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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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카르텔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1-08 06:30:30

▲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갑진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카르텔(Cartel)이란 말은 본래 서신이나 편지를 의미했다. 내용을 전달한다는 순수한 의미로, 이때까지는 카르텔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 않았다. 이 단어가 19세기 독일어로 옮겨져 카르텔(Kartell)이라는 단어가 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정치적·경제적인 단체의 약속 또는 협정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독일로 옮겨 간 카르텔이라는 단어는 특정 산업군에 속한 기업체들이 판매가격·생산량·영업 권한 등을 합의해 경쟁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의 협정을 의미했다. 이로 인해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했다.

기업들은 은밀하게 협약을 맺고 특정 제품의 가격을 조정하도록 상호 합의한다. 경제활동의 투명성을 해치고 시장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인 셈이다. 대부분 자유민주 국가가 카르텔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유경쟁이 원칙인 국가에서 가격을 일괄적으로 통제 조종하는 정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다. 산유국들은 석유 생산량과 가격을 통제하고 이들의 합의에 따라 원유가가 폭등하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석유를 구매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는 10여 년 전 생필품인 라면 가격을 담합한 행위가 적발돼 135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사 ‘카르텔’이라는 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자본주의 국가에선 부당한 공동행위인 카르텔에 대해 엄중 처벌하고 있으나 산업의 특수성이나 초거대 기업의 로비·환경 등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현 정부들어 유독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카르텔’이 아닌가 싶다. 철근 누락·부실 감리를 야기한 ‘건설 카르텔’ ‘사교육 이권 카르텔’ ‘금융 카르텔’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덕담을 주고받는 갑진년 새해 첫날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또 카르텔을 언급했다.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혁파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대략 의미는 알겠지만 구체적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하다. 카르텔은 범죄시되는 부정적인 뜻이 담겨져 있다. 자기들 만의 이익을 목적으로 뭉쳐진 카르텔은 분명 나쁜 것임에 틀림없다. 윤 대통령이 새해 다짐대로 ‘패거리 카르텔’을 제대로 타파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말보다는 결과로 보여 줘야 한다.

박병헌 디지털뉴스 국장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