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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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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추진잠수함(SSN) 확보를 위해서는 먼저 미국으로부터 전적인 신뢰를 얻는 게 전제돼야 합니다.”
유지훈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해군 중령)은 최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한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미 정책의 방향성이 흔들린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 위원은 “국가 간의 신뢰는 일관된 정책에서 비롯되는데 국방 안보 분야는 더욱 그렇다”며 미국의 신뢰 확보를 SSN 확보를 위한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최근 외교·안보가는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공격형 SSN 도입 필요성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북한의 이른바 ‘핵 벼랑 끝 전술’ 극대화와 맞물려 더 가열되고 있다. 북한이 수중 핵 공격이 가능한 최초의 전술핵공격잠수함(SSBN)을 건조했다고 발표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핵잠수함은 △극초음속 무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과 함께 북한의 ‘5대 핵심 과업’ 중 하나다. 러시아가 핵잠수함에 탑재될 미사일 엔진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대량응징보복)’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비대칭 핵전력을 억제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되면서 SSN 도입은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SSN은 디젤 잠수함보다 내구성과 작전 범위·작전 역량이 뛰어난 데다 한 번 잠항 시 몇 달 동안 수중 작전이 가능해 수상 전투함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는 해역에서 가장 효과적인 무기체계로 꼽힌다.
SSN을 도입하려면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5년 주기로 고농축 핵연료를 보유할 수 없으며 농축률 20% 이하 저농축 우라늄을 군사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일각에선 ‘호주 모델’을 벤치마킹 하자고 주장한다. 미·영·호주의 안보동맹 ‘오커스(AUKUS)’가 호주의 핵추진잠수함을 허용한 사례를 우리에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유 위원은 “한국처럼 5년에 한 번씩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부 정치변수로 대미 관계의 방향성이 흔들리는 나라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단지 ‘동맹 강화’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한미동맹을 견고히 할 수 있는 ‘결속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유지훈 위원과의 일문일답.
-한국에서 해양 안보의 중요성은
“한국은 해양 국가의 정체성을 지녔지만 해양 안보에 관한 인식은 저조하다. 북한의 위협 때문에 육군과 지상군 중심으로 안보 전략 및 전력 증강이 이뤄져 왔다. 육군과 지상군에 초점이 맞춰져 착시가 일어난 것이다. 해양 안보는 한국의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다.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의 해양 안보는 우리의 국익과 곧바로 연결된다. 우리나라는 바닷길로 모든 게 통하는 해양 국가다. 수출의존형 경제 체제인데 대부분의 물동량이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거쳐 움직인다. 수입한 원자재를 가공해서 파는 원동력인 원유 수입도 거의 100% 해로에 의존한다. 그렇게 원자재를 들여와 완성한 수출품을 다시 바닷길로 되판다.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바다에서 움직인다. 한반도 평화 번영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게 해양이다.”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인·태 지역에 집중돼야 하는 이유는
“인·태 지역은 미·중 대립 관계가 거듭되며 해양 안보의 한가운데 놓이게 됐다. 중국도 시진핑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 지역에서 공격적으로 해군력을 강화하면서 실질적 영향력을 넓혀 왔다. 미국은 해군 전력의 상당 부분을 태평양으로 옮기며 대(對)중국 포위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 틈새에서 한미동맹도 해양력에 맞춰 전략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생겼다. 미국 시각에서 바라보자. 미국은 항해의 자유가 가장 중요하다. 원유를 싣고 아프리카 서태평양까지 물류를 움직여 패권을 거머쥔 미국은 전통적으로 해군력을 키워 온 나라다. 바닷길을 막으면 언제든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미국이 위협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자신들은 비준도 안 한 해양에서의 국가 간 행위를 규제하는 국제해양법협약(UNCLOS)을 중국에 지키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지금 남중국해에서만 봐도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인근 국가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강대국 간 갈등 및 대치도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세계 패권을 지키려면 남중국해와 인·태 지역에서 전적으로 신뢰를 줄 수 있는 우방과 동맹국이 절박하다. 한국처럼 5년에 한 번씩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부 정치변수로 대미 관계의 방향성이 흔들리는 나라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단지 ‘동맹 강화’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할 수 있는 ‘결속 장치’가 필요하다.”
