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왕들은 강을 건널 때 여러 척의 배를 늘어뜨리고 위에 판재를 얹어 다리를 만드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 배다리라고 한다.
정조대왕이 원행 때 이용하던 배다리가 최근 실물과 가상현실로 각각 복원됐다.
정조대왕이 원행 길 건너던 배다리
역사에서 배다리를 사용한 대표적인 기록은 조선 정조 19년(1795) 2월9~16일의 기록인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등장한다. 정조대왕은 죄인의 자식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아버지 사도세자의 추숭을 위한 사업에 힘을 쏟는 한편 배봉산에 있는 묘소를 경기도 화성 ‘현륭원’(지금의 융릉)으로 옮기고 자주 원행에 나섰다.
정조의 원행은 묘소 참배와 함께 민심을 듣고 나라를 둘러보는 현장 시찰의 목적도 지니고 있었다. 정조대왕은 11년간 총 13번의 원행을 했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따르면 정조가 한 번 원행할 때마다 6000여 명의 인원이 따랐으며 행렬의 길이는 1㎞에 달했다. 이때 대규모 인원이 강을 건너기 위해 만들었던 게 배다리다.
정조는 직접 배다리의 기본 운영 방법을 제시한 주교지남(舟橋指南)을 썼다. 이 기록에 따르면 교배선 36척·난간선 240척·위호선 12척 도합 총 288척의 배가 동원됐다. 당시 민선으로 동원된 배 소유주에게는 대동미 운반 권한을 주는 특혜가 주어지기도 했다.
정조대왕의 명을 받은 서용보·정약용 등은 1795년 2월24일 ‘주교지남’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최고의 배다리를 완성했다. 배다리가 놓인 곳은 노량 지역으로 지금의 용산과 노량진 일대다.

실물 및 가상현실로 복원된 배다리
경기도 양평군은 세미원 세한정과 두물머리 상춘원 사이 북한강에 정조대왕 원행 때 사용했던 배다리를 복원해 17일 개통했다.
이번에 신설된 배다리는 2012년 처음 개통한 목재 배다리가 노후하면서 지난해 6월부터 새로 제작에 들어간 것이다. 양평군은 목선의 짧은 내구연한 문제를 개선, 복합강화소재재질의 선박 44척을 200m 길이로 연결했다. 배다리 건설에만 총공사비 27억3500만 원이 투여 됐다.
배다리는 가상현실로도 만날 수 있다. 21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화성원행도’에 최신 가상융합 기술을 활용한 체험형 디지털 전시 ‘실감 화성 實感 華城 디지털로 체험하는 8일간의 왕실 행차’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화성원행도 디지털 버전으로 배로 다리를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행렬의 모습을 확장현실(XR)로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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