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탈북인 북송 금지’ 공론화 지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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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엔서 中에 탈북인 문제 처음 직접 거론
북송 협박받는 中체류 탈북인도 인권 짓밟혀
탈북인 문제 외면한 文정권 과오 되풀이 안 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1-31 00:02:01

“탈북자는 굶주리다 못해 탈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북송되면 고문·구금을 당하고 심하면 목숨을 잃는다.” 다수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범국민연합’(이하 국민연합)이 29일 서울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중국 정부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들은 탈북인을 강제 북송하는 중국을 향해 “유엔 회원국 자격을 의심케 하는 국가적 야만 행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우리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에 ‘탈북인을 포함한 해외 출신 이탈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강제송환금지 원칙 등 국제법 준수와 함께 난민법 제정을 검토하라는 권고도 덧붙였다. 우리 정부가 중국 대표가 참석한 유엔 회의장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정부의 행보는 그동안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와 민간단체가 한 목소리로 탈북인 문제를 거론한 것은 더 이상 이 문제를 좌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인들의 상황이 긴박하기 때문이다. 이미 보도된 바 있듯이 중국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구금 중이던 탈북인 500~600명을 기습적으로 강제 북송했다. 그 이후로도 탈북인 추가 북송 의혹이 제기돼 온 상황이다.

유엔은 굶주림의 고통으로 북한을 탈출한 이들을 난민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강제 북송하는 것은 국제난민법과 국제인권법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탈북인이 북송되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져 강제 구금과 고문 등 가혹한 형벌이 내려지는 운명에 처한다. 그런데도 유엔 인권이사국인 중국이 이들을 사지로 보내는 것은 국제적 지위에 걸맞지 않은 최악의 인권유린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인권유린이 우려되는 건 북송되는 탈북인뿐이 아니다.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인도 불안정한 신분 탓에 극심한 인권유린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을 통해 본 북한 인권 실태와 대책’ 국회 포럼에서 밝혀진 탈북인 증언 내용을 보면 그들의 처참한 상황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청진에서 온 한 탈북여성은 술꾼인 중국 남편에게 팔려 가 매일 폭행에 시달리다 도망쳤다 붙잡혔는데, 남편이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게 하겠다며 트랙터 바퀴로 두 다리를 깔아뭉갰다. 반신불구가 된 여성은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결국 34세 나이에 피살됐다.

또 나이 어린 탈북인 여자아이 십여 명이 중국의 조선족 브로커 ‘인신매매 집단’ 집에서 중국인 남성 25명에게 집단 강간당하고, 이후로도 20일가량을 성폭행 당했다. 이 남성들은 아이들에게 중국 공안에 넘겨 북송시키겠다고 위협하며 입을 막았다고 한다.

이 밖에도 전해지는 탈북인 증언 내용은 너무나 끔찍하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은 바로 이들을 강제 북송하는 중국 당국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송된 600여 명 외에 현재 약 2000명의 탈북인이 중국 공안의 감옥에 갇혀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들이 염원하는 것은 하루 속히 자유 대한민국의 품 에 안기는 것일 터이다.

이번에 정부가 유엔에서 중국에 당당히 ‘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윤석열정부는 탈북인 문제를 외면한 문재인 정권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인을 전원 수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와 보다 적극적·지속적인 공론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