-미국이 인·태 지역에서 호주·일본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먼저 호주의 사례를 보자. 호주는 미국이 추구하는 인·태 지역의 대중국 포위 정책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핵전력 공유에 매우 보수적인 나라였다. 그런데 미국이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지원한 적이 없는 SSN 기술을 호주에 전수한다. 미국으로선 자국과 이익을 같이하는 나라를 대할 때 중요한 건 국제법 준수가 아니다. 미국엔 핵심 우방 국가로서 어떠한 ‘기브앤테이크’를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일본도 이것을 지혜롭게 잘한다. 일본 정부는 매년 국방백서에 선제공격을 암시하는 문구를 넣고 있다.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조약에 맞지 않는데도 말이다. 미국은 이를 묵인한다. 일본이 대중국 포위 전략에 미국과 뜻을 같이하고 적극 참여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태 지역에서 동맹국들이 그들의 군사 능력을 강화해 대중국 포위에 동참해 주길 요청해 왔다. 일본과 호주는 인·태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분담하는 동맹국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인·태 지역에서 이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자국의 군사 방위력을 높일 수 있었다.”
-한국은 왜 호주와 일본만큼 미국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가
“한국은 우리의 핵심 동맹국이 미국이라는 충분한 신뢰를 미국에 주지 못했다. 한국이 과연 호주와 일본 정도로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참여하고 있는가. 유사시 미국이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한 한국에 남중국해 병력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핵심 동맹국이 미국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군사부터 경제에 이르기까지 대미 해양 안보 분야를 독립해서 다룰 수 있는 컨트롤타워 구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내 정치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된 중·장기 대미·대 해양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유럽 국가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목적으로 인·태 지역에 미국과 소다자 형태의 해양 안보협력을 하고 있다. 다자 공동 훈련도 추진한다. 중요한 건 EU 주도로 군사 활동과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미국의 인·태 전략에 적극 협력하며 정보도 공유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이처럼 미 해군과 전방위적 작전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법과 제도를 만들어 한국이 미국과 국익을 같이 하는 강력한 동맹국이라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과 SSN 도입은 미국의 동의를 얻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추진할 수 있다. 신뢰를 얻으면 미국이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한국의 정권이 아무리 바뀌더라도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 그리고 전략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음을 인정받는다면 신뢰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북한은 비대칭 전력 중에서도 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할 잠수함 전력을 강화해 왔다. 레이더망을 통한 요격이 불가능한 ‘게임체인저’나 다름없다. 문제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국이다. 북한이 SLBM을 운용할 수 있는 핵추진잠수함 및 수중 무인어뢰 등과 같은 첨단 수중 능력을 확보하면 ‘3축 체계(킬체인Kill Chain·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대량응징보복체계KMPR)’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군사 대응 체계가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 특히 킬 체인과 KAMD의 근간을 이루는 ‘탐지 및 요격’을 통한 ‘억지 능력’이 상당히 제한될 것이다.
북한은 수중 능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도로나 철도를 이용한 미사일 발사대를 만들어 우리 군의 요격 능력을 교란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을 선제적으로 탐지하고 억제하기 위한 두 개의 축이 무너지면 당연히 강화해야 하는 건 한국형 KMPR이다. KMPR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육상 기반의 응징보복 능력을 강화하는 데 편중하기보다 공중·해상·수중·지상을 기반으로 하는 통합적 응징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SSN은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대북 억제 능력 강화 측면에서 효과적인 수중 기반의 응징보복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프로필
△한국국방연구원 현역 연구위원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
△한국형 항공모함 사업 및 장보고-III 잠수함 사업 참여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 미래전개념 담당
△해군본부 미래혁신연구단 전략개념연구 담당
△잠수함(이억기함) 부함장
△대한민국 극지연구소 정책자문위원
△해군본부 해양전 연구센터 전문위원
△미국 시라큐스대 맥스웰 정책행정대학원 정치학 박사
△미국 해군대학원(Naval Postgraduate School) 안전보장학 석사
△대한민국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 학사
△미국 해군 잠수함 작전(ASW) 과정 수료
△미국 INSCT(Institute for National Security and Counter-terrorism) 과정 수료
△해군 비전 2045(Navy Vision 2045) 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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