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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헌장의 정신
3·1운동 직후 제정된 대한민국 임시헌장에서 민주공화제 채택
생명형·신체형 폐지로 전제 왕정·제국주의 폭정에 저항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06 06:31:10
▲ 이동호 변호사
3월1일 105주년 3·1절 기념식이 치러졌다. 앞서 2022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가 없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과 평창올림픽을 통해 대화와 외교로 평화를 이루고자 노력했다면서 임기 초반의 성과를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일본에 대해서는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 겸허해야 한다”는 다소 훈계조의 말을 했다.
 
반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기념사에는 통일에 대한 포부가 들어 있었다. 3·1 운동은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니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 가며 최악의 퇴보와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오로지 핵과 미사일에 의존하며 2600만 북한 주민을 도탄과 절망의 늪에 가두고 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에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멸의 주적으로 규정했지만 우리는 자유와 인권의 확장을 위해 통일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올해부터 7월14일을 ‘북한 이탈 주민의 날’로 제정했다면서 탈북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당부하기도 했다.
 
필자의 관심을 가장 끈 것은 윤 대통령이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자유주의’와 연결시킨 부분이다. “우리 민족이 영원히 자유롭게 발전하려는 것이며 인류가 양심에 따라 만들어 가는 세계 변화의 큰 흐름에 발맞추려는 것”이라는 독립선언의 근저에는 당시 세계사의 큰 흐름인 ‘자유주의’가 있다. 그래서 3·1 운동은 왕정의 복원이 아니라 남녀노소 구분 없이 자유를 누리는 새로운 나라를 꿈꾼, 세계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래지향적인 독립 투쟁이었다. 선열들의 소망이 이루어져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와 번영을 구가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우뚝 섰다는 것이 요지이다.
 
100년 전의 3·1 운동이 미래지향적이었다는 평가에 필자도 공감한다. 기미독립선언은 “지금 우리의 소임은 다만 자기 건설이 있을 뿐이지, 일본을 파괴하는 데 있지 않고 자신의 신문명을 개척하려는 것이지 결코 구원과 일시적 감정으로 일본을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일본에 대한 적대와 원한 표출보다는 자기 건설을 더 중시한 것이다. 식민지 시대 선조들은 나라를 잃은 데는 자신의 책임을 더 크기 때문에 누구를 미워하고 배척하기보다 민족자강이 절실함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이 반일이 아닌데도 지난 정권 시기 툭하면 벌어졌던 반일 선동을 생각하면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3·1 운동의 미래지향성은 그 직후 수립된 임시정부의 최초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임시헌장’에도 잘 드러나 있다. 1919년 4월11일 제정된 임시헌장은 10개의 단출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헌법으로서의 기본 틀을 갖추고 있었다. 그 후 다섯 번의 개정을 거쳐 정부 수립 후 건국 헌법으로 이어졌다. 필자의 대학 시절 저명한 헌법 교수님이 대한민국의 초기 헌법을 독재정권이 권력 장악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장식적 헌법’으로 분류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1919년 3·1운동 이후 임시헌장 제정과 개정의 역사를 고려한다면 선대의 공로에 대한 과소평가가 아닐 수 없다. 임시헌장 조문이 딱 10개라서 전문을 한번 읽어 보았으면 한다.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
제2조 대한민국은 임시정부가 임시의정원의 결의에 의하여 통치한다.
제3조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
제4조 대한민국의 인민은 종교·언론·저작·출판·결사·집회·통신·주소 이전·신체 및 소유의 자유를 누린다.
제5조 대한민국의 인민으로 공민 자격이 있는 자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다.
제6조 대한민국의 인민은 교육·납세 및 병역의 의무가 있다.
제7조 대한민국은 신(神)의 의사에 의해 건국한 정신을 세계에 발휘하고 나아가 인류문화 및 평화에 공헌하기 위해 국제연맹에 가입한다.
제8조 대한민국은 구 황실을 우대한다.
제9조 생명형·신체형 및 공창제를 전부 폐지한다.
제10조 임시정부는 국토 회복 후 만 1개년 내에 국회를 소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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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의 국체를 민주공화정으로 선포했다. 제8조에서 비록 ‘구 황실을 우대한다’고 했지만 1910년 한일병합조약으로 국권을 상실한 지 불과 9년 만에 우리 조상은 전제 왕정과 작별했던 것이다. 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제1조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대판 전제 왕정인 북한과 비교할 때 한반도에서 유일한 정통성을 가진 국가는 바로 임시헌장의 민주공화제를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제3조는 평등권을, 제4조는 현대적인 자유권을 망라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와 평등의 뿌리가 1919년 3·1 운동에서 비롯됐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제9조인데 생명형, 즉 사형제 폐지를 선포했다. 사형제 폐지는 그 후의 제·개정 헌법에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사형 폐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세계적으로 논란이 있다. 그러나 백 년 전의 선조들이 사형제 폐지로써 전제 왕정의 구습과 제국주의 일본의 폭정에 저항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인권에 침묵하고 탈북 어부를 북송해 죽음으로 몰았던 지난 정부의 폭거가 떠오른다. 사형을 밥 먹듯 저지르는 북한 정권의 폭정에 침묵하는 것은 3·1 운동 정신에 대한 엄중한 위반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북한 인권에 대한 언급은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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