두고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조언을 구하고 관련된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하물며 정책 입안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치밀하고 정밀한 사전작업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 사전에 긍정적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까지 꼼꼼하게 살펴 논의하고 대비책을 마련한 후에 계획이 나와야 한다. 관련 업계뿐 아니라 수혜자와 반대론자들까지를 대상으로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 정책 책임자 몇 사람이 책상머리에 앉아 내놓은 땜질식 대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택시요금 인상 전에 대국민 여론조사라도 했다면 어땠을까? 50년 만기 주담대를 밀어붙이기 전에 금융권 관계자들과 논의부터 했었다면? 취학연령 발표 전에 업계 관계자와 간담회라도 한번 가졌다면? 당장의 급한 불이나 위기를 모면하려고 근본적인 대안이 아닌 위기 회피용 처방을 내놨다간 부작용과 피해만 키울 뿐이다. 더욱이 정부의 정책은 예상치 못한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 있고 선의의 피해자도 양산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문제의 해결책과 정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폭넓은 여론수렴이 어렵게 꼬인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정책을 세우거나 발표하기에 앞서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만큼 빠르고 정확한 답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정책 책임자들이 이런 여론수렴과정을 생략하는 것은 게을러서도 아니고 몰라서도 아니다. 일반 국민의 생각보단 자신의 머리를 더 믿는 자만심 때문이다. 똑똑한 것과 현실을 제대로 아는 것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만고의 진리는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머리 쥐어짜며 정책을 만들기 전에 현장부터 한 바퀴 둘러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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